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과 죽은 시인의 사회
-내년 3월 저서 <말이 시멘트를 부술 것이다: 푸시라이엇의 열정>을 펴낼 예정인 모스크바 주재 저널리스트 마샤 게센(Masha Gessen)의 NYT 기고문입니다.
푸틴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자, 톨스토이가 마이크를 이어 받았습니다. 그는 자리에 함께 한 도스토예프스키, 레르몬토프, 숄로호프, 파스테르나크에게 감사 인사를 한 뒤, 푸시킨은 몸이 아파 참석하지 못했지만 마음만은 함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주, 모스크바 한 대학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도대체 무슨 소리냐구요?
마이크를 잡은 톨스토이는 문호 톨스토이의 4대손, 몸이 아파 불참한 푸시킨은 시인 푸시킨의 증손자였습니다. 그 날 행사는 오래 전에 세상을 뜬 위대한 러시아 작가들의 가족을 비롯, 문인, 출판 관계자, 학계 인사 등 50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인, 뭐라 성격을 한 마디로 규명할 수 없는 희한한 자리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옛 소련의 영화를 부활시키려는 푸틴 대통령의 의지가 만들어낸 자리였죠. 소련에서는 공산당의 지도자가 모든 토론의 중재자 역할을 했습니다. 수학이나 예술과 같은 분야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소련의 작가들은 모두 노조(작가동맹)의 일원으로, 작가는 직업이라기보다 하나의 계급이었고 노조원 자리는 자식에게 물려줄 수도 있었죠.
이 날의 행사도 소련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즉, 참석자들이 미리 받아놓은 대본대로 대통령에게 어려운 점들을 말하고, 대통령이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하는 식이었죠. 그러나 한 젊은 작가가 정치범 문제를 꺼내자, 대통령의 말도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대통령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한 말로 체포당하는 사람은 러시아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제한이 있고, 넘어서는 안되는 붉은 선이 존재한다”고 답했습니다. 대통령을 곤경에서 구해준 사람은 도스토예프스키였죠. 그는 할아버지 도스토예프스키도 “법을 어겨” 시베리아 감옥에서 10년을 보냈지만, 그 시간 동안 작가로서 성숙할 수 있었기 때문에 도움이 된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솔제니친의 부인이 굴라크는 짜르의 감옥보다 더 끔찍한 곳이었고 오늘날의 러시아 감옥도 굴라크보다 나을 것이 없다며 반박했지만, 도스토예프스키는 요즘은 족쇄도 없지 않냐며 말을 받았죠. 이에 솔제니친의 부인이 다시 “그래도 그 때는 죄수들에게 먹을 것은 주었다”며 쏘아붙이자, “중재자” 푸틴 대통령은 “다니엘, 시냐프스키, 파스테르나크가 처벌받은 그런 시대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급히 논쟁을 마무리지었습니다. (NY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