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페@스프] 도시가 놀이터 되면 오프라인도 살아날 수 있을까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그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늘 소개하는 글은 5월 29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하버드의 경제학자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2011년 베스트셀러 “도시의 승리”에서 도시를 인간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 칭했습니다. 그의 도시 예찬은 인간이 모일수록 더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말하는 점에서 인간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드러낸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자연에 대해 도시라는 인류 문명의 승리를 알린 것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는 그의 주장과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곧, 자연이 만들어 낸 바이러스는 인간이 모여 살수록 더 빠르게 번지며 창궐하는 존재였습니다. 그 결과, 팬데믹 기간 사람들은 접촉을 피했고, 비대면은 문화가 되었으며, 재택근무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글레이저가 도시 중의 도시로 꼽았던 뉴욕 역시 그 영향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떨치자 사무실은 비었고 사람들은 외곽으로 빠져나갔습니다. 뉴욕의 공실률은 8%에서 16%로 두 배 높아졌습니다. 이 추세는 코로나가 끝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뉴욕의 미래가 달린 ‘놀이터 도시’
이 사실이 도시의 종말을 의미할까요? 아니면 적어도, 고밀도, 고집적을 우선 추구했던 과거의 경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뜻일까요? 글레이저는 지난 10일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을 통해 “내일의 도시”의 저자인 MIT의 카를로 라티와 함께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도시 뉴욕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자세히 짚었습니다.
전문 번역: 이것은 어떤 신호일까, 뉴욕에 빈 사무실이 엠파이어스테이트 26개만큼 있다는 것.
그는 글의 시작부터 뉴욕의 미래는 ‘놀이터 도시’라고 선언합니다. 뉴욕의 건물들은 여전히 비어있지만, 지난해 560만 명의 관광객으로 뉴욕은 북적였으며, 이는 설사 젊은이들이 낮에 줌을 통해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밤을 즐기기 위해 도심으로 들어오게 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그러려면 분명 도시의 구조 자체가 변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는 이런 변화가 결코 새로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전합니다.
뉴욕은 이민자들이 몰려들던 수백 년 전 미국 역사 초기에는 주요 항구 도시로 설탕이나 출판처럼 수입품에 의존하는 산업 도시였습니다. 이후 철도가 들어서며 교통의 중심지가 되어 제조업이 번성했습니다. 그러나 고속도로와 컨테이너선이 발달하자 교통 중심지로의 뉴욕은 명성을 잃었고, 지금으로부터 그리 오래되지 않은 1970년대, 뉴욕의 제조업 역시 붕괴하고 맙니다. 그러나 뉴욕은 금융이라는 새로운 지식 산업의 중심지로 재탄생하면서 제조업 붕괴로 촉발된 위기를 벗어납니다.
글레이저는 금융 중심지로의 뉴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우선, 금융은 다른 산업과 달리 환경이나 자원과 같은 도시의 내재적 특성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사람들이 살기 좋은, 살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줄리아니와 블룸버그 같은 경영자 스타일의 시장은 이런 분위기에서 당선되었고 실제로 뉴욕의 범죄율을 크게 낮추어 뉴욕을 우울한 도시에서 즐거운 도시로 바꾸었습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명확해진 새 과제
하지만 코로나는 뉴욕에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이제 뉴욕은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변화에서 앞서 금융 중심지를 위해 만든 즐거운 도시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글레이저는 ‘놀이터 도시’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곧, 생활과 노동, 여가가 한데 어우러지는 복합용도지역에서 다양한 사용자가 하루 내내 오가며 생산적이고 유쾌한 역동성을 만들어 내는 도시입니다.
그는 이러한 새로운 도시를 위해 여섯 가지 원칙을 제안하는데,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줄일 수 있습니다. 하나는 규제를 풀어 빈 사무실을 주거지로 탈바꿈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낮은 비용으로 도심에서 생활과 일, 오락을 같이 즐길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제안은 더 흥미롭습니다. 바로 오프라인에 온라인과의 싸움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지역 상권이 온라인 쇼핑에 대응할 수 있는, 그리고 영화관이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항할 수 있는 여러 아이디어를 정부에 제안합니다. 이를 통해 바깥에 나가 사람들을 직접 만나는 것이 스마트폰을 보는 것보다 더 즐거운 일이 되게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가 말한 원칙들은 뉴욕에만 유효한 것도 아니고 코로나19 때문에 비로소 필요해진 것도 아닙니다. 팬데믹 이전에도 오프라인 세계는 온라인과의 싸움에서 연패를 면치 못하고 있었고, 여기에 우려를 표하는 많은 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그 역시 도시의 장점을 살리고 인류 문명의 지속적인 번영을 위해 오프라인을 살려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입니다.
물론 어떤 이들은 온라인을 전 세계 모든 인류가 물리적 거리와 지위의 제한 없이 만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공간이라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온라인상의 교류와 물리적 만남에서 얻을 수 있는 보다 깊은 교류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는 많은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사람들 간의 교류를 가장 중시하는 도시 전문가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도시가 가진 오프라인의 특성을 살릴 방법들을 제안한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