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페@스프] Z세대 가치관에 문제 있다? 그런데 부모인 X세대가 더 문제다?
2024년 4월 30일  |  By:   |  SBS 프리미엄  |  No Comment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글은 3월 11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정치적인 성향은 어떻게 형성될까요? 정치적인 성향이 세부적인 변수라서 다소 좁은 의미로 정의하게 돼 문제라면, 좀 더 넓은 의미에서 한 사람의 가치관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삶을 대하는 관점,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한 생각과 의견 등을 종합해 그 뿌리를 따져 보면 나의 가치관에는 지금까지 내 삶의 다양한 경험과 그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이 군데군데 반영되고, 녹아 있습니다. 그 경험 중에는 개인의 경험도 있겠지만, 비슷한 또래 집단, 즉 같은 세대라면 공유하는 경험도 있을 겁니다. 똑같이 전쟁을 겪은 세대라도 총을 들고 전장에서 싸운 세대와 어렸을 때 전쟁이 발발해 피란길에 올라야 했던 세대의 전쟁 경험은 다를 겁니다. 전쟁이 끝난 뒤 태어난 세대와 그 전쟁 이야기를 부모가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듣고 자란 세대의 관점은 또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즉, 누군가의 가치관이나 정치적인 성향은 그 사람이나 집단이 나고 자란 환경, 한 사회의 세태나 경향에 따라 겪게 되는 많은 경험의 영향을 받습니다.

기성세대는 늘 새로운 세대에서 나타나는 가치관의 변화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나와 다른 점이 왜 그런지 궁금하고 그 이유에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이죠. 현재 성인 가운데 가장 젊은 세대라 할 수 있는 Z세대의 특징 가운데 성별에 따른 문화적인 차이가 두드러지고, 정치 성향에서도 남녀의 차이가 눈에 띈다는 분석은 종종 등장합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프렌치가 글을 썼습니다.

전문 번역: 점점 더 커지는 남과 여 차이…수성에서 온 남자, 해왕성에서 온 여자

 

미국 Z세대의 가치관과 미국의 상황, 문화적 변화를 주로 다룬 칼럼이지만, 우리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글입니다. 성별에 따라 삶의 경험이 다르고, 그로 인해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이 크게 차이 난다는 점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성별에 따른 가치관이나 성향 차이에 그치지 않고, “젠더 갈등”으로 비화하기도 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쩌면 현재 저출생 문제 해결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일지 모릅니다.

칼럼은 미국의 경우 Z세대의 부모 세대인 X세대의 교육 방침과 철학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자유롭게 생활하고 실수도 하고, 때로는 좌충우돌 부딪쳐 가며 어른이 된 X세대가 정작 자기 자식들은 “온실 속 화초”로 키웠다는 지적이죠. 그래서 Z세대는 부모가 억지로 만들어 낸 스펙은 화려할지 몰라도 사회성이나 독립심이 부족하고, 다른 사람과 자연스러운 관계를 맺지 못하고 친구를 잘 못 사귄다는 겁니다. 분리된 삶이 가치관의 변화에 끼치고, 결혼을 덜 중요하게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하는 지점에선 다소 비약이 있어 보이지만, 어쨌든 지금 젊은 세대가 다른 사람들과 덜 어울리는 세대라는 사실을 많은 데이터와 설문조사 결과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와 외로움

세상을 연결하는 매개체를 자처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역설적으로 사람들을 고립시키고, 외롭게 만든 건 미국과 한국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전 세계 어디서나 마찬가지죠. 다만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는 젊은 세대와 혼인율 감소를 직접 연결하기보다 좀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소셜미디어의 보급과 함께 더 심각해진 외로움에 관해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젠더 갈등이 없다거나 심각하지 않다고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가치관의 변화로 인해 나타난 현상 가운데 젠더 갈등 못지않게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하는 현상이 있다면 바로 사회적인 고립감의 증가, 그로 인한 외로움의 증가일 겁니다.

사실 정부 부처 중에 외로움부를 만든 영국의 사례를 다룬 칼럼을 소개하면서 어쩌면 외로움부가 가장 필요한 나라는 우리나라일지 모른다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외로움을 공중보건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질병으로 인식한다면, 외로움의 원인을 제거하고 완화하는 일은 중요한 공중보건 정책이 될 겁니다.

 

근본적 원인, 해결할 수 있을까?

성별에 따른 정치 성향의 차이를 다시 좁히는 일도, 심지어 외로움을 질병으로 바라보고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일도 모두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고치는 것보다는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깝습니다. 그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가치관의 변화가 없다면 같은 문제가 언제든지 또 발생할 수 있습니다.

데이비드 프렌치는 교육에서 해법을 찾고자 했습니다. 물론 어떤 문제의 원인을 한 마디로 단언할 수 없듯이 제대로 된 대책이란 정교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종합적인 해법이어야 할 겁니다. 교육 측면에서의 해법은 자녀에게 주도적으로 자기 삶을 살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자라날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그래야 사회성과 독립심을 동시에 갖춘 균형 잡힌 성인이 나올 거고, 인간관계도 자연히 더 풍성해질 겁니다. 정치적인 견해 차이를 억지로 좁힐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큰 진전이라 부를 수 있을 겁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가치관의 변화는 무엇이 있을까요? 칼럼에서 지적한 교육도 중요할 테고, 일과 경력에서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찾으려 하는 세태도 한국에 적용해 볼 수 있는 문제입니다. 또 미국에선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문제들도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수많은 분야에서 경쟁이 너무 치열합니다. 노동시간은 너무 길고, 효율성은 낮습니다. 외로움을 타파하는 데 효과적인 가족과의 시간, 친구와의 시간을 갉아먹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덜 중요한 데 낭비하게 되는 요소가 많다는 뜻입니다.

어떻게 하면 실제로 가치관을 바꿔 문화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한 일입니다. 다만 최소한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낡은 가치관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일에 사회가 좀 더 너그럽게 기회를 주고 기다려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