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아름다움의 진화” (1/2)
2017년 12월 13일  |  By:   |  과학  |  No Comment

(리차드 프럼의 “아름다움의 진화”는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 10권에 뽑혔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1809년 태어난 찰스 다윈은 화수분과 같습니다. 다윈 자신이 저술한 책만 25권이 남아있고, 전 세계 도서를 정리한 월드캣(WorldCat)에 따르면 다윈에 관한 책은 7,500권에 달하며 점점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1860년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한 이래 약 100년 동안 다윈에 관한 책은 매년 평균 30여 권씩 발표되었습니다. 2차대전 이후로 기간을 좁혀보면 이 숫자는 50으로 뛰고, 1980년대 이후로 좁히면 다시 100으로 뜁니다. 오늘날 다윈에 관한 책은 연간 160권이 출간됩니다. 이는 2~3일에 한 권씩 책이 나온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많은 책이 있음에도 여전히 새로운 주장이 나옵니다. 2017년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생물학자 J. 스콧 터너는 “의도와 욕망(Purpose and desire)”에서 모든 개체는 욕망이 있고, 따라서 이 욕망이 진화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오늘날 신다윈주의는 이를 진화론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어쨌든 그의 주장은 그럴듯하고 책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다윈의 작업을 더 자세히 들여다본 책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임스 코스타의 “다윈의 뒷마당(Darwin’s Backyard)”은 다윈이 다운하우스에서 벌, 따개비, 감자, 비둘기 등에 행했던 다소 체계적이지 않은 실험들에 주목해 그가 어떻게 자연선택 이론을 만들었는지 알려주며, 독자들 역시 집에서 이런 실험을 할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지질학자 매튜 J. 제임스의 “진화를 수집하다(Collecting Evolution)”는 1905~6년 전설적인 생태학자 롤로 벡이 샷건과 배낭, 카메라를 들고 갈라파고스를 방문해 다윈의 진화론을 결정적으로 뒷받침한 증거를 수집한 사건을 이야기해줍니다.

롭 웨슨의 “다윈 최초의 이론(Darwin’s First Theory)”은 놀랍게도 아직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은 다윈의 이론에 관한 책입니다. 이 책은 1831년에서 1836년 사이 젊은 다윈의 비글호 항해를 추적하며 다윈이 처음으로 제시했지만 사람들에게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한 산호초의 기원에 관한 이론을 다루고 있습니다. 방법론에서나 시각적인 면에서(환경의 변화에 따라 형태를 바꾸어 가는 산호초를 보며) 이 조숙하고 심지어 대담한 아이디어는 20년 뒤 다윈이 발표하게 될 진화론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하지만 또 다른 다윈의 이론이 있습니다. 그의 이론 중 (적어도 책의 인기 면에서는) 가장 인정을 못 받았고, 가장 논쟁적이기도 했던 한 가지 이론이 마침내 올해 출간된 한 책에 의해 정당한 변호를 받게 되었습니다.

다윈은 “적자생존”에 의한 자연선택을 주장한 “종의 기원”을 펴낸 후 약 10년이 지난 뒤,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The Descent of Man, and Selection in Relationship to Sex)”이라는 또 다른 문제작을 내놓았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종의 기원”에서 짧게 언급했던 생각을 더 확장시켰습니다. 그는 때로 성을 통해 번식하는 유기체에서는 다른 종류의 선택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동물은 때로 자신의 짝으로 가장 적합한(fittest) 상대를 찾는 것이 아니라 가장 매력적인 상대를 찾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미학이 진화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뜻입니다.

다윈은 동물, 특히 수컷 동물이 가지는 장식물을 자연선택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성선택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원숭이와 유인원의 밝은 엉덩이와 얼굴, 말레이시아 들소의 하얀 엉덩이와 다리, 벌새, 벨버드, 쏙독새, 관머리박새, 붉은 뇌조 등 화려한 깃털과 구애 행동을 하는 새들, 그리고 공작처럼 분명 생존에는 불리했겠지만, 암컷을 기쁘게 했기 때문에 진화한 것이 분명한 화려한 꼬리 등 수많은 동물의 이런 장식물은 “암컷의 선택”이라는 일관적인 취향을 통해 설명할 수 있습니다. 다윈은 생존력보다 아름다움이 개체를 유리하게 만드는 이러한 현상이 독립적인 진화 기제로 작용했으며 때로 자연선택에 반하기도 한다고 주장하며 여기에 성선택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다윈에게는 아쉽게도 많은 생물학자가 이 이론을 거부했습니다. 한 가지 이유는 다윈의 성선택에 대한 강조가 자연선택이라는 강력하고 유일한 힘을 위협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들은 이 성선택이 아름다움에 기반한 여성의 선택에 너무 많은 권한을 부여한다고 느꼈습니다. 동물학자 조지 잭슨 미바트는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에 대한 비평에서 “암컷의 변덕이 가지는 극도의 불안정성”은 진화의 동력이 되기에는 너무 불확실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성선택 이론은 자연선택 이론의 반열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적응주의자들의 “적합성 우선”적 관점에서 성선택은 대부분의 중요한 특성을 결정하는 자연선택 아래 한 가지 하위분류로 격하되었습니다. 아름다운 깃털이나 인간의 경우 대칭적인 얼굴은 성선택의 도구가 아니라 생존 적합성을 보여주는 “정직한 신호”로 여겨졌습니다. 한편 1900년대 중반, 다윈의 진화론과 멘델의 유전학을 결합한 “현대진화이론”은 진화적 적합성을 특질에 관한 것이 아니라 그 특질을 만들어내는 개별 유전자에 속한 것으로 바꾸었습니다. 이제 특질이 아니라 유전자가 자연선택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그러한 흐름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윈이 자신의 성선택 이론을 발표한 지 150년이 지난 올해, 예일 출신의 겸손한 조류학자이며 박물관 관장인 리차드 프럼은 다윈의 성선택 이론에 극적인 승리를 안겨주려는 책을 내놓았습니다. “아름다움의 진화(The Evolution of Beauty)”에서 프럼은 수십 년의 연구와 수백 편의 논문을 바탕으로 다윈의 성선택 이론을 정교하게 다듬어 세련되면서도 장난기 넘치는 글솜씨로 풀어냈으며, “적응론자들의 구태적인 자연선택에 대한 절대적 의존”으로부터 진화생물학을 구원하려 합니다. 그는 자연선택에 대한 절대적 의존은 인류의 정신을 빈곤하게 할 뿐 아니라 진화에 대한 그릇된 관점을, 특히 진화가 성과 인류의 문화에 끼친 영향을 잘못 이해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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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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