다이어트 안 하는 시대 (2/7)
2017년 8월 28일  |  By:   |  건강, 문화  |  1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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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변화를 유심히 지켜본 웨이트 워처스는 마침내 사람들이 더는 다이어트의 효용, 나아가 다이어트 자체를 믿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도 살을 빼기 위한 다이어트 프로그램이 아니라 건강한 생활습관을 들이는 데 도움이 되는 라이프스타일 프로그램이라고 다시 정의했습니다. 어쨌든 여러 가지 생활습관을 고치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편의상 이 프로그램을 다이어트 프로그램이라 칭하겠습니다. 먹는 양을 정해놓고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잘못된 해석은 아닙니다.) 뎁 베노비츠가 전국 각지를 돌며 소비자들을 만나고 와서 다이어트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크게 변했다는 사실을 보고했을 때 웨이트 워처스는 마케팅 전략을 일부 손보는 것만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자명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심리학자인 개리 포스터는 웨이트 워처스의 수석 과학자입니다. 이 자리는 줄곧 영양사가 도맡아 오던 자리로 개리 포스터를 기용한 건 관례를 깬 선택이었습니다. 포스터와 연구팀은 베노비츠가 해온 연구를 물려받아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분석했습니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먹을거리와 먹는 것 전반에 큰 관심이 있었습니다. 특히 극단적인 방법 말고 긍정적이고 점진적인 방법으로 오랫동안 효과를 유지할 수 있는 건강한 식습관을 들이고 싶어 했죠. 포스터는 나중에 “체중계 눈금 너머의 건강(Beyond the Scale)”이라고 알려진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체중을 감량하는 것 외에 지금까지 웨이트 워처스의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이 어떤 혜택을 특히 좋아하고 마음에 들어 했는지 몸과 마음의 변화를 두루 살펴봤습니다. 몸무게를 빼는 것 자체에 집착하는 시대가 분명 지났는데도 아직 웨이트 워처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건 식사시간마다 상기하는 뻔한 주의사항이나 옛날식 추천 식단 같은 것 외에도 사람들이 여전히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었다는 뜻이었습니다.

웨이트 워처스는 먼저 체중 감량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부터 없앴습니다. 또한, 심리학 원리를 바탕으로 한 인지행동 전략을 회원들에게 적극적으로 확대해 알렸습니다. 즉, 건강한 습관을 들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내는 법, 갑자기 북받치는 감정을 해소하려 폭식하거나 절망에 빠지는 대신 이성적인 사고를 통해 감정을 제어하는 방법 등을 가르친 겁니다. 명상이나 기 수련 체조를 함께하는 워크숍을 열고 워크숍 내내 식단이나 체중 같은 말은 아예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기존 앱을 업데이트해 커넥트(Connect)라는 이름의 소셜미디어를 도입했습니다. 베노비츠가 만난 소비자들이 원했던 것처럼 웨이트 워처스는 건강한 습관을 들이는 데 종합적으로 접근하는 웰빙 컨설팅 서비스로 거듭났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내용물을 바꿨다고 해도 여전히 회사 이름이 웨이트 워처스로 남아있는 한 대중에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어떻게 서비스를 바꾸었다고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이미 브랜드 이름만 보고 수많은 것을 떠올리며 많은 부분을 단정 짓습니다. 웨이트 워처스에 필요한 사람은 웨이트 워처스 프로그램에서 하라는 대로 했더니 뚱뚱했던 예전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얼마 만에 무려 몇 kg을 뺐다는 사용 후기를 광고할 유명 연예인이 아니었습니다. 보통 그런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쓰는 데는 1년에 최소 25만 달러에서 최대 200만 달러가 들죠. 웨이트 워처스에는 그런 연예인보다도 새로 바뀐 프로그램이 뭐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한 번 찬찬히 훑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점을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웨이트 워처스는 2015년 7월 오프라 윈프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당시 오프라 윈프리는 산을 오르다 발목을 다쳐 하와이 마우이에 있는 자기 집에 옴짝달싹 못하며 사실상 갇혀 지내는 신세였습니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다 보니 무려 8kg이나 살이 쪘죠. 갑자기 불어난 오프라 윈프리의 체중은 세간의 큰 관심사가 됐을 정도였습니다. 한 번 목표를 정하면 반드시 이뤄내는 노력과 성공의 대명사와도 같은 사람이 자기 몸무게조차 관리하지 못하는 상황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죠. 예전에 웨이트 워처스의 제안은 정중하게 거절했던 오프라 윈프리는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4,300만 달러를 투자해 회사 지분의 10%를 사들였죠. 유명인사와 한 배를 타게 됐다는 소식을 들은 주주들은 크게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지칭하는 용어와 다이어트를 둘러싼 관념들은 이미 마케팅 방식의 변화 정도로는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크게 변했습니다. 결국, 웨이트 워처스의 회원 수가 급감한 이유도 다이어트 권하는 사회에 대한 싫증과 저항 탓이었죠. 많은 사람은 오프라 윈프리가 다이어트 업체와 제휴를 맺었다는 사실을 반겼습니다. 하지만 오프라 윈프리의 몸매가 얼마나 들쭉날쭉했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동시에 윈프리의 결정을 다소 의아해했습니다. 진보와 계몽의 상징과도 같은 오프라 윈프리가 사람들이 점점 꺼리는 다이어트 업체에 투자하기로 했다니 어떻게 된 일일까 고개를 갸우뚱한 것이죠. 오프라 윈프리도 결국 다들 그렇듯 뚱뚱한 것을 간접적으로, 에둘러 비웃거나 심할 경우 비난하기까지 하는 문화나 세태에 물들었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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