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이란 무엇인가(2/2)
2019년 9월 10일  |  By:   |  과학  |  No Comment

인간의 본성

연구자들은 인간의 뇌 또한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경험을 일반화하는 우리의 능력 중 적어도 일부는 과거의 기억을 능동적으로 망각하는 우리 뇌의 능력을 필요로 합니다.” 토론토 스카보로 대학에서 기계학습과 신경 네트웍을 연구하는 블레이크 리차드의 말입니다. 리차드는 뇌의 망각 능력이 어쩌면 과적합(overfit)이라 불리는 현상을 막아줄지 모른다고 말합니다. 과적합이란 인공지능 분야의 용어로 주어진 과거의 데이터에 너무 적합하게 학습된 나머지 새로운 데이터를 예측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공원에서 개로 부터 공격받은 사람이 공격을 유발한 특정한 행동 외에도 개가 으르렁거리게 만든 행동, 혹은 개의 귀 모양, 개 주인의 티셔츠 색깔, 태양의 각도 등의 모든 정보를 다 기억한다면 그 사람은 다음에 개로부터 공격받지 않기 위한 어떤 교훈을 찾기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불필요한 세부 내역을 제외한 핵심만을 기억함으로써 새로운 상황이 닥쳤을 때 이를 응용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 뇌가 과거 경험에의 과적합을 피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기억을 잊는다는 가설은 충분히 그럴듯합니다.” 리차드의 말입니다.

자전적 기억 능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 혹은 오히려 자전적 기억 능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를 통해 기억의 이러한 특성은 더 자세히 드러납니다. 과잉기억증후군(HSAM)을 가진 사람은 특정한 날 자신이 입었던 옷을 묘사할 수 있을 정도로 상세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놀라운 기억력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다른 영역에서 특별한 성공을 거두기 보다는 오히려 강박증과 같은 증상을 가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토론토 베이크레스트에 위치한 로트만 연구소의 인지뇌과학자 브라이언 레빈은 이렇게 말합니다. “특정한 사건에서 자기자신을 분리할 수 없다면 강박증에 걸리기 쉽겠지요.”

반대로 자전기억결핍증(SDAM)을 가진 이는 자신의 경험에서 세부적인 내용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들 또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예측하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하지만 리바인은 이 SDAM을 가진 이들은 추상적 사고가 필요한 직업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인다고 말합니다. 이는 그들이 시시콜콜한 사실에 신경쓰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SDAM 을 가진 사람들은 평생 일화적 기억에 얽매이지 않으며, 따라서 구체적인 일화에 구애받지 않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뛰어난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HSAM 이나 SDAM 이 아닌 이들의 망각 능력에 대한 연구 또한 건강한 뇌를 위해 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앤더슨의 연구진은 기능적자기공명영상(fMRI)과 자기공명분광법(MRS)을 이용해 해마에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GABA(γ-아미노부티르산)가 능동적인 망각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연구합니다. 이들은 특정한 생각을 억누르려 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GABA 수치가 높은 이들이 해마를 억제하는 전두엽 영역이 더 넓으며, 망각 또한 더 잘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우리는 이 특정 신경전달물질과 망각의 관계를 찾은 것입니다.”

잊기 위한 노력

생물학과 인지심리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망각을 더 잘 이해하게 되면서 앤더슨과 다른 연구자들은 불안증, PTSD, 알츠하이머 등의 질병에 대한 더 나은 치료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뇌의 GABA 수치가 망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앤더슨의 발견은 1960년대 이래 널리 사용된, 디아제팜과 같은 항불안제의 성분인 벤조디아제핀의 효과를 설명합니다. 연구자들은 벤조디아제핀은 GABA 수용체의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불안을 줄인다고 생각했지만, 구체적인 이유는 알지 못했습니다. 앤더슨의 발견은 이 질문에 대한 한 가지 설명을 제시합니다. 곧, 전두엽 피질이 해마에서 일어나는 생각을 억제하며, 해마에 충분한 GABA 가 있어야만, 전두엽피질의 지시를 따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두엽피질은 해마의 활동을 억제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장수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 명령을 따를 병사가 충분하지 않다면, 그 명령은 수행되지 않는 것이죠.”

원하지 않는 생각을 GABA를 통해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은 공포증, 조현병, 우울증 등에도 GABA가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이러한 질병은 과거 회상, 강박적 사고, 우울한 기억,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의지대로 제어하기 어려워하는 등의 공통적인 증상을 가지고 있으며, 해마의 과잉활동이라는 원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증상과 질병의 공통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앤더슨의 말입니다.

이 결과는 또한 트라우마를 만든 경험을 너무 잘 기억하는 증상인 PTSD의 치료에도 이용될 수 있습니다. 앤더슨과 그의 동료들은 그들이 자발적 망각(motivated forgetting)이라 부르는, 자원자들에게 원치 않는 기억을 억누르게 하는 실험에서 더 강한 트라우마 경험을 이야기한 자원자들이 특정한 기억을 억누르는 일에 더 능숙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러한 능력을 인지심리학적으로 이해하고, 정신적 탄력성을 키우는 방법을 찾게 된다면, 이를 PTSD 치료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트는 알츠하이머 또한 기억이 아닌 망각 기능의 오작동으로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망각 기능의 과잉 활동에 의해 기억이 더 쉽게 지워지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질문들은 더 많은 연구를 필요로 합니다. 이제 점점 더 많은 기억 연구자들이 망각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억의 생성과 저장, 인출에 이어 망각이 기억의 또다른 과정이라는 사실에 점점 많은 사람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연구자들은 망각을 기억의 중요한 영역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이트는 말합니다. “우리는 왜 기억을 하게 된 걸까요? 인간은 자신의 과거를 상세하게 기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완전히 잘못된 것입니다. 기억은 우리로 하여금 세상에 대한 지식을 가지게 만들며, 또 그 지식을 업데이트 할 수 있게 만듭니다.” 망각을 통해 우리는 개인으로, 하나의 생물 종으로 전진할 수 있습니다.

“진화는 기억의 미덕과 망각의 미덕 사이에 우아한 균형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영속성과 탄력성 사이의 균형인 동시에 불필요한 것을 제거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앤더슨의 말입니다.

1부로

(네이처, Lauren Gravitz)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