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법조계에는 ‘유리천장’ 아닌 ‘대나무천장’이 있습니다
2015년 4월 30일  |  By:   |  세계  |  No Comment

2013년, 호주 빅토리아주 변호사협회는 154년 역사 상 처음으로 아시아계 회장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해, 오스트레일리아 수도 준주와 노던 준주의 변호사협회에서도 아시아계 여성이 회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빅토리아주 변호사협회 회장인 레이나 탱은 훌륭한 아시아계 법률가들이 많았지만 성과에 걸맞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호주 법조계에는 아시아계 변호사들이 고위직에 오를 수 없는 환경, 이른바 ‘대나무 천장’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역시 레이나 탱이 회장직을 맡고 있는 호주 아시아계 변호사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아시아계가 호주 인구의 10%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로펌 파트너와 법정 변호사(barrister), 판사 가운데 아시아계이 비율은 각각 3%, 2%, 1%에 지나지 않습니다. 반면 사무 변호사(solicitor)의 경우 10% 정도가 아시아계라는 점에서, 법조계에 진출하는 것 자체에보다는 고위직으로 승진하는데 장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호주다양성위원회는 아시아계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 떠오르는 아시아 시장에 대한 저평가 경향, 서구식 리더십에 대한 강조 등 여러 요인이 대나무 천장으로 작용한다고 말합니다. 탱 회장은 특히 사법부에 사회문화적 다양성이 부재한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말합니다. 다양성을 갖추지 못한 법정은 국민들로부터 공정하다는 신뢰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죠. 법정이 테러와 가정폭력, 이민과 같은 문제를 다룰 때 다양한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에서는 원주민과 토레스해협 섬주민의 참여에 초점을 두어, 법조계의 배타성을 개선하려는 위원회가 출범하기도 했습니다. 법조계에서의 원주민의 존재는 미미한데 반해, 교도소 수감 인구 가운데는 원주민이 눈에 띄게 많은 것이 호주의 현실이니까요.  또한 마을 공동 작업, 공동 소유와 같은 원주민 사회의 개념이 현대 서구 사회의 저작권법과 충돌하는 등, 해결해야 할 법률 문제도 많습니다.

호주다양성위원회는 로펌들이 법조계의 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소수인종에 대한 배려가 역차별이라는 공격에 맞설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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