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 주제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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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10일. 망각이란 무엇인가(2/2)
인간의 본성 연구자들은 인간의 뇌 또한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경험을 일반화하는 우리의 능력 중 적어도 일부는 과거의 기억을 능동적으로 망각하는 우리 뇌의 능력을 필요로 합니다.” 토론토 스카보로 대학에서 기계학습과 신경 네트웍을 연구하는 블레이크 리차드의 말입니다. 리차드는 뇌의 망각 능력이 어쩌면 과적합(overfit)이라 불리는 현상을 막아줄지 모른다고 말합니다. 과적합이란 인공지능 분야의 용어로 주어진 과거의 데이터에 너무 적합하게 학습된 나머지 새로운 데이터를 예측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공원에서 더 보기 -
2019년 9월 10일. 망각이란 무엇인가(1/2)
존재는 기억을 바탕으로 합니다. 기억을 통해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기억이 어떻게 형성되며 시간이 흐른뒤 이를 어떻게 우리가 떠올리는지에 대해 오랬동안 연구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연구는 실상의 절반만을 바라본 것이었습니다. 기억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떻게, 그리고 왜 기억을 잊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10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과학자들은 마치 햇빛 아래 사진이 바래는 것처럼, 망각을 기억이 자연스레 사라지는 과정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소수의 연구자들에 의해 그러한 가정이 잘못이라는 사실이 더 보기 -
2019년 4월 12일. AI가 모든 지식을 기억하는 세상, 우리는 어디까지 잊어도 될까?
학생 시절 제게는 물리학을 공부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의 박사과정 지도교수는 원자론의 핵심적인 공식을 계산한 노트를 궁금하면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도록 잘 정리해서 들고 다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컴퓨터 한 대의 본체 크기가 어른의 한 아름을 넘던 시절이었습니다. 복잡하기 짝이 없는 계산 과정을 일일이 종이에 써서 들고 다녀야 했죠. 제 친구도 그렇게 했는데, 손으로 일일이 공식을 풀다 보니 계산이 틀리거나 연필로 쓴 글자가 지워지거나 얼룩져 알아볼 수 없게 되기 더 보기 -
2018년 3월 13일. 어릴적 기억이 가물가물한 이유
“요정들의 보석.” 친구들과 저는 어린이집 놀이터 모래밭에서 찾을 수 있는 형형색색의 작은 돌멩이를 그렇게 불렀습니다. 수족관에 관상용으로 넣어둘 법한 돌멩이를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특별할 것 없는 돌멩이일지 몰라도 어린 저와 친구들은 마법이라도 깃든 것처럼 돌멩이에 대단한 의미를 두었습니다. 보물찾기라도 하듯 돌멩이를 찾아 사파이어, 에메랄드, 루비를 모으듯 색깔과 모양에 따라 분류해두곤 했죠. 모래를 체로 걸러 신비로운 “요정들의 보석”을 솎아내던 신성한 의식은 제 기억 속에 가장 어릴적 기억 가운데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분명 더 보기 -
2015년 6월 16일. 나치의 생체실험 데이터가 과학적으로 쓸모가 있다면 써도 될까?
호주 멜버른 대학교의 린 질럼(Lynn Gillam) 교수는 사회 전체가 범죄집단이 저지른 끔찍한 일을 잊지 않고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처벌을 가하는 것이 반드시 우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질럼 교수는 그 다음에야 완전히 공개적으로 해당 실험 결과를 써도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더 보기 -
2013년 3월 4일. 제인 오스틴의 혜안: 사랑은 망각을 필요로 합니다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의 마지막에 이르러 엘리자베스 베넷은 그간의 불화를 잊기로 결심하고 다아시의 청혼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둘의 약혼을 믿지 못하는 언니 제인에게 말합니다. “언니, 이런 경우에는 좋은 기억력이야말로 불필요한 거예요.(a good memory is unpardonable.)” 200년 전 제인 오스틴의 이 말을 확인해주는 결과가 “성격 및 사회심리학지(th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발표되었습니다. 노스웨스턴 대학의 연구팀은 서로간의 신뢰(trust)가 있는 연인들은 과거의 다툼을 덜 심했던 것으로 기억하는 반면, 신뢰가 부족한 연인들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