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한다”
2016년 2월 1일  |  By:   |  정치, 칼럼  |  No Comment

미국에서는 언론이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이 관례입니다. 아이오와 코커스를 앞둔 지난 주말, 뉴욕타임스는 편집국 명의로 민주당 후보 가운데 힐러리 클린턴을, 공화당 후보 가운데 존 케이시를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각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와 배경을 밝힌 글을 전문 번역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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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공화당 대선 주자들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미국인들에게 공허한 흑색선전에 가까운 구호를 쏟아냈다. 이 세상에 있는 선출직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자리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대통령으로 뽑히기에는 자신이 얼마나 경험이 부족하고 됨됨이가 모자라는지를 앞다투어 증명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은 중요한 여러 현안에 관한 실질적이고 치열한 토론을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민주당은 현대 역사를 통틀어 가장 잘 준비된 대통령 후보를 지명할 수 있게 되었다.

힐러리 클린턴은 (후보로 지명된다면)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첫 번째 여성이 될 것이다. 클린턴 후보는 뉴욕이라는 중요한 주의 상원의원을 지냈고, 국무장관을 역임했다. 대단히 유능하지만 완벽한 인물로 볼 수는 없는 남편 빌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있던 8년 동안 영부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미 앞서 세 차례 클린턴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적이 있다. 상원의원직에 도전하는 그를 두 차례, 그리고 지난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서도 우리는 클린턴을 지지했다. 이번에도 우리는 클린턴을 믿고 지지한다는 사실을 밝히고자 한다.

민주당 경선에서 클린턴과 경쟁하고 있는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는 클린턴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선전하고 있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칭하는 샌더스는 소득 불평등 문제를 끈질기게 제기하고 중산층의 기반이 무너지는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클린턴의 경제 정책을 소위 왼쪽으로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외교 분야에서도 샌더스는 무력 사용을 가능한 한 피하는 일을 비롯해 모두가 고민해야 할 중요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럼에도 샌더스의 경험의 폭과 정책의 타당성은 끝내 클린턴의 경험과 정책에 미치지 못한다. 샌더스의 핵심 공약 가운데 월스트리트의 대형 은행을 해체하자는 내용이나 전 국민 의료보험을 실시하기 위해 의료보험제도를 완전히 새로 만들자는 주장은 소외당한 중산층과 젊은이들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공약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세부 방침을 들여다보면, 샌더스의 계획은 구체적이지 못하고 현실성이 떨어진다. 반면 클린턴이 두 분야에서 내놓은 개혁안은 훌륭한 정책이면서 실현 가능성도 크다.

마지막 남은 민주당의 마틴 오말리는 매력적이고 합리적인 인사다. 하지만 대통령감이라기보다는 그가 지금껏 맡아 온 볼티모어 시장이나 메릴랜드 주지사에 더 적합해 보이는 인물이다.

클린턴은 총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실용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을 옹호해 왔다. 샌더스는 총기 문제에서 클린턴만큼 단호한 태도를 보이지 못했다. 클린턴의 금융 개혁 정책은 2010년 통과된 개혁 법안인 도드프랭크 법을 충분히 반영한 구상으로 도드프랭크 법이 미처 담지 못했던 부분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클린턴은 초단타 매매(high-frequency trading)에 대한 규제나 은행의 파생 상품 투자를 더 강력하게 억제하는 방안 등 지금 미국에 절실하게 필요한 개혁을 지지한다.

샌더스는 클린턴이 오랫동안 월스트리트와 친분을 쌓아왔기 때문에 개혁의 적임자가 될 수 없다고 몰아붙여 지지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지만, 클린턴은 자신보다 월스트리트와의 친분이 훨씬 더 두텁거나 기업 활동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공화당 후보들로부터 비판을 받을 정도는 결코 아니라며 샌더스의 공세를 능숙하게 넘겼다.

클린턴의 경제 정책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그가 일하는 미국인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대목이다. 부족한 육아 지원, 병가 관련 규정의 미비 혹은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문제, 들쭉날쭉한 근무 시간과 저임금 등 노동자들 가운데서도 특히 취약 계층이 직면한 문제들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건 대개 여성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평생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워 왔다. 그러므로 이 부분에서 클린턴의 약속은 더욱 신뢰가 간다.

클린턴은 성별 임금 격차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특히 유색인종 여성이 받는 이중 차별 문제도 인식하고 있다. 단지 문제로 지적되는 현안 몇 가지를 공부한 수준이 아니다. 클린턴은 당신이 떠올릴 수 있는 거의 모든 문제와 사안에 대해 고민해 왔고 대책을 가진 후보다. 해묵은 여성의 출산에 관한 권리(reproductive rights) 같은 문제에도 클린턴은 확고한 견해를 갖고 있으며, 연방정부의 기금을 가난한 여성의 낙태 시술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한 하이드 수정안(Hyde Amendment)을 철폐하자는 주장도 샌더스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해 왔다.

국무장관으로 재직했을 때도 클린턴은 국익을 좇아 쉼 없이 일했고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클린턴은 이미 전 세계 지도자들을 상세히 알고 있었고 협상에 필요한 전문 지식과 지명도를 두루 갖췄다. 오바마 대통령이 꼭 필요로 했던 국무장관이었다. 더 많은 나라와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새 대통령과 그와 한때 대통령 자리를 놓고 다투었지만, 그의 외교 비전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했던 유능한 외교 정책 수장의 조합은 전임 정권이 처참하게 망가뜨렸던 미국의 국제 관계를 회복하는 데 더없이 훌륭한 조합이었다.

클린턴은 이란에 더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는 데 앞장서 결과적으로 이란 핵 협상 타결을 이끌었다. 아시아 여러 나라들과 관계를 돈독히 한 데도 클린턴의 공이 컸다. 중국과의 폭넓은 현안에 대해 더 깊이 이야기를 나누며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확장시켰다. 영부인 시절, 여성 인권 문제를 제기하며 중국을 비난했던 클린턴은 국무장관으로서 중국과 관계 개선에 힘을 쓰면서도 한편으로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아랍의 봄이 일어나기 전인 2011년 1월, 클린턴은 연설을 통해 아랍 국가들이 정치적인 자유를 허용하고 경제 부문에서 고질적인 부패나 부의 독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추락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아랍 지도자들을 비판했다. 그가 장관으로 지내는 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 문제가 클린턴 장관 때문에 악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시리아에 비행금지 구역을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예전에 시리아 반군을 무장시키고 훈련하는 일을 미국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실에 비추어 보면, 클린턴은 오바마 대통령보다는 군사적인 해결책을 더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우리는 시리아에 비행금지 구역을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클린턴이 공화당의 어떤 후보들보다도 미국의 군사력을 훨씬 효과적이고 세심하게, 지혜롭게 활용할 것이라는 점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특히 무역 정책과 관련해 클린턴의 말 바꾸기가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클린턴은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 같은 사안에서 자신이 왜 생각을 바꾸게 되었는지 솔직하고 자세히 털어놓음으로써 자신이 몰랐던 것을 인정하고 새로 알아야 하는 내용은 배우려는 자세를 보였다. 클린턴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무역 협정으로 피해를 보게 된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공화당 후보들과 비교하면 더욱 분명하다.

클린턴은 기후 변화와 같이 매우 중요한 문제를 두고 의회와 지난한 줄다리기를 펼쳐야 할 때 필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는 단단함을 갖췄다. 클린턴이 백악관의 주인이 되었을 때 빗발칠 것이 뻔한 공화당으로부터의 끈질긴 공격, 오바마도 겪어야 했던 극심한 견해 차이와 개인적인 조롱, 경멸을 이겨내는 데도 이 단단함은 꼭 필요한 덕목이 될 것이다. 이미 유세 과정에서부터 도널드 트럼프는 빌 클린턴의 과거 성 추문을 들먹였다. 그런 터무니없는 공세 말고 이메일 스캔들 같은 문제는 클린턴으로서는 거듭 사과와 해명을 해야 하는 사안이다.

클린턴이 내세우는 비전은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공화당 후보들의 비전과는 사뭇 다르다. 중산층이 확대되고 이들이 살기 좋은 사회, 여성의 권익이 더 강화되는 사회, 이민자들이 비합리적인 차별을 받지 않고 기회를 펼칠 수 있는 사회, 세계 여러 나라와 친분을 강화하며 튼튼한 안보를 동시에 지키는 미국을 만들고자 하는 클린턴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가장 적합한 인물이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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