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선거운동, 온라인으로 진출하다
오렌지색 봉고차 안에서 후보자가 확성기에 대고 자신의 이름을 연호합니다. 흰 장갑을 낀 여성 선거운동원들이 연이어 후보자의 이름을 외치며 주민들에게 손을 흔듭니다. 그리고 후보자는 차 안에서 아이패드로 자신의 홈페이지를 업데이트합니다. 7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의 흔한 선거운동 모습입니다.
오랜 기간 집권한 일본의 자민당은 최근까지만해도 디지털 선거 운동에 관한 낡은 법률을 개정하는 것에 반대해 왔습니다. 나이든 의원들이 소셜미디어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것이 이유였고, 신기술과 좀 더 친한 민주당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까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작년 12월 취임한 신조 아베 총리는 앞장서서 법 개정을 추진했습니다. 총선거 때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 ‘니코니코도가’에서 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하기도 했고, 자신의 경제 정책을 페이스북에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4월에는 자민당을 압박해 온라인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제서야 자민당 의원들도 아이패드를 구입하고 소셜미디어 강좌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후보자들은 선거 기간 동안에도 온라인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민당의 인터넷전략국장 히라이 타쿠야는 자민당, 나아가 정치 자체에 무관심한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것이 목표라고 이야기합니다. 자민당은 최근 이코노미스트 표지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아베 총리를 수퍼히어로로 묘사한 스마트폰 게임을 출시했는데, 수십만명의 젊은이들이 이 게임을 다운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젊은 정치인들은 이번 법 개정으로 그다지 큰 효과를 느끼지 못합니다. 여전히 일반인이 이메일이나 트위터에서 특정 정치인의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은 불법이고, 정치인이 발송한 이메일이나 메시지가 널리 전달되는 경우도 드물다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선거 운동의 위세는 여전합니다. 자민당 소속의 한 젊은 정치인은 확성기로 자신의 이름만을 외치는 선거 운동에 염증을 느껴 자신이 앞세우는 정책을 홍보하려고 했지만, 선거운동원들이 오히려 이를 말렸다고 털어놨습니다. 움직이는 봉고차에서 그런 이야기를 자세히 늘어놓아봤자 들어줄 사람도 없다는 이유였죠. 자민당 소속의 한 전직 의원은 확성기 단 봉고차가 유권자들의 짜증을 불러일으키니 아예 금지시켜버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선거 운동 방식이 도입된 이후, 과거 확성기 봉고차 시절에는 없었던 사고도 일어났습니다. ‘니코니코도가’ 온라인 토론에서 히라이 타쿠야 국장은 사회민주당의 젊은 여성 당대표의 발언 중 적은 메시지(“닥쳐라, 늙은 추녀”)가 그대로 화면에 올라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는 정치인들도 새로 공부할 것이 많습니다. (Econo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