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의 에너지 문제(2/2)
“비트코인의 문제만 따지는 것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다른 화폐들의 비용도 따져봐야하지요.” 시어러는 말합니다. “돈을 찍고, 유통시키며, 오래된 지폐를 폐기하고 새로 인쇄하는 등의 비용이 드는 현금기반 경제에서 자산을 추적하고, 관리하며, 장부의 신용을 유지시키는 기술의 총 비용은, 내가 1년 전 이를 조사했을 때에는 비트코인의 비용과 비슷했습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요. 디지코노미는 전체 비자 네트웍의 에너지 소모량은 비트코인 에너지 소모량의 0.3%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비자 회사 사무실이 사용하는 전기량은 고려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으로는 비자처럼 물건을 살 수 없습니다. 아, 그리고 구글이 있지요. 모든 구글 시스템이 2015년 사용한 전기량은 5.7테라와트시로 비트코인이 한 시간 동안 사용하는 전기의 1/5 밖에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구글은 2017년 모든 에너지를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바꾸었습니다.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인 장비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채굴자들은 전기를 적게 쓰기 보다는 채굴을 더 많이 하려 합니다. 이는 모든 에너지 효율적인 기술의 발전에서 사람들이 행동했던 방식입니다. 증기기관이 등장했을때, 석유가 등장했을때 모두 마찬가지 였습니다. LED는 훨씬 에너지 효율적인 등화기술이지만 사람들이 등화에 쓰는 전체 에너지는 줄지 않았습니다. 그저 더 많은 등을 달고 더 주위를 환하게 했을 뿐입니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올라갈수록 사람들은 채굴을 위해 전기를 더 많이 쓰게 될 것입니다.” 워싱턴 대학의 마이클 테일러의 말입니다. “채굴장치의 에너지 효율이 증가할 때 사람들은 더 많은 장치를 채굴에 투입해 왔습니다. 이때문에 에너지 효율 증가는 전체 에너지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작업증명이 문제입니다. 그럼 이 기술을 대신할 다른 기술을 찾으면 되겠지요. 암호화폐 연구자들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 가지 방법은 신용이 이미 확인된 하드웨어를 사용함으로써 작업의 부담을 낮추는 것입니다. 다른 방법은 지분증명(proof of stake)이라는 방식으로, 계산 대신 자신이 가진 암호화폐의 양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진 암호화폐의 양만큼 블록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겁니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채굴을 비싸게 만들기 위해 컴퓨터로 계산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냥 비싸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 기술은 사실상 전력 소모를 거의 영에 가깝게 만들 수 있지요. 하지만 아직 현실에서는…” 본느는 잠시 말을 멈추었습니다. “… 이 기술을 연구중인 몇몇 팀이 있습니다.”
일종의 비트코인 계급사회군요. 나쁘지 않게 들리네요. “전기를 더 많이 쓰는 사람에게 블록을 만들 수 있게 만드는 것과 비교해 꼭 더 나쁘다고 말하기는 힘들지요.” 본느는 말을 이었습니다. “중국의 사막에서 국고 보조금을 받으면서 블록을 만들고 있는 이들을 생각한다면요.”
그럴수도 있지요. 그럼 다른 방식은 어떨까요? 지금 채굴을 위해 이루어지는, 해쉬 알고리듬을 푸는 일은 사실상 무의미한 일입니다. 물론 이는 의도적인 것입니다. 어쨌든 그 에너지는 그냥 소모되고 마는 것이죠. 좀 유용한 일을 하는 건 어떨까요? 집단 작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용해, SETI 처럼 외계인을 찾는다던지, 아니면 의학 발전을 위해 단백질 구조를 푼다던지 하는 식으로 말이지요. 아니면 진짜 현실의 암호 문제를 풀고 소인수 분해를 하는 건 어떨까요? 하지만 그는 부정적입니다. “그렇게 할 수 없는 이유를 말씀드리지요. 사실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시어러는 말합니다. “비트코인이 어떤 유용한 문제를 푸는데 사용된다고 해봅시다. 이는 그 유용한 일과 이를 통해 얻게되는 비트코인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비트코인의 가치를 그 유용한 일로 얻게되는 이득에 결부시키게 됩니다.”
아, 그렇군요. 지금 비트코인의 가격은 아무런 기준점이 없습니다. 그저 사회적으로 결정되고 있을 뿐입니다. 세계 통화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암호화폐가 어떤 합리적인 교환비를 가져서는 안되기 때문이라는 말이군요. 음, 잠깐만요. 돈은 다른 돈과 교환되어야만 의미있는 것 아닐까요? 그래야 돈이 돈으로 가치를 가지지 않을까요? 그리고 P2P 네트웍에서 이루어지는 계산이 그저 의미없는 계산이 되는것도 문제 아닐까요? “나도 처음에는 어떤 유용한 일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지요.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화폐의 운명을 단백질 구조 문제와 연관시킬 이유가 있을까요? 만약 과학기술이 발전해 다른 방식으로 단백질 구조를 쉽게 풀 수 있게 되면 그 화폐는 어떻게 될까요? 결국 하나의 신기술을 다른 기술에 종속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시어러의 말입니다.
그래서 작업 증명을 버릴 수 없는 것이군요. 그래서 더 유용한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구요. (아니면 그런 일을 하는 다른 암호화폐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단지 비트코인은 아니라는 것이죠.) 하드웨어를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음, 왜 안된다고만 하시나요. 답을 찾아 봅시다.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런 쪽으로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한 가지 간단한 방법은 열을 난방에 이용하는 겁니다.” 테일러의 말입니다. 그는 스톡홀름에서 이미 데이터센터의 열이 가정용 난방에 사용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오늘날 난방을 위해 화석 연료가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방법은 환경친화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겁니다.”
그럴듯 하네요. 하지만 물리학자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이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ASIC 기기를 건물의 구조에 포함한 새로운 건물을 지어야 합니다. 하지만 채굴기계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요. 진짜 진실은 가장 저렴하고 가장 고밀도의 에너지는 기후변화의 주범인 화석연료라는 것이고 비트코인 채굴은 바로 그 가장 저렴한 에너지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비트코인 채굴에서 나오는 열을 다시 전기로 바꾸겠다는 아이디어에 나도 잠깐 솔깃했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열역학을 기억해야 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수학과 물리학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어쩌면 경제학은 도움이 될지 모릅니다. 비트코인 채굴자들은 비트코인을 보상으로 받기 때문에 전기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떨어진다면, 혹은 전기의 가격이 올라간다면 채굴기를 꺼버리겠지요. 해쉬 문제는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지며 매 4년 마다 보상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지금은 블록 하나에 12.5 비트코인을 주고 있지만 “2020년 6월이 되면 다시 절반”이 된다고 테일러는 말합니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안정화된다면, 보상이 줄어들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 또한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보상이 줄어드는 이유는 전체 비트코인의 수를 제한했기 때문입니다. 그 수는 2,100만개이며 2032년이면 99%가 세상에 풀리게 됩니다. 그 때 쯤이면 거래 수수료만이 채굴의 보상으로 남습니다. 더 에너지 효율적인 다른 암호화폐가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 비트코인은 점점 더 주류 화폐 보다는 투기 목적으로 쓰이고 있는 듯 합니다. 수학과 물리학, 경제학에서 모두 성립하는 한 가지 법칙이 있습니다. 바로 거품은 터진다는 것입니다.
(와이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