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페@스프] “마녀사냥에 복수” 다짐하는 그, 정말로 ‘제왕적 대통령’ 될까
2024년 8월 26일  |  By:   |  SBS 프리미엄  |  No Comment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글은 7월 5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지닌 사람을 꼽으라면, 많은 사람이 미국 대통령을 몇 손가락 안에 꼽을 겁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 미국의 군대를 움직일 수 있는 통수권자이자 정부를 이끄는 정치지도자인 미국 대통령은 로마제국의 황제에 비유되기도 합니다. “제왕적 대통령”이란 말도 있을 정도죠.

그런데 미국 대통령의 실제 권한을 보면 “제왕적 대통령”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헌법을 비롯한 정치 제도 전반에 확고히 새겨진 “견제와 균형”이라는 원칙 때문입니다. 즉, 대통령이 연방 정부 가운데 행정부를 이끄는 수장은 분명 맞는데,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하는 요소, 장치도 대단히 많습니다.

궁극적으로 법을 만드는 권한은 대통령이 아닌 의회에 있고, 법을 집행하는 건 행정부 소관이지만, 법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판단하는 건 또 사법부의 몫입니다. 여기에 미국이란 연방을 대표하는 사무는 연방 정부가 보지만, 주 정부 소관인 일에 관해서는 대통령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기도 합니다. 외치에 있어서는 막강한 힘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 대통령이 내치에 있어서는 수많은 제약을 받습니다.

물론 20세기 중반 이후 대통령의 권한은 계속해서 커졌습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 대통령이 하야하긴 했지만, 대통령들은 꾸준히 의회와 힘겨루기에서 조금씩 우위를 점했고, 사법부, 특히 대법원에 행정부의 권한을 늘리는 데 공감하는 대법관들을 잇달아 임명하면서 힘을 키워왔습니다.

최근 “제왕적 대통령”이란 단어가 새로운 의미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바로 전직 대통령 최초로 형사 기소됐으며, 기소된 채로 재선에 한 번 실패한 과거를 딛고 대통령 선거에 다시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 때문입니다. 특히 트럼프는 자신을 향한 검찰의 기소를 정치적인 마녀사냥으로 규정하고,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똑같이 복수하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해왔습니다.

트럼프는 별도로 자신이 기소당한 사건 가운데 재임 중에 저지른 일에 대해선 면책특권을 주장했습니다. 11월 선거 전에 유죄 판결을 받는 걸 최대한 피하고자 하는 트럼프는 이 문제를 두고 대법원에 판단을 요청했는데, 대법원이 상당 부분 면책특권을 인정하며, 트럼프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트럼프로서는 바이든과의 첫 TV 토론에서 압승을 거둔 데 이어 이른바 사법 리스크 부담을 크게 던 지난 일주일이었는데요, 면책특권을 인정한 이례적인 판결이 지닌 문제점에 대해 하버드대에서 헌법을 가르친 로렌스 트라이브가 칼럼을 썼습니다.

전문 번역: “대법원이 법치 내팽개쳤다… 판사들이 트럼프에게 안겨준 그 선물”

 

트라이브는 특히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사실상 무너졌다고 지적하며, 연방법을 어겼을 때 이를 수사하고 기소해야 하는 검찰의 인사권을 대통령이 장악하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검찰의 독립성을 높여 제4부에 가까운 기관으로 격상하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미국 정치의 권력 구조는 우리와 다르므로, 오늘은 권력 구조 논의를 자세히 살펴보는 대신 트럼프가 꿈꾸는 “제왕적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왜 위험한지 살펴보려 합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대통령이 재임 중에 한 일 대부분에 폭넓은 면죄부를 준다는 판결입니다. 반대 의견을 쓴 소냐 소토마요르 대법관이 “특수부대를 동원해 정적을 살해하라고 지시해도, 뇌물을 받고 정당성이 없는 사면권을 남발해도 죄를 물을 수 없게 될 것”이라 개탄하자, 다수 의견을 쓴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일어나지 않은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 두려움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아마도 세상 많은 일이 그렇듯 현실은 두 가지 극단의 중간 어딘가일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향한 기소부터 무효로 돌리려 할 겁니다. 자신을 수사하고 기소한 잭 스미스 특검을 해임하고, 민주당 성향 검찰을 향해 대대적인 정치 보복에 나설 겁니다.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은 대통령의 행위에는 의회나 법원이 제동을 거는데, 트럼프는 첫 번째 임기 때보다 훨씬 더 거침없이 의회나 법원을 무시하거나 힘으로 찍어누를 겁니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대통령의 통치 행위로 인정되면 결과에 상관없이 대통령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됩니다. 나아가 공화당을 자신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보이는 이들로 채운 것처럼 행정부는 물론이고, 의회와 법원까지 자신을 지지하는 인사들로 채울 것이고, 그러면 트럼프는 더욱더 견제받지 않는 대통령이 될 겁니다. 대통령을 견제하거나 반대하는 목소리는 자연히 점점 더 묻힐 겁니다.

트럼프는 계속해서 자신을 향한 혐의가 전부 다 날조 혹은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형사 기소 여부는 트럼프의 정적 또는 민주당 성향 판사들이 아니라 시민들로 꾸려진 대배심이 결정하는 사안입니다. 트럼프가 받고 있는 혐의가 워낙 방대하고 복잡하며, 전례가 없는 일이긴 합니다. 그래도 혐의의 유죄 여부를 법정에서 다투기로 한 절차를 무시하고, 법 대신 선거를 통해 심판받겠다는 건 사법 제도를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정의가 승리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고, 이를 보장하는 제도가 올바른 제도일 텐데, 올해 선거를 앞둔 트럼프는 “이기는 쪽이 곧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트럼프의 위험한 생각에 날개를 달아 준 대법원의 판결은 올해 미국 대선이 끼칠 영향력을 극도로 증폭시켰습니다. 여기저기 예측하기 어려운 점이 많아지고,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후과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