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posts by ingpp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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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7일. [필진 칼럼] 미국 대법원 돕스 판결, 중간선거 뒤흔들까?
미국 대법원은 지난 여름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이로써 반세기 동안 미국 헌법이 보장해 온 여성의 임신중절권은 더는 헌법상의 권리가 아니게 됐습니다. 앞서 5월 유출된 판결문 초안에서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던 사무엘 앨리토 대법관은 6월 실제 판결문에서도 임신 중절은 대법원이 옳고 그름을 가릴 사안이 아니라 시민이 선출한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로 대 웨이드를 폐기한 이른바 돕스(Dobbs) 판결의 의미와 영향은 더 보기 -
2022년 10월 31일. [필진 칼럼] 비행 에티켓 (2022년 판)
지난주 여름 일정을 마치고 런던에서 뉴욕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제 뒷자리에 앉은 승객이 비행 내내 제 의자를 발로 툭툭 차고, 의자 너머로 다리를 뻗으려다 제 팔을 자꾸 쳤습니다. 녹음해둔 팟캐스트 편집하려고 소음 차단 헤드폰을 꼈는데도 희미하게 떠드는 소리가 들릴 만큼 옆 사람과 나누는 대화의 데시벨도 컸습니다. 참다못해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뒤돌아서 조용히 하고 발도 그만 차 달라고 말했습니다. 마뜩잖은 표정으로 알았다고 답했지만, 10분쯤 지났을까요? 발차기와 시끄러운 대화는 다시 더 보기 -
2022년 10월 25일. [필진 칼럼] 선호투표제, 미국 정치 판도 바꿀까?
8월 24일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올린 글입니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주별, 선거구별로 예비 선거와 (당내) 경선(프라이머리, primary)이 한창입니다. 경선은 주로 화요일에 치러지는데, 어제(23일)는 뉴욕주 하원의원 경선이 치러졌고, 플로리다주 민주당은 공화당의 거물인 드산티스 주지사,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맞설 후보를 각각 뽑았습니다. 지난주 화요일(16일)에 치른 경선에서도 많은 뉴스가 나왔습니다.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건 와이오밍주 공화당 하원의원 경선에서 패배한 리즈 체니 의원일 겁니다. 와이오밍주는 주 전체 인구가 60만 명이 채 더 보기 -
2022년 10월 18일. [필진 칼럼] 마침내 통과된 기후변화 대응법, 성공인가 실패인가?
지난 8월, 마침내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이 미국 하원의 표결을 통과했습니다. 730쪽에 달하는 법안의 골자를 이루는 건 법안의 이름인 인플레이션과는 무관해 보이는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험 지원 확대 방안입니다. 물론 법안 통과를 환영한다고 밝힌 백악관의 설명에 따르면, 에너지 요금과 의료비를 낮출 수 있다면 치솟은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주에 법안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는데, 법이 발효되더라도 곧바로 물가가 내리지는 않을 겁니다. 여당인 민주당은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공화당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원안의 더 보기 -
2022년 10월 10일. [필진 칼럼] ‘용 나는 개천’의 비결은 ‘부자 친구’ 많이 사귀기?
개천에서 나는 용이 귀해진 요즘의 상황은 학계뿐 아니라 어느 분야라도 문제입니다. 다양성이 줄어들고 비슷비슷한 사고를 하는 사람끼리만 모여 있다 보면, 창의력과 역동성이 떨어지고 자연히 혁신도 일어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죠. 집단이나 사회는 서로 다른 이들이 함께 섞여 지낼 때 결국 더 좋은 결과를 냅니다. 경제학자들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오랫동안 연구해 왔습니다.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라도 성인이 돼서는 좋은 일자리를 얻고 중산층 또는 부유한 계층에 오를 기회가 풍부한 사회가 바람직한데, 그런 사회의 더 보기 -
2022년 9월 30일. [전문 번역] 리사 헤인즐링 칼럼 “미국 정치를 집어삼킨 대법원”
이번 회기 미국 대법원이 내린 판결 가운데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지만, 장기적으로는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판결이 바로 웨스트버지니아 대 환경보호청(EPA) 판결입니다. 그 내용에 관해 프리미엄 콘텐츠에도 글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요, 팟캐스트 아메리카노 세 번째 시즌 두 번째로 함께 읽은 책 “지구를 살린 위대한 판결”의 뒷부분에서 엄청난 반전을 선사한 주인공 리사 헤인즐링 교수가 이번 대법원판결의 함의에 관해 애틀란틱에 칼럼을 썼습니다. 보수 대법관들이 요구하는 엄격한 원전주의와 지나치게 상세한 내용의 법안을 요구하는 더 보기 -
2022년 9월 19일. [필진 칼럼] 현대 전쟁의 공급망
현대전(戰)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21세기 초 미국이 전 세계에서 벌인 ‘테러와의 전쟁’ 때만 해도 없었지만, 요즘엔 거의 빠짐없이 쓰이는 전술적인 핵심 무기가 바로 드론입니다. 지난 4월에 뉴욕타임스는 미국 공군 소속 드론 조종사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고발했습니다. 조종사들은 라스베거스 근처의 평범한 사무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밀 군사 시설)에 매일 출근해 지구 반대편의 드론으로 작전을 수행하는데, 예전에는 할 수 없던 명령을 수행하다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비롯한 참전 군인들이 겪는 정신 더 보기 -
2022년 9월 13일. [필진 칼럼] 상처만 남긴 보리스 존슨 총리의 3년
보리스 존슨 총리가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뒤 7월 13일에 프리미엄 콘텐츠에 쓴 글입니다. 2016년 6월 영국 국민은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을 탈퇴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유럽연합의 일원으로 계속 남아있어야 한다는 의견보다 52%:48%로 근소하게 앞선 표 차였지만, 어쨌든 국민투표 결과는 결과였습니다. 집권 보수당은 국민투표 결과에 자신의 직을 걸었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후임으로 테리사 메이 총리를 구원투수로 투입합니다. 유럽연합에서 탈퇴하기로 했어도 아예 모든 관계를 끊고 남으로 지내는 건 아니니 유럽의 일원이 아닌 영국과 더 보기 -
2022년 9월 5일. [필진 칼럼] 기후변화를 향한 미국 대법원의 ‘눈 가리고 아웅’
팟캐스트 아메리카노 이번 시즌에서 두 번째로 읽은 책이 기후변화 소송을 다룬 “지구를 살린 위대한 판결”이었던 만큼 올해 대법원 판결 가운데 기후변화와 관련된 판결 이야기도 여러 차례 소개했습니다. 오늘은 그 가운데 지난 7월 6일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소개한 글을 올립니다. 6:3의 압도적인 보수 우위의 미국 대법원이 7월 휴지기를 앞두고 기존 판례와 상당히 동떨어진 판결을 잇달아 내렸습니다. 수정헌법 2조를 맹신하는 대법관들은 공공의 안전을 위해 개인의 총기 소지를 제한하고 규제하던 법률을 위헌으로 더 보기 -
2022년 8월 29일. [필진 칼럼] 수정헌법 2조와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의 비뚤어진 원전주의
미국 대법원과 관련 있는 사람들이 절대로 휴가를 쓸 수 없는 달이 있다면 6월입니다. 법으로 정해진 미국 대법원의 한 해는 10월 첫 번째 월요일에 시작해서 이듬해 10월 첫 번째 월요일 전날인 일요일에 끝납니다. 보통 대법관들은 6월 말 또는 7월 초부터 여름휴가 및 휴지기를 갖고, 한 해 동안 고민하고 논의한 사건들에 관해 내린 결정을 휴지기 직전인 6월에 잇달아 발표합니다. 대법관은 물론 대법관의 심복인 로클럭들, 재판에 참여한 변호사, 로펌, 담당 기자들에게도 6월은 가장 바쁜 더 보기 -
2022년 8월 16일. [필진 칼럼] 사우디 국부 펀드 주최 대안 골프 대회 LIV, 그리고 스포츠워싱
지난 6월, 런던 근교에서 한 골프 대회가 열렸습니다. 리브(LIV)라는 낯선 이름의 대회는 여러모로 반쪽짜리 대회처럼 보였습니다. 참가 선수의 면면을 보면 유명한 선수도 있었지만, 아마추어 선수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특히 미국에선) 골프 채널 어디를 틀어도 이 대회를 볼 수 없었습니다. 같은 시각 우리에게 익숙한 P.G.A.가 주관한 다른 대회가 열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별로 주목할 게 없어 보이는 대회지만, 이 대회에 걸린 총상금은 2천만 달러였습니다. 골프에서 가장 권위가 높은 대회로 꼽히는 마스터스(Masters) 대회의 지난해 총상금이 더 보기 -
2022년 8월 8일. [필진 칼럼] 빌 게이츠가 말하는 다음번 팬데믹 막기 위한 ‘민관 협력’
국가별로, 지역 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은 대체로 끝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추산에 따르면 코로나19 희생자는 전 세계적으로 1,500만 명이 넘습니다. 직접적인 사인이 코로나19 바이러스였던 사례뿐 아니라 팬데믹 때문에 의료 체계가 마비돼 만성 질환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수술을 받지 못해 숨진 사람들까지 모두 더한 숫자가 그렇습니다. 엔데믹(endemic)에 관한 논의를 통해 지난 2년 반 동안 우리가 부족했던 점을 돌아보고 반성하지 못한다면, 그래서 더 철저한 준비 태세를 갖추지 못한다면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