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산층은 더 이상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중산층은 이제 더 이상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지 않습니다. 소득 분포 최상위에 있는 미국인들의 부 축적은 다른 나라의 부자들을 크게 앞서고 있지만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상승폭은 오히려 다른 나라들에서 지난 30년간 더 빨리 증가했습니다. 캐나다의 경우 중산층의 세후 소득은 2000년만 해도 미국 중산층보다 훨씬 낮았지만 지금은 더 높습니다. 유럽의 저소득층 역시 미국의 저소득층보다 더 높은 소득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35년간 여러 나라에서의 소득을 기록해 온 룩셈부르크 소득 연구(Luxembourg Income Study: LIS)에 따르면 미국의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늘어난 소득 불평등의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같거나 조금 더 높은 수준이지만 문제는 경제 성장의 혜택을 소수의 미국인들만 누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캐나다의 중위 소득(median income)은 2010년에 미국을 따라 잡았고 현재는 미국을 앞질러 있습니다. 서유럽 국가들에서의 중위 소득은 여전히 미국에 뒤쳐져 있지만 영국이나 네덜란드, 혹은 스웨덴과 같은 국가들은 10년 전에 비해 미국과의 격차를 상당히 좁혔습니다.
미국의 저소득층이 겪는 어려움은 중산층보다 더 심각합니다. 소득 하위 20%에 분포하는 미국인들의 소득 수준은 같은 소득 분포 구간에 위치하는 캐나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혹은 네덜란드 사람들의 소득보다 낮습니다. 35년 전만 해도 상황은 반대였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놀라운데 왜냐면 가장 흔하게 인용되는 경제 지표들, 즉 1인당 GDP와 같은 지표에서는 여전히 미국이 (인구 규모가 일정 이상인 국가들 사이에서는)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인당 GDP와 같은 숫자들은 평균치만 보여줄 뿐 소득 분포에 대해서는 보여주지 못합니다. 미국에서 발생한 소득이 소득 분포 최상위에 위치한 고소득층들에게 집중됨으로써 미국의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성장 속도는 다른 나라 중산층의 소득 성장 속도보다 뒤쳐져 있습니다. 하버드대학 경제학과의 로렌스 카츠(Lawrence Katz) 교수는 말합니다. “미국 중산층이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다는 것은 더 이상 사실이 아닙니다. 1960년대에 미국 중산층은 그 어떤 나라의 중산층보다 훨씬 부유했습니다. 1980년대에도 여전히 부유했고 1990년대에도 마찬가지였죠.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2010년 기준으로 미국인의 1인당 중위 소득은 18,700달러였습니다 (4인 가족 기준 세후 소득 75,000달러). 이는 1980년보다 20% 상승한 것인데 문제는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2000년 이후로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경우 1인당 중위소득은 2000년과 2010년 사이에만 20%가 상승했고, 네덜란드에서는 같은 기간 14%가 상승했습니다. 미국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상승폭이 둔화된 이유로는 다음 세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째, 지난 30년간 미국인들의 교육 수준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훨씬 증가폭이 느렸습니다. 그 결과 미국 경제에서 고숙련, 고소득 직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습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55~65세 사이의 미국인들의 경우 글을 읽고 쓰는 능력, 산술 능력, 그리고 기술 습득의 측면에서 선진국 평균보다 모두 높습니다. 하지만 젊은 미국 세대들의 경우 이는 더 이상 사실이 아닙니다. 16~24세 미국인들의 경우 같은 항목에서 선진국 평균에 훨씬 미치지 못하며 거의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둘째, 미국 기업들은 다른 선진국에 있는 기업들에 비해서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소득을 덜 배분하고 있습니다. 다른 선진국들보다 미국 기업의 CEO들이 훨씬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있지만 미국의 최저 임금은 다른 나라들보다 낮습니다. 노동 조합도 약합니다. 마지막으로, 캐나다나 서유럽 국가 정부들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실질 소득을 높이기 위해 미국 정부보다 적극적으로 재분배 정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LIS의 디렉터인 자넷 고닉(Janet Gornick)은 세금이나 정부 복지 정책 등이 적용되기 전 시장 소득(market income)으로만 본다면 미국과 선진국의 차이는 실질 소득의 차이보다는 적은 편이라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미국 고소득자들은 유럽보다 더 적은 세금을 내며 미국 정부 역시 재분배 정책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 결과 실질 소득의 불평등은 미국에서 훨씬 더 커지는 것입니다.
물론 다른 나라의 중산층들이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어린 학생들을 둔 부모들은 자식의 대학 등록금을 어떻게 내야 할지 우려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부모 세대가 자신들 세대보다 더 많은 기회와 혜택을 누렸다고 믿습니다. 실업은 거의 모든 국가에서 걱정거리입니다. 하지만 설문 조사에 따르면 캐나다와 서유럽 사람들이 느끼는 현실에 대한 불만은 미국인들만큼 부정적이지는 않습니다. 37세의 스웨덴 소방관은 요나스 프로예린(Jonas Frojelin)은 말합니다. “경제 위기가 우리 삶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어요.” 간호사인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 요나스 씨는 자신과 아내 모두 1년에 5주씩 휴가를 쓸 수 있으며 국가가 제공하는 포괄적인 의료 보험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최대 3년까지 유급 출산 휴가를 쓸 수 있고 세 살과 여섯 살 된 아이들은 국가가 대부분을 지원하는 육아 시설에 보내고 있습니다. 육아 시설에 요나스씨가 쓰는 돈은 소득의 3% 정도 입니다. 복지 예산이 미국보다 훨씬 큰 스웨덴에서 1인당 GDP 성장은 지난 30년간 미국보다 빨랐습니다. 스웨덴에서 대학 졸업생이 크게 증가하고 따라서 고숙련 직업의 성장이 가능해지면서 경제 성장 속도도 빨라진 것입니다. (NY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