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페@스프] ‘트럼프 대세론’ 굳혀줄 부통령 후보는 누구일까?
2024년 3월 13일  |  By:   |  SBS 프리미엄  |  No Comment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글은 1월 22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낙승한 뒤 쓴 칼럼에서 예상했듯이 트럼프는 결국, 공화당 후보로 사실상 낙점됐습니다. 글에서 꼽은 후보 가운데 지난주까지 경선에서 물러나지 않고, 트럼프와 경쟁했던 니키 헤일리 후보는 절대로 부통령 후보로 뽑힐 리가 없어 보입니다. 물론 칼럼은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꼽을 경우 유력한 인물을 정리한 것인데, 여성이 아닌 남성을 러닝 메이트로 지명할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의 마음은 부통령 후보를 발표하고 나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15일 치른 공화당 첫 경선,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상대로 낙승을 거뒀습니다. 트럼프 집권 4년에 이어 (트럼프는 도저히 승복할 수 없던) 선거에서 패한 뒤의 3년 남짓한 시간을 거치며, 트럼프 지지자들은 공화당 주류로 대거 진입하며 당을 좌지우지하게 됐습니다.

이제 공화당은 폭넓은 지지 계층이나 집단의 이해관계, 가치관보다도 트럼프 개인의 정치적 성공과 안녕이란 목적에 복무하는 조직에 가까워졌습니다. 국가 전복행위(insurrection) 혐의로 재판에 부쳐진 1월 6일 의사당 테러가 일어난 바로 그날, 공화당 하원의원의 2/3나 되는 147명은 공정하게 치러진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던 트럼프의 몽니에 동조하는 표를 던졌습니다. 이는 공화당이 이미 트럼프의 사당(私黨)에 가까워졌다는 방증이기도 했죠.

검찰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총 91개 혐의로 기소했지만, 그럴수록 트럼프와 트럼프 지지자, 그리고 이들이 몸통을 이루게 된 공화당은 ‘어떤 대가를 치러도 트럼프를 지켜야 한다’는 목표 아래 똘똘 뭉쳤습니다. 그런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를 견제할 수 있는 정치인은 보이지 않습니다. 경선을 앞두고도 이미 트럼프와 트럼프 지지자들은 “감히 (사실상) 현직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에 도전하는데 도전장을 내미는 무모한 후보는 없길 바란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4년 임기 대통령직을 두 번까지 맡을 수 있는 미국에서 초선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할 땐 당내에서 후보들이 나서지 않는 게 관행이지만, 반대로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은 다시 선출직에 도전하지 않고 정계를 은퇴하는 것도 관행입니다. 자기한테 유리할 땐 관행을 따르라 하고, 반대로 자신에게 불리한 관행에는 눈을 감는 모습이 트럼프답다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론 이미 지난 선거를 민주당이 부정하게 훔쳐 갔다고 선언했고, 정말 그렇게 믿고 있다면 이렇게 나오는 것이 이상할 것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이오와 코커스 낙승, 대세론 굳힌 트럼프

트럼프는 적어도 공화당 안에서는 사실상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대통령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아이오와 코커스를 통해 증명했습니다. 다음번 경선인 뉴햄프셔 여론조사를 보면, 니키 헤일리 전 UN 대사가 꽤 선전하고 있고, 아이오와에서 2위를 차지한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선거자금을 많이 모은 만큼 아직은 버틸 힘이 남아있다고 하지만, 트럼프라는 거물을 상대하기엔 둘이 손을 잡더라도 한참 힘에 부쳐 보입니다.

보통 대선을 10개월가량 앞두고 치러지는 첫 경선 아이오와 코커스가 끝나면, 그전까지 난립하던 수많은 후보 가운데 희망을 보지 못한, 현실적으론 선거자금이 바닥난 이들이 줄줄이 사퇴하곤 합니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이긴다고 후보 지명이 보장되는 건 아니지만, 아이오와 코커스라는 관문을 통과하면 최소한 3월 초 15개 가까운 주가 동시에 경선을 치르는 슈퍼 화요일까지 경쟁할 수 있는 동력을 얻습니다. 그러나 트럼프가 장악한 공화당 하에서 치르는 이번 경선의 양상은 처음부터 예년과 무척 달랐습니다.

단지 트럼프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대세론 굳히기에 들어간 것뿐 아니라, 자연히 공화당 경선 레이스를 둘러싸고 보도되는 뉴스도 예년과는 결이 전혀 다릅니다. 보통은 아이오와 코커스 이후에 사퇴한 후보가 남은 후보 가운데 누구를 지지해서 구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가 가장 큰 관심을 받곤 하지만, 올해 공화당 경선에선 그 과정이 이미 생략된 만큼 관심은 벌써 트럼프가 바이든과 4년 만의 재대결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쏠리고 있습니다.

바이든과 “최후의 일전”을 준비하는 트럼프의 행보 가운데 많은 관심을 받는 것 중 하나가 그가 부통령 후보로 누구를 낙점할지입니다. 첫 번째 임기를 함께한 러닝메이트 마이크 펜스는 이미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살해 위협을 받을 만큼 “반역자”로 단단히 낙인찍혔습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미셸 커틀은 새로운 파트너를 골라야 하는 트럼프가 바이든-해리스 티켓에 맞서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고를 수 있다고 전망하며, 물망에 오른 후보들을 한 명 한 명 점검하는 글을 썼습니다.

전문 번역: 어차피 대통령은 트럼프라서? 2기 부통령 하마평에 오르는 여성들

 

대통령제를 택한 나라 중에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부통령을 둔 나라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부통령이 없으므로, 대통령 궐위 시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죠. 미국은 수정헌법 12조가 비준된 1804년 이후 지금과 같이 대통령과 부통령이 짝을 이뤄 선거에 출마하고 함께 당선되는 제도를 따랐습니다. 궐위 시 권력이 이양되는 순서를 보면 대통령, 부통령, (연방 사무를 제외한 각 주의 사무는) 주지사, 그다음이 하원의장 순입니다.

미국의 권력 서열상 두 번째인 부통령은 물론 그 권한과 책임이 막중하지만, 동시에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이 대부분이다 보니 그 영향력이 잘 드러나지 않기도 합니다. 정치적 영향력과 존재감은 말 그대로 정권에 따라, 또 시기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당장 현재 부통령인 카말라 해리스도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다는 평이 대부분이고, 마이크 펜스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사실상 거의 아무런 역할도 맡지 못했습니다. 다만 펜스는 부통령이 겸직하는 상원의장으로서 2020년 선거 결과를 비준해 1월 6일 의사당 테러가 더 끔찍한 사태로 번지는 걸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이었던 조 바이든도 대통령을 충실히 보좌하는 데 치중하는 8년을 보냈습니다. 반대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부통령이었던 딕 체니는 특히 미국이 여기저기서 전쟁을 벌이면서 국방, 외교 분야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부통령으로 기억됩니다.

행정부의 두 번째 권력자가 되기 전에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는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써 부통령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조금 다릅니다. 대통령 후보의 약점을 채워주는 ‘보완재’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8년 전 트럼프가 마이크 펜스를 지명했을 때도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는 보수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트럼프의 약점을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던 마이크 펜스가 메워주리라는 기대가 컸다는 분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보수적인 색채가 짙은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이나 여성의 임신중절을 전면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믿는 보수 세력은 지난 7년 사이 대체로 트럼프 지지층에 편입됐습니다. 설사 트럼프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들이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질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바이든과 재대결을 앞둔 트럼프에게 약점—물론 트럼프는 자신에게 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겠지만—은 오히려 여성들의 표일 수 있다는 커틀의 분석은 일리가 있습니다.

긍정적인 평가를 충분히 받지 못한 해리스 부통령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민주당 일각에서도 나오긴 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러닝메이트를 교체할 가능성은 지금으로선 매우 낮습니다. 바이든 스스로 4년 전 자신의 선택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셈이 되는 결정은 득보다 실이 많을 것입니다. 또 해리스가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고 하지만, 반대로 큰 실정을 편 것도 아닙니다. 카말라 해리스는 다시 한번 바이든의 러닝메이트로 2024년 선거에 나서게 될 것입니다.

 

보완재 택할까? 아니면 트럼프 마이웨이?

그렇다면 트럼프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사실 여성 외에도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 언급되는 잠룡들은 상당히 많습니다. 자신에게 쏠리는 관심을 극대화하는 데 탁월한 감각과 능력이 있는 트럼프는 아마도 발표를 최대한 미루며 극적인 효과를 내려할 것입니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가 누가 될지 지금 점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다만 트럼프가 아마도 절대로 뽑지 않을 후보들을 꼽아보는 건 가능해 보입니다. ‘절대’라는 말을 쓰기 조심스럽긴 하지만, 트럼프의 정치 인생, 아니 전체 인생을 돌아보면 그는 배신자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 데 있어서 매우 일관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지금 트럼프가 가장 이를 갈고 있을 배신자는 바로 니키 헤일리 전 UN 대사입니다.

니키 헤일리는 인도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나 젊은 나이에 보수적인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두 번이나 지냈습니다. 차세대 공화당을 이끌 정치인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았죠. 그런 헤일리를 2017년 UN 대사로 임명한 게 다름 아닌 신임 대통령 트럼프였습니다.

자신에게 쓰라린 패배를 안긴 바이든에게 정치적인 복수를 꿈꾸며 권토중래를 꿈꾸는 트럼프는 당연히 모든 공화당 정치인이 한마음 한뜻으로 자신을 지지해 주길 바랐을 겁니다. 그런데 감히 도전장을 내민 이들이 몇몇 있었고, 그 가운데 특히 헤일리는 여전히 트럼프가 포섭하지 못한 전통적인 공화당 주류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트럼프는 헤일리를 경선에서 꺾는 것뿐 아니라 그의 정치적인 기반을 모두 파괴해 버리려 하고 있습니다. 최근 트럼프가 하는 연설에서도 이런 생각이 노골적으로 보입니다. 헤일리가 쌓은 외교 경력이 결국 다 누구 덕분인데, 감히 자신에게 도전장을 내미느냐며 맹공을 퍼부었죠. 이 가운데는 트럼프답게 직접 옮기기 힘든 유색인종, 여성을 향한 차별적 언사도 종종 포함됩니다.

트럼프는 아직 사퇴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에겐 별다른 공격을 하지 않습니다. 마치 ‘지금이라도 그만 포기하고 나를 지지해 주면 언제든지 널 받아주겠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합니다. 드산티스는 실제로 트럼프에 직접 겨냥하는 구호를 내세우지 않고 선거를 치러 왔습니다. 트럼프와의 차별화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지만, 대신 트럼프에게 배신자로 찍히는 건 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니키 헤일리는 트럼프가 가지지 못한 자질과 덕목을 갖춘 정치인입니다. 지지층도 어차피 하늘이 두쪽 나도 트럼프를 찍을 강성 지지층과 겹치지 않죠. 트럼프로서는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 줄 후보를 고른다면 헤일리만 한 인물이 없는 겁니다. 바이든이 4년 전 해리스를 낙점한 것과 같은 논리죠.

공화당 안팎은 물론 트럼프 캠프 안에서도 헤일리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마이웨이’를 택할 수도 있습니다. 부동층, 중도층에 어필해야 한다는 조언보다 자기 말을 고분고분 따를 충성스러운 ‘마가(MAGA)’ 후보를 고르고 자기 장점을 마음껏 발휘하는 쪽을 택할 수 있다는 거죠.

아이오와 코커스가 끝난 뒤 트럼프의 승리 연설은 여러모로 어색했습니다. 트럼프답지 않게 상대방을 향한 비난과 조롱을 다 빼고, 포용과 통합을 내세웠습니다. 연설하는 트럼프를 자세히 보시면 평소에 좌중을 휘어잡으며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갈 때와 달리 누가 써준 대본을 꾸역꾸역 읽는 듯한 모습이 보입니다.

기존의 정치적인 문법을 토대로 한 예측은 번번이 트럼프의 선택을 맞추지 못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건 제 예측이긴 하지만, 트럼프는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하기보단 “내가 잘하는 걸 밀어붙일” 것입니다. 트럼프가 잘하는 건 남의 말을 귀담아듣고 대화하는 게 아니라 남이 말할 때 더 큰 목소리로 남의 목소리를 지워버리는 일입니다. 지금으로선 트럼프와 생각하는 게 비슷한 트럼프의 아바타 같은 누군가가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이 가장 커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