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이대로 좋은가?
리우 올림픽이 끝났습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도시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남미 최초의 올림픽은 선수들이 흘린 땀과 열정만큼 수많은 기록을 남겼지만, 기본적으로 현재의 올림픽 모델이 정말 괜찮은가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에는 어떤 긍정적인 답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폐회식과 함께 17일간의 대회가 막을 내린 뒤 리우에 남은 것이 무언지 살펴보면, 현재 올림픽이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도 드러납니다. 먼저 활용 방법이 마땅치 않은 여러 경기장과 대다수 노동자 서민층에는 아마도 그림의 떡이 될 수영장 시설이 있죠. 이미 경기장과 부대시설을 짓는 과정에서 주민 수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자연보호 구역으로 지정됐던 곳에 골프장을 지었고, 선수촌 아파트는 고급 주택으로 분양한다는 계획입니다. 리우 주정부는 여전히 시설 공사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의 봉급을 다 주지 못했습니다. 병원처럼 아주 기본적인 시설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월급도 여전히 밀려 있습니다. 대회 기간 치안을 담당했던 군대가 철수하면 범죄율이 크게 높아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몇 가지 개혁 조치를 취했다지만, 여전히 개최국에 근본적으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건 바뀌지 않았습니다. 고작 2주 남짓한 대회가 끝나면 십중팔구 애물단지로 전락할 경기장과 부대시설을 새로 짓는 데 드는 엄청난 비용은 여전히 개최국이 조달해야 합니다. 환경 파괴 논란은 최근 열린 모든 올림픽이 피해 가지 못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에는 개최 도시가 친환경 올림픽을 치르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을 때 이를 제재할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지속 가능하고, 훨씬 덜 파괴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그 방법을 살펴보기 전에, 브라질에서 열린 올림픽에 서구 언론이 이중 잣대를 들이댔다는 칼럼니스트 로저 코헨(Roger Cohen)의 글에 관해 먼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코헨은 지난주 칼럼에 이렇게 썼습니다.
올림픽이라는 축제에서 배제된 빈민층, (아마도 거짓말로 판명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 수영선수 네 명이 무장 괴한에게 강도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비롯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폭력과 치안 불안, 심각한 빈부 격차, 조직위원회의 대회 운영 미숙, 스포츠정신을 망각한 러시아의 조직적인 도핑, 지카 바이러스, 돈을 허투루 낭비하도록 만든 만성적인 부패까지 리우 올림픽에 대한 비판은 끝이 없다. 사실 나는 이런 판에 박힌 비판, 때로는 도를 넘은 비난에 신물이 날 지경이다.
코헨은 다들 아시다시피 대단히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함을 간직한 훌륭한 칼럼니스트입니다. 저는 코헨과 의견이 거의 정반대일 정도로 다르지만, 코헨이 지적한 내용은 모두 함께 곱씹어볼 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그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 혹은 제3세계에서 대형 스포츠 행사를 개최하는 데 일종의 반감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는 오히려 어떤 나라에 우리가 표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의는 그 나라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진지하게 살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반감이나 시기심 때문에 억지로 문제를 들춰낸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브라질 민중은 독재를 타도하고 민주화를 이뤄냈습니다. 여전히 좌충우돌하는 민주주의라지만 원래 민주주의가 시끄러운 것이니 그건 그럴 수 있습니다. 오히려 문제는 경찰과 군대, 준군사조직이 시민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유린했는데도 올림픽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올림픽이 열리기 이전에 리우 일대의 마약밀매 조직을 소탕하는 데 사활을 걸었던 브라질 정부는 군대까지 투입해 대대적인 소탕 작전을 벌였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리우에서 총기 사고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의 1/5은 경찰이나 군인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이들이었습니다.
이는 비단 리우데자네이루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도 리우 올림픽에 관한 인권 보고서에서 이 점을 지적했습니다. “대형 스포츠 행사가 열릴 때마다 원래 개최지에서 문제로 지적되던 인권 침해 사례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부패 때문에 개최 비용이 늘어난 것도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건설사들과 부패 정치인들은 공사 비용 수백만 달러를 가로채 자기 배를 채웠습니다. 투철한 사명감으로 무장한 언론인들이 비리를 파헤치자, 브라질 검찰은 부패 척결에 앞장서겠다며 이 문제를 수사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브라질 최대 건설사인 오데브레흐트(Odebrecht)의 회장 아들이 다른 정치 스캔들에 연루돼 19년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오데브레흐트는 선수촌 아파트 건설을 맡은 회사입니다.
물론 제 눈의 들보도 잊어서는 안 되겠죠.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은 온갖 뇌물과 도핑, 부패로 얼룩진 부실한 대회 가운데 하나였다는 점을 망각하고 비판만 한다면, 미국인의 독선과 오만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겁니다.
코헨이 지적한 또 다른 이중잣대는 바로 4년 전 런던올림픽 때는 런던의 심각한 빈부 격차를 다룬 기사, 칼럼이 전혀 없었다는 점입니다. 만약 정말로 그랬다면, 이는 모든 언론이 반성해야 할 일입니다.
런던이 지구상에서 가장 빈부 격차가 심한 도시 가운데 하나라는 점, 런던올림픽 기간에도 이 문제를 지적하는 시위, 캠페인이 끊이지 않았던 건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니까요. 저는 4년 전 올림픽이 시작하기 전 런던의 이스트 엔드 구역을 찾아 그곳 시민들을 취재하며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종교지도자, 제빵사, 건설 노동자, 학생 등 이스트 런던 지역 공동체에 속한 이들은 대회 조직위원회를 철저히 감시하는 시민의 최소한의 책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올림픽 관련 시설을 짓고 보수하는 일을 한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서 한발 더 나아간 생활임금(living wage)을 받았습니다. 이스트 런던 지역 공동체의 리나 자멀(Lina Jamoul)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처음에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건설사들과 계약 사항이 있어 (생활임금 지급이) 어렵다고 했죠. 저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건 조직위 당신들의 관료주의 때문에 그런 것이니 당신들이 알아서 처리해라, 우리는 반드시 올림픽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요.”
런던의 시민단체들은 또한 올림픽 조직위원회를 설득해 올림픽이 끝난 뒤 선수촌 아파트 가운데 2천 가구는 서민 주택으로 지정하도록 했습니다.
리우 올림픽 시설 중에도 친환경 재활용의 모범 사례가 될 만한 것들이 있습니다. 핸드볼 경기장은 해체된 뒤 다시 조립해 학교로 활용될 예정이며 미디어 센터는 기숙사로, 올림픽 센터의 일부분은 공원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생활임금 논의는 안타깝게도 전혀 없었습니다. 선수촌 아파트 가운데 서민, 빈민들의 보금자리로 전환되는 건물도 단 한 채도 없습니다. 건설사와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공공 구역을 사실상 무상으로 임대받아 건물을 짓고 사업을 보장받은 셈이 됐습니다. 브라질 경제가 곤두박질치며 부동산 경기가 위축돼 사실 건설사들 입장에서도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어쨌든 제가 하고픈 말은 리우 올림픽을 가장 날카롭게 비판한 건 서구 언론이 아니라 리우데자네이루 시민들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노동조합, 선생님, 시민단체가 한데 모여 한목소리로 올림픽이 초래한 문제를 폭로하고, 올림픽을 구실로 정부가 덮으려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한산한 관중석을 어렵잖게 볼 수 있었습니다. 국가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푯값이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지만, 시민들이 올림픽을 보이콧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카를라 마리아 아베사니(Carla Maria Avesani)는 리우데자네이루 주립대학의 유명한 영양학 연구소 소장입니다. 연구소는 올림픽을 준비하고 치르느라 주 정부 예산이 바닥나면서 전에 없던 긴축재정에 돌입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올림픽을 개최한다고 했을 때 모두가 좋아했죠. 그러나 브라질 사람들은 이내 꿈에서 깨어났어요. 현실은 악몽이었습니다.”
해결책이 있을까요? 먼저 올림픽을 LA나 런던, 파리 같은 대도시에서 치르거나 아예 올림픽의 발상지인 아테네에서 매번 치르도록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국제 친환경 스포츠 조직(Green Sports International)을 창립한 알렌 헤르시코비츠(Allen Hershkowitz)는 프로 스포츠 리그나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환경 관련 자문위원으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가 개발도상국이나 올림픽을 개최한 적이 없던 곳에서 올림픽을 열고자 하는 마음은 이해가 가긴 합니다. 하지만 소치나 리우데자네이루는 환경, 교통, 수질, 대기의 질 등 많은 부분에서 역부족이었습니다.”
다시 선진국으로 개최지를 옮기는 것이 결국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라는 구호를 거스르는 것 같다면, 이런 방법은 어떨까요? 예를 들어 리우데자네이루에서 2016년 한 번이 아니라 2020, 2024년까지 세 번 연속 올림픽을 개최하는 겁니다. 올림픽 조직위원회와 브라질 정부, 리우데자네이루 시정부는 대회를 준비하고 치르면서 얻은 교훈을 통해 문제를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보름 남짓한 기간만 무탈하게 치러 넘기면 그만인 반짝 대회가 아니라 도시의 체질 자체를 올림픽에 걸맞게 바꿔야 하는 과제가 됩니다. 리우 곳곳의 수많은 빈민촌 파벨라도 바닷가의 부촌과 마찬가지로 올림픽을 맞아 리우를 찾는 손님들을 환영하는 대열에 동참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이미 건설한 선수촌 아파트를 서민들에게도 분양하는 방법을 모색했을지도 모릅니다. 노동자들의 생활임금이나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실질적인 고용훈련 제도를 마련했을지도 모릅니다. 한 번 치르고 말 대회가 아니라면 하수 처리시설을 제대로 마련해 수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을지도 모릅니다.
올림픽위원회가 개최국을 압박할 수 있는 여지도 남겨야 합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올림픽 개최 이후 드러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 개선하지 못하면 남은 두 번의 올림픽 개최를 없던 일로 할 수 있는 권한을 올림픽위원회가 가지면 됩니다.
개최지 선정 방식을 이렇게 바꾸면 동계올림픽 개최를 꿈꾸는 도시들도 자연히 친환경적인, 지속 가능한 동계 스포츠 시설을 짓는 데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나 칠레 정부는 안데스산맥 일대의 고산지대를 개발하며 언젠가 동계올림픽 개최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겁니다. 어쩌면 러시아 소치에도 다시 한번 기회를 줘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12년 동안 세 번의 올림픽이 열리는 시설이라면 최신식 친환경 공법을 동원해 짓고, 장기적인 시설 활용 방안을 갖고 계획을 세우게 될 겁니다.
테니스 그랜드슬램을 개최하는 영국 윔블던,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호주 멜버른의 사례를 참조할 만합니다. 그랜드슬램 대회 조직위원회는 매년 전년도보다 나은 대회를 치르고자 고심을 거듭해 변화를 시도합니다. 예를 들어 US오픈을 주관하는 미국 테니스 협회는 대회가 열리는 플러싱 메도우에 재생 에너지, 재활용 시설을 대대적으로 설치했습니다.
“길어야 한 달 열리는 일회성 이벤트를 열면서 십년대계를 갖추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환경을 파괴한 자리에 활용 방안도 마땅치 않은 애물단지 같은 텅 빈 운동장만 남는 일회성 대회는 이제 지양해야 합니다.”
헤르시코비츠의 말입니다.
언젠가는 올림픽도 바뀌고 개선될 겁니다. 아테네나 소치에 가보면 현재 모델이 더는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도시도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습니다. 오슬로부터 보스턴에 이르기까지 지난 몇 년간 처음에 올림픽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해당 도시 시민들의 반대로 유치를 포기한 도시의 사례도 많습니다.
제가 스포츠 자체를 싫어하는 금욕주의자는 아닙니다. 저도 올림픽을 사랑합니다. 우사인 볼트의 번개 같은 스피드, 시몬 바일스의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연기를 볼 때면 제 심장은 언제나 쿵쿵 뜁니다. 브라질 국민의 숙원 가운데 하나였던 올림픽 축구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을 마라카냥 경기장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열광의 도가니라는 말이 이보다 더 잘 들어맞는 경이로운 순간은 또 없었을 겁니다.
코파카바나 해변의 바리스타부터 흔한 빈민층에 속하는 64살 마리에 옥실리아도라 씨에 이르기까지 리우데자네이루 사람들은 모두 무척 친절하고 자애로웠습니다. 옥실리아도라 씨는 만델라 파벨라에 있는 자기 집과 동네를 직접 소개해 주며 이번 올림픽이 너무 비싸 정작 자기 같은 리우 시민들은 즐기지 못하고 배제됐다는 격정적인 인터뷰를 해주었습니다.
언젠가, 아니 어쩌면 당장 다음 대회부터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안정적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올림픽을 치러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