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민주주의의 위기
2014년 1월 2일  |  By:   |  세계  |  No Comment

2014년은 민주주의에 있어 중요한 한 해입니다.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인구가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선거가 치러지고, 미국에서는 중간 선거가, 유럽에서는 유럽의회 선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1970년대 이후 선진국에서 투표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정치와 선거에 대한 환멸은 이제 전세계적인 현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유권자는 번영을 가져다주는 정치인에게 표로 보답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합의에 큰 타격을 입힌 것은 바로 금융위기입니다. 역사적으로도 대공황의 타격을 입은 1930년대의 유럽과, 경제위기를 겪은 7,80년대의 남미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한 사례가 있었죠. 많은 나라에서 금융위기가 시작될 무렵 정권을 잡고 있던 세력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반대파에 정권을 넘겨주었지만, 정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경기는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정치인들은 지지를 호소하면서도 별다른 약속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유권자들이 주류 정치에 등을 돌리면서 극단주의 정당이 부상한 것도 여러 국가에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양당 체제가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미국에서도 정치적인 토론이라는 것이 점차 극단적이고 악의적인 대치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경제위기로 비롯된 유권자들의 변화와 그로 인한 민주주의의 위기가 아래로부터의 문제라면, 위로부터의 문제도 존재합니다. 우선, 정치와 사회구성원들 간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는 현상을 꼽을 수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성인 남성이라면 모두가 아고라에서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고 영국과 미국에서 발전한 현대 민주주의도 유권자들이 대표를 뽑아 권한을 위임하는 형태였지만, 오늘날에는 많은 정책들이 기술 관료들의 손에서 결정되고 있습니다. 많은 국가에서 통화정책은 선출직이 아닌 중앙은행의 수장들이 결정하고, 특히 유럽에서는 국가별 경제정책도 브뤼셀의 승인을 받아야만 합니다. IMF나 WTO와 같은 국제기구가 한 나라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 유권자들은 자신이 표를 던져봤자 나라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죠. 둘째, 오늘날 탈세나 기후변화처럼 국경을 넘나드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국가들 간의 결정과 국가의 민주주의가 충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단적인 예로 UN의 결정 과정에서는 소수의 안보리 상임이사국에게 거부권이 주어지죠. 끝으로,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다른 요소들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사실 투표를 할 권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이 누릴 수 있는 권리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테러와의 전쟁” 시대가 열리면서, 그 외 중요한 권리인 표현의 자유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정부의 간섭을 최소한으로 받을 권리 등이 크게 침해당하게 된 것입니다. 정부가 시민들의 전화 통화 기록이나 이메일을 감시하고, 심지어 고문이라는 구시대의 악습이 되살아난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정당 후원자 명단을 실명으로 공개해 정치인들이 이익 집단에 휘둘리는 현상을 완화하고, 게리맨더링을 없애 정치인들이 유권자보다 중앙에 잘 보이려고 하는 관행이 사라진다면 도움이 되겠죠. 양원이 있는 국가의 경우, 하원이나 비선출 기구가 권력을 남용할 시에 상원이 국민투표를 제안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면 이 역시 민주주의의 회복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2014년에 이런 개혁이 모두 이루어질 가능성은 아주 낮습니다. 더 빠른 해결책은 경기 회복세가 강해져서 실업률이 낮아지고 실질 소득이 올라가 유권자들이 행복해지는 것입니다만, 이 역시 큰 기대를 걸기 어려운 시나리오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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