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 인류의 진화(3/3)
2017년 9월 28일  |  By:   |  과학  |  2 Comments

에스케의 아메리카 원주민에 관한 연구는 우리의 기존 상식을 모두 깨뜨렸습니다. 한때 우리는 아메리카 원주민이 베링해를 건넌 동아시아인의 후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2013년 에스케는 중앙 시베리아 지역에 2만4천 년 전 살던 소년의 유전자를 분석해 그가 고대 유럽인과 동아시아인 사이의 잃어버린 고리이자 아메리카로 건너간 이들의 후손임을 보였습니다. 이제 아메리카 원주민의 조상은 동아시아뿐 아니라 유럽으로도 이어집니다.

그럼 나의 조상은 누구일까요? 나는 유전자 분석회사가 알려준 H4a 하플로타잎 결과를 에스케에게 말해주었고, 이 사실이 내가 유럽인임을 의미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비웃는 듯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유전자 분석의 문제는 모든 집단을 분석할 수 없고, 또 언제 돌연변이가 생겼는지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는 데 있죠. 가능한 오차 범위가 너무 크고 돌연변이 비율에 대한 추정도 많이 필요합니다.”

“고대 유전학(genetics)과 고대 유전체학(genomics)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한 개인에 대해 이런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자 여기 5천 년 전의 시대에 우리는 도착했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보이나요? 이 사람들은 그 특정 유전자를 가졌나요?’”

오늘날 우리가 고대인의 유전자를 분석할 때마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유럽인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실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창백한 피부는 햇빛이 덜 비치는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그리고 추위를 피해 옷을 입게 되면서 부족해진 비타민 D를 보충하기 위한 진화의 결과라고 우리는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창백한 피부를 유럽인에게 전해준 것은 키가 크고 갈색 눈을 가진 훨씬 남쪽에 살았던 얌나야인(Yamnaya)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들과 만나기 전까지는 북유럽인들은 어두운 피부였고, 비타민 D는 생선을 먹어 보충했습니다.

젖당에 대한 내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유럽인의 90%는 우유를 소화할 수 있는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으며, 과학자들은 이 유전자가 북유럽의 농경문화에서 발생해 긴 겨울 동안 생존을 도왔을 것으로 추측해왔습니다. 하지만 에스케는 농경 문화 이후인 청동기시대 수백 명의 유전자를 분석해 이 이론 역시 사실이 아닐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우리는 유럽인들에게 젖당 내성 유전자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음을 알아냈습니다. 이 유전자는 지난 2천 년 사이에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젖당 내성 유전자도 얌나야인이 가져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들은 유럽의 농경민족보다 우유에 대한 내성이 조금 더 높았고, 따라서 이들이 유럽인의 유전자 풀에 젖당 내성 유전자를 더했을 것입니다. 아마 2천 년 전쯤 인구가 급격히 감소한 일이 있었고, 이 때문에 그 유전자가 크게 퍼졌을 것입니다. 바이킹의 전설 중에는 화산 폭발 때문에 태양이 검게 바뀐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때 인구가 크게 줄었고 젖당 유전자가 널리 퍼졌을 수 있습니다.”

고대 유전체학의 진정한 가치는 인류의 기원에 대한 우리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것을 넘어 오늘날 여러 집단에 나타나는 서로 다른 질병의 비밀을 알려주는 데 있습니다. 생활습관이나 사회적 요소를 포함하더라도 어떤 집단은 다른 집단보다 당뇨병이나 HIV에 특히 취약합니다. 이 이유를 밝히는 것은 우리가 질병을 더 효율적으로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인간이 홍역이나 감기와 같은 감염에 대한 저항력을 가지게 된 것은 농경문화라는 새로운 생활습관에 따라 다른 사람 및 동물과 가까이 살게 되었기 때문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유럽인들은 농경을 일찍 시작했지만, 아메리카 원주민은 그렇지 못했고 이 때문에 유럽인은 아메리카 원주민이 가지지 못한 질병에 대한 면역을 일찍 갖췄으며, 아메리카 원주민이나 중국인보다 당뇨와 비만의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스페인에서 발굴한 한 수렵 채집인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그에게는 자신이 접한 적이 없던 몇 가지 병원균에 대한 유전적 저항력이 있었습니다.” 즉, 유럽인과 어떤 집단은 다른 집단들이 갖지 못한 저항력을 일찍부터 가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가 정말 유럽에서 농경이 일찍 시작되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어떤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에스케의 5천 년 전 사람들에 대한 유전자 분석 결과는 또한 유럽과 중앙아시아에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3천 년 먼저 대규모 역병이 돌았음을 보였습니다. 이들이 분석한 해골의 약 10%에서 역병의 증거가 발견됐습니다. “스칸디나비아인과 북유럽인 일부는 다른 어떤 이들보다도 HIV에 대한 높은 저항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의 HIV 저항력이 그때의 역병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농경이나 가축화와 같은 우리의 문화는 생각보다 우리 유전자에 영향을 덜 미쳤을지 모릅니다. 그저 임의로 발생하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오히려 우리의 문화를 결정했을 수도 있습니다. 돌연변이가 발생하며, 이들이 집단에서 퍼져나간다는 사실, 그리고 이 돌연변이가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과 질병에 대한 저항력,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음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너무나 명백합니다. 우리의 조상은 아프리카를 떠난 뒤에도 끊임없이 진화했으며, 그 흔적을 계속해서 우리의 유전자에 남겨왔습니다. 우리 또한 지금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지브롤터 박물관에는 두 명의 네덜란드 고고학 예술가들이 만든, 그 지역에서 발견된 증거를 바탕으로 한 실제 인간 크기의 네안데르탈 여성과 그녀의 손자 상이 있습니다. 그들은 옷을 입고 있지 않지만, 목걸이와 머리에 깃털 장식을 달고 있습니다. 네 살 정도 돼 보이는 아이는 당당하게 서서 관람객에게 웃음을 짓고 있는 할머니의 품에 안겨 있습니다. 나와 그들이 유전자를 나눠 가졌다는, 그들과 내가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어색한 느낌을 받으며 나는 클라이브에게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대체한 것이 우리의 문화가 그들의 문화보다 우월했기 때문인지 물었을 때 그가 한 말을 떠올렸습니다.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대체했다는 것은 일종의 인종주의입니다. 매우 식민지적인 사고방식이에요.” 그는 말을 이었습니다. “당신은 그들을 마치 다른 종인 것처럼 대하고 있다고요.”

1부로

(모자이크)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