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연말 특집: 경제학은 과학인가
2013년 12월 30일  |  By:   |  Economy / Business  |  No Comment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을 때 경제학은 과학인가라는 논쟁이 뜨거웠습니다. 공동 수상자 세 명 가운데 두 명인 예일대학의 로버스 쉴러 교수와 시카고 대학의 유진 파마 교수는 금융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완전히 상반되는 의견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묻습니다. “가장 권위 있는 상을 받은 두 학자가 정반대의 의견을 펼치는데, 이게 어떻게 과학이냐?”라고 말입니다. 이 논쟁이 일자 여러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비판을 반박하는 글을 게재했고 그 중 하버드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라즈 체티(Raj Chetty)가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경제학도 과학입니다”라는 글이 널리 읽혔습니다. 체티 교수는 이 글에서 경제학의 근본적인 어려움에 대해 먼저 이야기 합니다.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고, 경기 침체의 원인이나 경제 성장의 원인이 무엇인가와 같이 매우 큰 거시경제 분야의 질문에 경제학이 완벽한 답을 주기 어렵다는 점, 따라서 매우 어려운 질문에 대해 경제학자들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체티 교수는 공중 보건(public health)과 같은 분야 역시 커피나 와인, 초콜렛이 몸에 좋은지 나쁜지에 대해 정반대의 결론에 이른 연구들이 공존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체티 교수는 경제학이 과학인 이유는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과학적인 방법론을 통해 모델을 세우고 방법론을 발전시켜 데이터를 통해 이를 테스트해서 정책 결정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강조합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쉴러 교수 역시 노벨상 수상 뒤 “경제학은 과학인가?”라는 칼럼을 통해 경제학의 모델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원자를 대상으로 하는 물리학보다는 근사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합니다. 모델의 정당성 측면에서는 취약하지만 경제학은 근본적인 진리보다는 정책 결정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경제학은 물리학보다는 공학에 가까운 실용적인 학문이라는 것입니다.

앞서 소개한 논쟁이 보여주듯 경제학은 정부나 사회의 정책결정 과정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보편적 진리”라고 할 수 있는 이론들을 찾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경제학이 관심을 갖는 질문 자체가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거기에 정치가 개입하고 예상치 못하게 조건들이 바뀌면서 원하는 답을 얻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 조건에 따라 같은 질문에 대해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는 칼럼을 통해 경제학의 논쟁이 쉽게 인신공격으로 변하는 이유로 자연과학이 아닌 이상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모든 이론과 패턴에 예외가 존재한다는 점을 꼽습니다. 적지 않은 경제학자들이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자기 확신에 찬 주장들을 내세우고,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경제학자들의 의견은 인신공격에 가까운 수준으로 비난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경제학자들 사이에 서로의 다른 의견을 존중하며 진행하는 토론은 적어도 공적 토론에서 불가능하다고 지적합니다.

경제학이 기본적으로 논쟁적인 이유는 X의 Y에 대한 효과, 즉 인과관계를 정립하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입니다. 즉, 상관관계(correlation)와 인과관계(causation)를 구분하기가 매우 까다롭다는 점입니다. 현실에서 인과관계가 명확한 근거를 찾는 것은 어렵습니다. 올해 경제학에서 가장 큰 논쟁이 되었던 라인하트-로고프의 논문을 예로 들어 봅시다. 이들은 국가의 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의 경제 성장률이 낮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은 과도한 부채가 경제 성장률을 낮춘 것일까요 아니면 낮은 경제 성장률이 부채 비율을 높인 것일까요? 대답하기 무척 어려운 질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관심 있는 경제학의 주제 대부분이 이러한 인과관계에 관한 것입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고용이 줄어들까? 민영화를 하면 재정 건전성이 증가할까? 한 반의 학생 수를 줄이면 학생들의 성적이 올라갈까? 빈곤한 사람에게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면 빈곤율을 낮출 수 있을까?

왜 질문들에 대한 답을 구하기가 어려운지 민영화와 재정 건전성을 예로 살펴보겠습니다. 이 질문에 답을 하려면 원칙적으로 모든 다른 조건이 동일한 상태에 있는 공기업 두 개를 놓고 하나는 민영화를 하고 다른 하나는 민영화를 하지 않은 뒤 재정 건전성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펴봐야 하지만 이런 조건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민영화를 하는 기업의 특징이 민영화를 하지 않는 기업과 근본적으로 다를 수 있고, 이에 따라 민영화가 재정 건전성에 미치는 효과가 정반대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재정 건전성이 매우 나쁜 기업들만 골라서 민영화를 한다고 칩시다. 재정 건전성이 나쁜 기업들이 원래 더 비효율적이고 혁신이 잘 안 되는 기업들이었다면 나중에 민영화를 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재정 건전성을 비교했을 때 민영화가 오히려 재정 건정성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부가 재정 건정성이 좋은 기업들만 골라서 경쟁력을 더 높이기 위해 민영화를 단행했다면 이 기업들은 민영화를 하지 않은 기업들에 비해 원래 더 효율적이고 혁신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나중에 재정 건전성을 비교하면 민영화의 효과가 실제 효과보다 부풀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자들은 인관관계를 정립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20여년 전 뉴저지 주가 최저임금을 4.25달러에서 5.05달러로 늘렸을 때 이웃한 주인 펜실베이아 주는 최저임금을 그대로 뒀습니다. 당시 프린스턴대학의 두 경제학자였던 크루거와 카드는 뉴저지 주와 펜실베니아 주 경계에 위치한 패스트푸드점들의 고용 상태를 비교했습니다. 이들은 뉴저지 주의 고용 상태를 실험군, 펜실베니아 주의 고용 상태를 통제군으로 두고 차이들의 차이(Differences in Differences) 기법을 이용해 최저임금을 올려도 경제학 교과서에 나와있는 것과 달리 고용이 하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 논문의 결과는 현재 오바마 행정부나 민주당이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 유용한 근거로 쓰이고 있지만 이 논문의 방법론이나 결론에 대해 비판하는 학자들도 존재합니다. 크루거와 카드의 논문이 완벽한 무작위 실험(randomized experiments)이 아니라 준(quasi) 실험이라는 점, 또 이 연구 결과가 다른 경제 분야 전반에 얼마나 대표성을 띌 수 있는가 대해서 경제학자들은 여전히 논쟁을 벌이고 있고, 여전히 최저임금이 고용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통일시키지 못했습니다.

최근에는 인관관계를 더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무작위 실험이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집에 컴퓨터가 있는지 여부가 학업 성취도에 미치는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컴퓨터가 없는 학생 중 무작위로 절반을 선발해 컴퓨터를 제공하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제공하지 않은 뒤 학업 성적을 비교하는 식입니다. 무작위 실험을 통한 결과는 기존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보다는 인관관계 정립에 어려움을 덜 겪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관심 있는 많은 경제학 질문들 가운데에는 무작위 실험을 통해 답을 구하기 어려운 것들도 많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 금융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알기 위해서 일부러 국가가 파산 상태에 이를 수는 없으니까요.

이러한 한계 때문에 누군가 경제와 관련된 현상에 대해 인과관계를 이야기하면 우리는 좀 더 비판적으로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한 상관관계를 인과관계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어떤 조건에서 그러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는지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정책 결정을 하는 사람들도 자신들이 근거로 사용하는 논문이나 이론에 한계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원자가 아니라 사람을 대상으로 한 학문에서는 언제나 예외가 있을 수 있고, 사회적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토론을 통해 서로가 가진 한계를 알아가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합니다. 경제학 논문을 근거로 들며 너무 확신에 찬 주장을 하는 학자나 정책 결정자는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