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도 과학입니다
2013년 10월 23일  |  By:   |  Economy / Business  |  4 Comments

*역자주: 글의 저자는 하버드 경제학과 교수인 라지 체티(Raj Chetty)입니다. 이 글은 체티 교수가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당신이 세명의 경제학자들에게 어떤 문제에 대한 답을 물어보면 세 가지 다른 대답을 얻을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난 주 노벨상 위원회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했을 때 우리는 이 말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됩니다. 왜냐면 세 명의 수상자 중 두 명인 예일대학의 로버스 쉴러 교수와 시카고 대학의 유진 파마 교수는 금융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 완전히 상반되는 의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묻습니다. “만약 가장 권위있는 상을 받은 두 학자가 전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무슨 과학이냐?”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충돌하는 견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제와 관련된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서 과학적인 방법론을 통해 모델을 세우고 이를 테스트해야 한다는 경제학자들 사이의 확고한 합의입니다. 저는 어떤 질문에 대한 대답에 있어서 서로 다른 견해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경제학이 진짜 과학이 아니며 따라서 정책 결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경기 침체의 원인이나 경제 성장의 원인이 무엇인가와 같이 매우 큰 거시경제 분야의 질문에 대해서 경제학이 딱 떨어지는 답을 주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점에서는 경제학이 직면한 과제가 의학이나 공중 보건(public health) 분야가 직면한 과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건강을 연구하는 학자들 역시 백년이 넘은 기간 동안 음식 섭취와 생활 습관이 건강과 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와 같은 큰 질문에 답을 구하려고 노력했지만 그들 역시 이에 대해서 아주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어떤 연구들은 커피나 와인, 초콜렛이 몸에 좋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다른 연구들은 정반대의 결론을 내기도 합니다.

역학자들(epidemiologists)들과 마찬가지로, 경제학자들이 직면하는 근본적인 도전은 바로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만약 우리가 서로 다른 정책을 무작위로 결정한 뒤 그 정책들이 경제와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볼 수 있다면 우리는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 정확히 알 수 있고 정책을 어떻게 향상시켜야 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실험은 현실적으로, 그리고 윤리적 차원에서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자들은 최근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가장 영향력있고 유능한 경제학자들은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이나 자넷 옐렌(Janet Yellen)과 같이 모델을 통해 주장을 하는 이론가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들은 버클리대학의 데이비드 카드(David Card)나 MIT의 에스더 두플로(Esther Duflo)와 같이 데이터를 통해서 이론들을 평가하는 계량 경제학자들입니다. 실업 급여가 사람들이 일할 인센티브를 줄여서 오히려 실업률을 높인다는, 쉽게 정치적 논쟁으로 번지는 이슈를 예로 들어 봅시다. 거의 12개에 이르는 논문들이 실업 급여를 확대한 주와 실업 급여를 확대하지 않은 미국의 주에서의 실업률을 비교했습니다. 이 연구들의 방법론은 의학에서 어떤 그룹은 특정 약 처방을 받고 통제 그룹은 처방을 받지 않은 것과 흡사합니다. 실업 급여에 관한 경제학연구들은 모두 실업 급여 혜택을 늘리더라도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을 인센티브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정책 결정자들이 실업률 증가에 대한 큰 우려없이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제공해도 괜찮다는 점을 알려줍니다.

또 다른 예도 있습니다. 2008년 오레곤주는 건강 보험을 저소득층에 확대하는 정책을 실시했습니다. 문제는 오레곤 주 예산 제약상 저소득층 가계중 일부만을 보조해 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오레곤주는 추첨을 통해서 건강 보험 보조 혜택을 받는 가계를 선정했고 이는 무작위 실험(randomized experiment)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 결과 건강 보험 보조를 받은 저소득층 가계의 경우 그렇지 않은 저소득층 가계에 비해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빈도가 늘어났고 금전적 부담감도 줄었으며 동시에 건강 상태도 좋아졌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미 건강보험개혁(Affordable Care Act)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알려주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험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빅데이터가 정책 관련된 질문에 대한 답을 제공해 주기도 합니다. 두 공저자와 진행한 연구에서 저는 초등학교 선생님의 자질이 학생이 성인이 되었을 때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당신은 한 사람의 인생에 여러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초등학교때 선생님이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구별해내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방법론을 통해서 선생님 효과를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 학교 내에서 훌륭한 선생님 한분이 1995년에 3학년 학생들을 가르쳤다고 칩시다. 하지만 1996년에 이 선생님이 임신을 해서 육아 휴직을 쓴 경우 1995년에 3학년이었던 학생들과 1996년에 3학년이었던 학생들을 비교함으로써 우리는 좋은 선생님의 자질이 학생들의 성취에 미치는 효과를 다른 효과들로부터 구별해 낼 수 있었습니다. 250만명의 학생들의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우리는 훌륭한 선생님은 학생들의 SAT와 같은 시험 성적이나 성인이 되어서의 소득, 대학 진학률 등을 높인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은 정책 결정자들에게 교사의 자질을 어떻게 측정하고 향상시킬 것인가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제가 이 글에서 언급한 예들은 경제학 연구들 중에서 특별한 경우들이 아닙니다. 이용 가능한 데이터가 증가할수록 경제학은 더 경험에 의거한, 과학적 분야가 될 것입니다. 매우 어려운 질문에 대해 경제학자들이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견해만 보고서 경제학이 과학이 아니라고 평가절하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무책임한 시각입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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