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posts by eyesopen1
  • 2017년 11월 20일. 트랜스젠더 성 정체성을 둘러싼 문화 전쟁

    높은 광대뼈를 가진 아름다운 남성이 긴 속눈썹을 자랑하며 클럽으로 들어섭니다. 머리에는 은색 반짝이를 뿌리고, 웨딩드레스와 너저분한 운동복을 함께 코디했죠. 런던 클럽에서 이런 식의 성 역할 파괴(gender-bending)는 새로울 것 없는 현상입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극에만도 크로스드레서가 잔뜩 등장하고, 남장 여배우인 글래디스 벤틀리가 활동한 것이 1920년대, 데이비드 보위의 지기 스타더스트가 등장한 것이 1970년대의 일이니까요. 새로운 것은 기존의 성 정체성을 거부하는 선언이 이제 무대나 댄스 클럽을 벗어나 일상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는 점입니다. “젠더”라는 단어는 “섹스”라는 더 보기

  • 2017년 11월 13일. [칼럼] 루이스 CK의 세상에서 여성 코미디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코미디언이자 “코난쇼” 작가인 로리 킬마틴(Laurie Kilmartin)이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제가 루이스 CK를 만난 것은 올봄, 뉴욕의 한 극장에서였습니다. 그는 “새터데이나잇라이브”에서 선보일 모놀로그를 연습 중이었고, 과연 재미가 있었죠. 백스테이지에서 그와 인사를 주고받으며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 모든 게 오해라면, 그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면 정말 좋겠다고요. 스탠드업 코미디는 여성에게 힘든 업계입니다. 198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데뷔한 이래, 제가 함께 일했던 코미디언이나 클럽 주인들은 대부분 남성이었죠. 불편한 포옹에서 자연스럽게 빠져나오는 방법을 익히고, 고개를 돌려 더 보기

  • 2017년 11월 6일. [칼럼] 성범죄가 용인되는 환경의 확장을 막아야 합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세상은 성범죄자들로 가득 찬 것처럼 보입니다. 선한 남성이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 잘 모르는 여성의 목구멍에 혓바닥을 밀어 넣는 범죄자가 되는 것은 분명 아닐 겁니다.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하게 되기까지는 반드시 몇 단계를 거치기 마련입니다. 대부분의 남성은 어린 시절 환경의 영향으로 섹스에 대해 특정한 생각을 갖게 됩니다. 어린 시절 읽는 모든 동화와 고전 소설로부터, 그리고 (대부분의) 부모들의 인생 경험으로부터 우리는 은연중에 “섹스는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더 보기

  • 2017년 10월 30일. 차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우리는 대부분 차별이 소수자들의 삶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습니다. 차별받는 이의 삶 속에서는 자격을 갖추고도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데도 집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니까요.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흑인-경찰 간갈등 관계도 흑인들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죠. 최근 NPR과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 하버드대 연구진이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별은 건강에도 실질적이고 측정 가능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이번 조사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응답자의 더 보기

  • 2017년 10월 23일. 마라톤, 마의 2시간 벽 언제쯤 깨질까

    육상계에는 대표적인 기록 장벽이 세 개 있었습니다. 그 중 1마일 종목의 4분 장벽은 1954년 영국의 로저 배니스터 경이, 100미터 종목 10초 장벽은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미국 육상선수 짐 하인스가 깨뜨린 바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인류가 넘어서지 못한 기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42.2km를 2시간 안에 주파하는 것이죠. 마라톤 종목의 현재 세계 기록은 2시간 2분 57초로, 2014년 케냐의 데니스 키메토 선수가 세운 것입니다. 육상계에서는 올해 9월 24일 열린 베를린 마라톤 대회에서 케냐 더 보기

  • 2017년 10월 16일. 아마존의 도서 추천 기능이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긴다?

    좌파 성향 독자와 우파 성향 독자들이 서로 다른 책을 읽고 있다는 것 자체는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읽는 책 뿐 아니라 사는 곳, 먹는 음식, 음악 취향, 뉴스 소비 행태까지 모든 것이 다르니까요. 그리하여 사람들의 정치색은 점점 짙어지고,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는 서로를 모른 채 살아가게 됩니다. 이코노미스트가 데이터 과학자 발디스 크렙스에게 의뢰해 분석한 아마존의 도서 판매 데이터는 그러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보수 성향의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그런 책만 구입하고, 반대쪽도 마찬가지죠. 더 보기

  • 2017년 9월 25일. 트랜스젠더에게 불임 수술을 의무화하는 정책, 계속 유지될까?

    성별 재지정의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호르몬 요법과 수술, 사회적인 낙인과 차별까지도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많죠. 몰타, 아일랜드, 덴마크와 노르웨이의 시민은 당국에 자신의 결정을 알리는 것만으로 성별을 재지정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동의나 정신 질환 진단까지 요구하는 국가도 있죠. 스위스와 그리스, 대부분의 동구권 국가를 포함한 18개 유럽 국가에서는 그 이상의 조치를 요구합니다. 바로 불임 수술이죠. 그 배경은 무엇일까요? 이처럼 트랜스젠더에게 불임 수술을 받게 하는 정책에는 어두운 우생학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더 보기

  • 2017년 9월 18일. [칼럼] ‘햇살’이 아니라 ‘먹구름’이라도 괜찮아

    저는 스물네 살 되던 해, 뉴욕 어퍼이스트사이드에 룸메이트와 함께 자리를 잡았습니다. 부엌 창밖으로 교회가 보이는 작은 아파트였죠. 재택근무를 할 때면 교회 부속 유치원의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노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침이면 요가 바지를 입은 엄마들이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워 등원시키는 모습도 볼 수 있었죠. 이 아파트에서 보낸 10년의 세월을 거의 싱글로 보낸 저는 언젠가 나도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꿈을 마음속에 품게 되었습니다. 세월은 흘러 어느새 저는 딸 아말리아를 더 보기

  • 2017년 9월 12일. 부자들이 우리에게 말해주지 않는 것 (2)

    1부 보기 미국 사회는 자본주의 기업가들을 칭송하면서도 이들을 탐욕스럽고 무자비한 인물로 그립니다. 큰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들은 (특히 여성의 경우) 화려하지만, 자기 자신밖에 모르고 제멋대로인 인물로 인식되죠. 역사상 불평등이 아주 심했던 시기에는 부정적인 면모가 더욱 부각되었습니다. 제가 이 인터뷰를 했던 건 금융 위기와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가 한창이던 때로, 이때도 국가적으로 소득 불평등이 크게 부각되던 때였습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50%를, 1%가 전체 소득의 20%를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터뷰 대상자들이 더 보기

  • 2017년 9월 12일. 부자들이 우리에게 말해주지 않는 것 (1)

    30대 후반의 뉴요커 비아트리스 씨는 점심을 먹으며 최근 고민 중인 두 가지 사안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별장을 어느 동네에 구입할지, 그리고 아이를 어느 사립학교에 보낼지에 대해 남편과 의논 중이라고 말했죠. 이야기 끝에 그녀의 고백도 이어졌습니다. 새 옷을 사면 보모가 볼까 봐 가격표를 바로 떼어 버린다고요. 비아트리스 씨가 고급 제과점에서 사 온 빵에 붙은 가격표까지 바로 떼어버리는 것은 라틴계 이민자인 보모와 자신 간의 경제적 불평등에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비아트리스 부부의 연봉은 3억 더 보기

  • 2017년 9월 4일. [칼럼] 네오나치와 백인우월주의에 유머와 비폭력으로 맞서기

    체코 접경지역에 위치한 독일 마을 분시델은 수십 년간 원치 않는 방문객들과 싸워야 했습니다. 분시델에 히틀러의 측근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루돌프 헤스의 무덤이 있다는 이유로 매년 네오나치들이 이 곳을 찾아 행진을 벌였기 때문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맞불 집회를 열었고, 2011년에는 루돌프 헤스의 사체를 파낸 후 비석을 없애기에 이르렀지만, 네오나치들은 굴하지 않고 성지 순례라며 마을을 찾았습니다. 2014년, 마을 주민들은 전술을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유머와 전복을 무기로 삼기 시작한 것입니다. “우파에 맞서는 옳은 방법(Rechts Gegen 더 보기

  • 2017년 8월 28일. 2시 15분 기상, 하루 6시간의 출퇴근길

    셰일라 제임스 씨의 일주일은 월요일 새벽 2시 15분에 시작됩니다. 직업이 제빵사나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문제는 제임스 씨가 보통의 사무직 회사원이라는 점이죠. 올해 62세인 제임스 씨는 미국 정부 기관에서 공공보건 자문으로 일하면서 연간 81,000달러(약 9,000만 원)를 법니다. 그런 그녀가 새벽 2시에 하루를 시작하는 이유는 샌프란시스코의 비싼 집값 때문입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집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80마일 떨어진 근교 스톡튼으로 이사를 간 이후, 그녀는 매일 아침 기차와 버스를 번갈아 타며 두 번의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