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레볼루션(3/4)
2019년 11월 15일  |  By:   |  과학  |  No Comment

정보와 뇌

그럼 핫미디어는 핫메시지가 성공할 수 있는 공간, 혹은 무대를 만든다고 말할때, 그 말은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무대란 무엇일까요? 사실 무대는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의 관심과 이해가 바로 정보가 “발생”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즉, 헤드폰과 오디오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곧 우리의 뇌에서 정보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더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뇌는 매우 중대한 임무를 띄고 있습니다. 바로,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감각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이는 곧 속도의 문제입니다. 뇌 속의 신경세포들은 수십 혹은 수백 밀리세컨드 안에 여러 감각 정보들을 처리해야 합니다. 가장 단순한 신경회로에도 수십 개의 신경세포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들을 빠르게 처리하는 기술 없이는, 감각 신호를 처리하거나 운동 신호를 지시하는 일은 끝없이 미루어질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 일종의 넘겨짚기(feed-forward)를 이용합니다. 이는 우리에게 익숙한, 혹은 예측가능한 정보가 들어왔을 때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입니다. 다음 문장을 봅시다. “난 너를 믿었던 만큼 난 내 친구도 믿었기에 난 아무런 부담없이 널 내 친구에게 소게시켜 줬고 그런 만남이 있은 후부터 우리는 자주 함께 여행을 떠났지” (잠깐, 뭐라고요?)
(역주: 저자가 90년대 미국의 인기곡(Smash Mouth 의 All Star)을 이용하여 설명하였기에 편의상 이를 한국의 인기곡으로 바꾸었습니다)

자 어떤가요? 문장을 읽기 시작한 뒤 당신은 이 곡이 김건모의 노래라는 것을 눈치채고는 미처 눈이 가사를 읽기 전에 가사를 떠올리면서 읽는 속도를 올렸을겁니다. 그리고 나머지를 대충 건너뛰며 – 곧 저해상도로 – 읽으며 빈 공백만을 채웠습니다. 하지만 “여행”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멈추게 됩니다. 넘겨짚기를 사용한 내용과 맞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앞으로 가서 처음부터 단어를 하나씩 읽었을 겁니다.

우리가 넘겨짚기를 사용하는 이유는 우리가 위 문장이 “잘못된 만남”의 가사라는 것을 안 순간, 나머지 단어들이 어떠한 불확실성도 추가로 없애주지 않으며, 곧 거의 아무런 새로운 정보를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는 우리가 “난 너를 믿었던 만큼 난 내 _ _ 도 믿었기에”에서 빈 칸을 거의 순간적으로 채울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행”은 새로운 정보를 주지요. 당신은 곧 “여기 해결해야할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보다 까다로운 상태인 고해상도 정보처리 모드로 돌아간 것입니다.

이 넘겨집기는 우리 뇌가 가진 중요한 정보처리도구입니다. 우리는 감각 신호 자체와 추상적 수준의 명령에 이르는 모든 수준에서 이 도구를 사용합니다. 우리 뇌는 세상의 모든 정보를 그대로 고해상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기대와 외부로부터의 정보를 끊임없이 조합하며 세상을 이해합니다.

실제 감각 신호에서 언제 고해상도의 집중 상태를 취할지, 또 언제 저해상도로 대충 신호를 받으며 그 공백을 임의로 채울지를 우리는 무의식과 확률적 판단을 이용해 쉬지않고 결정합니다. 저 위의 가사를 다시 보면, 당신은 내가 “소개”가 아닌 “소게”로 썼다는 것을 지금 비로소 알게 되었을겁니다. 이는 작은 오류이기 때문에, 당신으로 하여금 집중 상태로 바꾸게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어쩌면 당신은 눈치챘을 수도 있겠죠. 뇌과학의 입장에서 모든 것은 그저 확률일 뿐입니다.

핫미디어와 쿨미디어의 뇌근육

뇌과학 이야기를 한 것은 중요한 사실을 지적하기 위해서입니다. 뇌는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감각 정보를 넘겨집기와 공백 메꾸기를 사용하는 저해상도 시스템과 모든 정보를 집중해서 처리하는 고해상도 시스템을 번갈아가며 사용합니다. 무언가 떠오르지 않나요? 바로 쿨과 핫의 개념입니다.

우리가 앞서 가볍게 다룬 핫미디어와 쿨미디어의 가장 큰 차이는 맥루한의 구분대로 핫미디어는 하나의 감각을 주로 이용하는 반면, 쿨미디어는 여러 감각으로 정보를 보낸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이 문제에 대한 뇌과학의 설명이 있습니다. 우리 뇌는 감각 신호를 두 가지 다른 방식으로 처리합니다. 바로 단일 감각 처리(시각만, 혹은 청각만 처리하는)와 다중 감각 처리(여러 감각을 통합해 하나의 완전한 대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아직 우리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하지만, 우리 뇌는 단일 감각 처리 방식으로 작동할 때, 불확실성과 “새로운 정보”에 더 민감한 것처럼 보입니다. 다중 감각 처리를 담당하는 뇌의 신경회로는 우리 뇌를 고해상도 모드로 덜 바꾼다는 것입니다. 다중 감각 처리의 경우 상대적으로 저해상도 모드로 동작하며, 알아서 빈 공백을 채우는 것을 선호합니다. 곧, 더 쿨한 감각처리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편, 모든 감각이 동일한 것은 아닙니다. 청각, 그 중에서도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은 우리 뇌를 고해상도 모드, 곧 “여기 중요한 정보가 있어” 모드로 특히 잘 바꿉니다. 쓰여진 글 또한 우리 뇌의 언어 영역, 곧 진화적으로 시각 신호를 청각 신호로 바꾸도록 만들어진 영역을 통해 같은 성질을 가집니다.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대화와 1회성 의사전달방식인 독백의 차이도 있습니다. 대화는 쿨 하며, 정보가 불연속적으로 전달되며 넘겨짚기와 같은 참여를 필요로 하는 반면, 한 번에 모든 것을 전달하는 독백은 고해상도의 정보로 구성됩니다.

이제 우리는 핫미디어와 쿨미디어가 미치는 영향력을 근본적인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쿨한 감각 인식과 쿨미디어는 감각과 미디어 자체에 대해서는 집중을 덜해도 되는 반면, 그 내용을 채우기 위해 많은 관여를 필요로 합니다. 이때 우리는 공백을 메꾸는 모드로 존재하며, 미디어를 저해상도로 받아들이는 대신 넘겨 짚기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반면, 핫한 감각 인식과 핫미디어는 미디어 자체에 강하게 집중하는 대신, 스스로 내용을 상상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넘겨 짚기 모드를 멈추고 고해상도 모드로 미디어 자체의 정보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 글에서 단 하나의 핵심을 기억해야 한다면, 바로 이 점 입니다. 핫한 감각 처리 신경과 쿨한 감각 처리 신경은 일종의 근육과 같다는 것입니다. 더 많이 사용하면 그 능력은 더 강해집니다. 그리고 더 강해진 능력을, 우리는 다시 더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우리는 흔히 우리 뇌가 어른이 되면 변화를 멈춘다고 생각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뇌가 얼마나 가소적인지를, 곧 반복된 사용으로 얼마나 더 강해질 수 있는지는 점점 더 밝혀지고 있습니다.

쿨한 신경회로를 사용할 때마다 당신은 쿨미디어와 쿨메시지에 적합한 쿨한 무대를 만드는 것입니다. 핫한 신경회로를 사용할 때 또한 핫미디어와 핫메시지에 맞는 핫한 무대가 뇌에서 만들어집니다. 그 무대가 바로 당신입니다. 그럼 헤드폰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가요?

옛날의 라디오와 오늘날의 라디오

라디오는 완벽한 핫미디어입니다. 라디오는 우리가 고려하는 세 가지 측면에서 완벽하게 이 조건을 만족합니다. 하나의 감각만을 사용하며, 고밀도의 정보를 가진 누군가의 목소리로 전달되며, 일방향으로 정보의 덩어리가 전달됩니다. 라디오는 우리 뇌를 고해상도, 고집중, 저관여 모드로 만듭니다.

미국의 라디오는 흥미로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추어 햄 라디오로 시작한 라디오는 20세기 전반부 미국의 RCA 사에 의해 커다란 산업으로 자라났습니다. (팀 우의 마스터 스위치는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잘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텔레비전이 전국 방송의 중심으로 자리잡으면서 라디오는 음악, 날씨, 교통 그리고 특히 토크 라디오 등의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지역 중심의 활기찬 만화경과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미국의 토크 라디오의 인기와 영향력은 간과되기 쉽습니다. 평균적인 미국인이 라디오를 듣는 시간은 하루 한 시간 반에 이르며 이중 15%가 토크 라디오입니다. 여기에 인터넷 라디오와 팟캐스트를 더하면 라디오를 이용하는 정치 진영은 매우 다양해집니다. 하지만 AM 라디오는 전통적으로 미국 우익의 본거지였습니다. 진행자가 홀로, 그리고 직접적으로 청취자에게 고해상도로 이야기 함으로써 라디오는 사적인 매체가 됩니다. 사람들이 라디오를 듣는 장소 중 가장 중요한 장소는 공공장소나 집이 아니라 바로 차 안 입니다. 막히는 도로에서 당신과 숀 해니티(역주: 미국의 유명 라디오쇼 진행자) 두 사람만이 차 안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헤드폰이 바로 그런, 완벽하게 사적인, 단 두 사람만 존재하는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오늘날 누구나 자신의 주머니에는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으며, 헤드폰이 두 사람 사이의 빈 공간을 메꾸어줍니다. 놀라운 점은 미국에서 인터넷을 이용한 오디오 스트리밍(음악, 팟캐스트, 오디오북, 인터넷 라디오)의 증가가 진짜 라디오 청취율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곧, 사람들은 원래 듣던 라디오에 더해, 새로운 오디오를 듣기 시작한 것입니다.

한 번 거리에 나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헤드폰 속에 파묻혀 있는지 살펴보기 바랍니다. 이 오디오들은 점점 더 시끄러워지는 세상에 한 겹의 층을 더 쌓고 있습니다. 이 모든 오디오 자극은 우리를 조금씩 바꿉니다. 조용한 클래식 뮤직 조차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조금씩 우리 뇌의 핫한 감각 처리 과정을 자극하며, 차가운, 고관여의, 관행을 따라가는, 넘겨짚기를 활용하는 정보 처리 과정으로부터 우리를 바짝 정신차리게 만들고 집중하게 만드는 뜨거운 상태로 만들어 갑니다.

오디오를 잠깐 듣는다고 해서 우리 뇌가 바로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수백 시간을 계속 듣는 다면 다르겠지요. 이 효과는 누적됩니다. 바로 이 때문에 쿨미디어 환경은 우리를 쿨메시지에 귀기울이게 하고, 핫미디어 환경은 핫메시지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우리는 이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가장 중요한 오디오 중심의 매체는 마치 방안의 코끼리와 같은 존재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우리에게 주고 있지요. 인터넷 라디오? 팟캐스트? 아닙니다. 사실 사람들은 이들이 오디오 미디어라는 것 조차 실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로 유튜브입니다.

(Alex Danco)
4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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