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주제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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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3일. [책] “아름다움의 진화” (2/2)
프럼은 자신이 전장에 뛰어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리차드 도킨스와 같은 적응론적 진화론을 고수하는 생물학자들은 프럼의 주장을 반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프럼은 논리적 승리보다는 자신의 주장을 명확하고 우아하면서도 매력적으로 포장하려 합니다. 자신의 짝을 위해 예술적인 정자를 만드는 정자새(bower bird)처럼, 그는 경쟁자를 밀어내거나 라이벌을 쫓아내기보다는 열린 마음을 가진 이들을 설득하려 합니다. 이를 통해 그는 유혹적인 동시에 반역적인, 그런 흥미로운 책을 완성했습니다. 리차드 프럼은 무엇보다도 극단적인 조류 애호가입니다. 그는 알려진 지구상 1만 종의 조류 더 보기 -
2017년 12월 13일. [책] “아름다움의 진화” (1/2)
(리차드 프럼의 “아름다움의 진화”는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 10권에 뽑혔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1809년 태어난 찰스 다윈은 화수분과 같습니다. 다윈 자신이 저술한 책만 25권이 남아있고, 전 세계 도서를 정리한 월드캣(WorldCat)에 따르면 다윈에 관한 책은 7,500권에 달하며 점점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1860년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한 이래 약 100년 동안 다윈에 관한 책은 매년 평균 30여 권씩 발표되었습니다. 2차대전 이후로 기간을 좁혀보면 이 숫자는 50으로 뛰고, 1980년대 이후로 좁히면 다시 100으로 더 보기 -
2017년 12월 8일. 진화와 에너지 원의 확대(3/3)
다섯번째 에너지 시대: 불 태양계의 모든 행성과 위성을 통틀어 지구는 유일하게 불을 가진 천체이다. 이는 불이 존재하기 위해 다음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 번개와 같이 처음 불씨를 만드는 현상이 있어야 한다. 지구는 태어날때 부터 번개를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오늘날 번개는 연 14억 번 내려치며 이는 다수의 산불을 만들어내고 있다. 다른 행성에도 번개는 존재하지만, 아래 두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 2) 불은 산소를 필요로 한다. 지구 대기압의 수준에서 불이 유지되기 더 보기 -
2017년 12월 7일. 진화와 에너지 원의 확대(2/3)
세번째 에너지 시대: 산소 산소는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전자 수용체로써 산소는 염소와 불소를 제외한 어떤 원소들 보다도 더 많은 에너지를 가진다. (염소와 불소는 지구에 충분하지도 않을 뿐더러 반응성이 너무 높아 생물학적으로 거의 활용될 수 없다.) 지구 생태계의 다양성은 상당부분 이 풍족한 산소에 기반하고 있다. 산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유기체의 등장 시기는 남조류의 등장시기처럼 미스테리로 덮여 있다. 한 가지 문제는 초기 생명체가 미미한 산소나 비생물적 과정으로 만들어진 과산화물을 사용하도록 진화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더 보기 -
2017년 12월 6일. 진화와 에너지 원의 확대(1/3)
초록: 지구와 생명체의 역사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생명체로 대표되는 다섯 시대로 나눌 수 있다. 그 시대는 각각 지화학적(geochemical) 에너지, 태양광, 산소, 고기, 그리고 불이다. 지화학적 에너지와 태양광은 지구가 만들어진 때부터 존재했지만 산소, 근육, 불은 진화에 의해 사용가능해진 에너지이다. 새로운 에너지 시대에도 기존의 에너지는 계속 사용할 수 있었고, 따라서 생태계의 다양성과 복잡성은 점점 더 증가해왔다. 에너지 원의 확대는 지구의 환경을 변화시켰으며, 이 변화는 다시 새로운 진화가 일어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에너지라는 창을 더 보기 -
2017년 11월 7일. [책] “네이버후드 프로젝트(Neighborhood Project)” 진화론은 빙햄턴시를 개선할 수 있을까?
학부생들, 특히 의대를 지망하는 학부생들은 내게 종종 그들이 진화론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묻습니다. 사실 진화론은 질병의 치료에 바로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사람이 진화론을 알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나는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게 되는 이유를 진화생물학이 설명해주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진화론을 치료를 위해 배우는 것은 아니라고 답합니다. 오히려 진화론의 가치는 그 설명력, 곧 우리가 언제, 어떻게, 왜 이런 형태와 기능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여기서 ‘우리’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의미합니다) 알려준다는 데 있으며 더 보기 -
2017년 10월 24일. 사실을 마주해도 당신이 절대로 생각을 바꾸지 않는 이유 (3/3)
2부 보기 슬로만과 펀바흐 교수는 이 효과를 “다 속속들이 알고 있는 듯한 착각(illusion of explanatory depth)”이라고 불렀습니다. 사실 우리 주변의 거의 모든 것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실제로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안다고 믿고 있죠. 그리고 우리가 그런 착각에 빠진 채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건 다른 사람들 덕분입니다. 화장실의 예로 돌아가 볼까요? 내가 그 세세한 작동 원리까지는 몰라도 화장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건 다른 누군가가 수고를 들여 더 보기 -
2017년 10월 23일. 사실을 마주해도 당신이 절대로 생각을 바꾸지 않는 이유 (2/3)
1부 보기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으로 잘 알려진 기제를 생각해 봅시다. 확증 편향이란 사람들이 자신이 기존에 믿는 바에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려 하고, 자기 생각에 어긋나는 정보는 거부하는 편향을 말합니다. 인간의 수많은 비합리적인 사고 가운데 확증 편향만큼 잘 알려지고 잘 정리된 오류도 없을 겁니다. 확증 편향에 관한 실험만으로도 교과서 한 권을 쓸 수 있을 정도니까요. 이에 관해 가장 잘 알려진 실험을 진행한 기관도 오늘 이야기에서 자주 등장하는 스탠포드대학교입니다. 연구진은 사형에 관한 의견이 다른 더 보기 -
2017년 10월 23일. 사실을 마주해도 당신이 절대로 잘못된 생각을 바꾸지 않는 이유 (1/3)
인지과학자들은 집단생활을 영위하던 인류의 조상에게는 정확한 추론을 통해 진실을 가려내는 것보다 한 번 굳힌 생각을 끝까지 고수하는 것이 오히려 생존에 더 유리했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더 보기 -
2017년 9월 28일. 현생 인류의 진화(3/3)
에스케의 아메리카 원주민에 관한 연구는 우리의 기존 상식을 모두 깨뜨렸습니다. 한때 우리는 아메리카 원주민이 베링해를 건넌 동아시아인의 후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2013년 에스케는 중앙 시베리아 지역에 2만4천 년 전 살던 소년의 유전자를 분석해 그가 고대 유럽인과 동아시아인 사이의 잃어버린 고리이자 아메리카로 건너간 이들의 후손임을 보였습니다. 이제 아메리카 원주민의 조상은 동아시아뿐 아니라 유럽으로도 이어집니다. 그럼 나의 조상은 누구일까요? 나는 유전자 분석회사가 알려준 H4a 하플로타잎 결과를 에스케에게 말해주었고, 이 사실이 내가 유럽인임을 의미하는지 더 보기 -
2017년 9월 28일. 현생 인류의 진화(2/3)
하지만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그리고 아직 우리가 파악하지 못한 다른 인류의 유전자 유산은 지금도 유럽인과 아시아인 속에 살아 있습니다. 우리는 평균 1~4% 정도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이 모두 동일한 유전자가 아니므로 전체 인류로 따지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중 약 20%가 오늘날에도 존재합니다. 이는 매우 높은 수치이며, 이 때문에 연구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현생 인류가 유럽에서 살아남는 데 어떤 이득을 주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다른 인종과의 교배는 실제로 그 환경에서 자연 선택 과정을 통해 더 보기 -
2017년 9월 28일. 현생 인류의 진화(1/3)
비행기 창밖으로 스페인 남단에서 지중해를 향해 비쭉 튀어나온 석회암 바위산인 지브롤터가 보였습니다. 헤라클레스의 기둥 가운데 하나였고 한때는 지구의 끝을 상징했으며, 그리스의 선원들은 이 바위 너머로는 항해하지 않았습니다. 그곳에는 미지의 대륙 아틀란티스가 있다고 믿었지요. 2016년 여름, 지브롤터는 21세기판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지리학적으로는 스페인의 일부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영국에 속해 있으므로 브렉시트의 영향을 직접 받고 있는 것입니다. 7km2도 되지 않는 이 작은 지역에는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습니다. 이곳은 사실 지난 수천 년 동안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