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의 실적이 나라 경제의 실적이 되는 시대
2004년 12월 마이크로소프트사는 330억 달러에 달하는 주식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지불했습니다. 이는 그해 미국의 개인소득이 6% 상승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이 사례는 큰 기업들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제 전체로 보면 효과가 상쇄된다는 가정하에 특정 기업의 영향력은 경제학자들의 모델에서 일반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무역 규모와 GDP 성장과 같은 지표들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을 잘 관찰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미국에는 2700만개, 영국에는 480만개의 기업이 있습니다. 한 국가는 다른 국가들에 있는 수 많은 기업들과 교역을 하기 때문에 이는 국가간에 무수한 무역 관계를 만들어냅니다. 따라서 한 국가의 경제는 수백만개의 교역 관계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론상 한 기업의 수출 채널이나 성과는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합니다. 여기서 경제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충격(shock)만이 경제의 변동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결론을 이끌어 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 전반에 발생하는 충격(aggregate shock)은 경제의 변동성(volatility)를 잘 설명하지 못합니다. 2007년 OECD 국가의 무역 수지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충격은 경제 변동의 45%만을 설명할 뿐 나머지 55%는 특정 기업의 성과나 교역 상태에 따른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봅시다. 2008년 센서스에 따르면 미국에서 만 명 이상의 직원을 가진 981개의 기업이 미국에 존재하는 모든 일자리중 25%를 설명합니다. 이탈리아의 450만개의 기업중 96%는 10명 이하의 직원을 가진 소형 기업이고 피앗(Fiat)과 같은 큰 기업들이 경제 활동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011년 한국의 전체 수출 중 삼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7%입니다. 핀란드의 경우는 더 극단적입니다. 노키아가 1998년과 2007년 사이 핀란드 전체 수출의 20%, GDP의 25%를 설명합니다. 대기업들이 이렇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은 변동성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뉴욕대학(NYU) 경영대학원의 자비어 가바이(Xavier Gabaix) 교수의 2011년 연구에 따르면 기업들의 규모가 어떻게 분포하는가에 따라 경제의 변동성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 기업이 모든것을 생산하는 경제를 상상해보세요. 이 경우 한 기업 성과의 변동성이 경제 전체의 변동성을 설명합니다. 하지만 기업의 수가 증가할 수록 GDP의 변동성은 줄어드는데 왜냐면 기업단위의 호황과 불황이 서로 상쇄되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의 규모가 정규분포를 따르는 경우(bell-shape) 100개의 기업이 더 생기면 한개 기업이 있는 경우에 비해 변동성이 1/10로 줄어듭니다. 100만개 기업이 있는 경우 변동성은 한개 기업의 경우보다 1/1000로 줄어듭니다.
하지만 규모가 아주 작은 기업과 큰 기업으로 기업 규모가 양극화되어 있는 경우 경제의 안정성을 유지하기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기업들을 필요로 합니다. 기업이 하나 있는 경우에 비해 경제의 변동성을 1/10로 줄어기 위해서는 22,000개의 기업이 필요합니다. 기업 수가 증가하는 것이 경제의 변동폭을 줄인다는 이론은 성립하기 어려워지고 특정 기업의 성과에서 나오는 쇼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무척 커집니다. 가바이 교수는 이 이론의 경험적 근거를 1951년부터 2008년 사이의 미국 기업들 데이터를 통해서 확인했습니다. 미국의 기업 규모 분포는 매우 양극화되어 있습니다. 2009년 100개의 가장 큰 기업들이 미국 GDP의 35%를 설명했는데 이는 1980년대 30%에서 5%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 대기업들의 실적도 매해 평균 매출이 12%나 왔다갔다 할 정도로 변동폭이 컸고 기업들의 실적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가비어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미국 GDP 변동의 48%가 이 100개의 큰 대기업의 실적 변동에 따른 결과물이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중앙은행들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비어 교수의 논문은 특정한 대기업의 실적 변화를 고려하는 것이 경제 전망치를 더 정확하게 해줄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앙은행의 정책과 같은 결정을 내릴때 대기업들이 어떤 상태인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 역시 도움이 됩니다. 이 이론들은 GM이 잘 돌아가면 미국 경제도 잘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정반대도 가능합니다. 대기업들의 실적이 나쁘면 경제 전체가 휘청거립니다. GM, 포드, 크라이슬러만 해도 5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2008년 경제 위기가 났을 때 이들이 성공적으로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마불사(“Too big to fail”)의 문제는 비단 대규모 은행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Econo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