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 칼럼] 2022년 눈에 띄는 인구 변화들
2022년 7월 15일  |  By:   |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  No Comment

저출생, 고령화, 이민 등 인구 문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여러 국가의 화두입니다. 오늘은 최근 이코노미스트에 실린 인구 관련 기사 세 편을 묶어서 소개합니다.

먼저 우크라이나 전쟁과 유럽의 인구 문제를 소개한 4월 30일자 기사는 전쟁이 당사국과 주변국의 인구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다루면서 과거 전쟁 당시의 통계와 현재의 추세를 고루 인용하고 있습니다. 향후 몇 년 안에 감소세로 돌아설 유럽 전체의 인구 추세도 문제지만, 특히 구소련 지역의 인구 유출과 저출생은 심각한 사회 문제입니다.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를 빠져나간 사람은 530만 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중 대다수는 여성과 아동으로, 주로 우크라이나 서쪽 접경 국가로 유입되었습니다.

이 현상은 지금까지 인구 유입보다 유출이 많았던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발틱 3국 등에 연령 감소, 성비 변화 등 여러 변화를 초래하게 됩니다. 특히 이들에게 난민 지위가 부여되면서 비교적 장기간 안정적으로 머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던 우크라이나 서쪽의 유럽 국가들에 이번 사태는 비극에서 비롯된 호재일 수 있습니다. 관건은 전쟁이 얼마나 지속될지입니다. 잠시 피난 생활을 했던 난민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지만, 오랫동안 타국에서 살게 되면 아이들의 적응과 교육 문제 등을 생각해 오히려 성인 남성 가족까지 따라 이민을 나오기도 합니다.

한편, 이번 사태는 우크라이나에는 인구학적 재앙과도 같습니다. 한꺼번에 많은 인구 유출이 발생한데다, 불안한 정세 속에서 출생률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고, 남성의 기대 수명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쟁을 시작한 러시아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육 수준이 높은 이들이 러시아의 미래를 비관해 고국을 떠나고 있는데다 구소련 나라들에서 러시아로 들어오던 비숙련 노동 이민자의 수도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적극적인 출산 장려책을 펴오던 푸틴 정부로서는 큰 악재를 맞았습니다.

전쟁처럼 한 번의 충격으로 인구 이동과 구조 변화를 초래하는 사건이 있는가 하면, 한 국가 내의 인구 이동 현황을 보여주는 지표도 다양합니다. 4월 29일자 기사는 그 예로 지역 연고 스포츠팀을 꼽고 있습니다. 미국 서부 사막 지대에 자리한 라스베이거스는 카지노와 무대 공연으로 유명한 도시로, 생활의 터전이라기보다 관광지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그러나 이 지역의 인구는 1990년과 비교해 무려 3배로 늘어났죠.

올해 NFL 신인 드래프트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습니다.

2017년까지는 라스베이거스를 연고지로 하는 프로 스포츠팀이 단 하나도 없지만, 지금은 아이스하키팀 골든 나이츠와 미식축구팀 레이더스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올해 NFL 드래프트도 레이더스 홈구장에서 열렸죠. 서부와 남부의 도시들이 성장함에 따라, 인구가 늘어나는 지역에 신생 스포츠팀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2010년대 10년간 인구가 21%나 늘어난 서부 해안 도시 시애틀에도 2021년에 하키팀이 생겼죠. 시애틀과 라이베이거스는 다음으로 프로 농구팀 유치를 노리고 있습니다.

미국 스포츠의 중심은 오랜 기간 인구 이동과 함께 꾸준히 서부로 움직여 왔습니다. 1962~98년 사이에 새로 생긴 메이저리그 야구팀 가운데 중부나 동북부를 연고지로 둔 팀은 3개뿐입니다. 야구팀 뉴욕 자이언츠와 브루클린 다저스가 각각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로 옮겨간 게 1957년의 일입니다. 세인트루이스는 1950년에 미국 제8의 도시였지만, 1970년대부터는 인구 유출이 커지면서 1994년에 미식축구팀을 로스앤젤레스에 빼앗기고 말았죠. 하지만 이런 이동의 수혜자였던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인구 유출의 기미가 포착되고 있습니다. 원래는 오클랜드가 연고지였던 레이더스가 라스베이거스로 연고를 옮긴 것처럼요. 이렇게 미국 프로 스포츠팀의 연고지 이동은 미국 사회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흥미로운 지표입니다.

4월 30일에는 팬데믹이 미국인들의 거주지 선택과 주택 구입에 미친 영향에 대한 기사도 실렸습니다. 2020년 3월 이후 미국의 집값이 33%나 올랐지만, 지역 간 편차가 컸습니다. 봉쇄와 거리두기 등으로 미국인들의 주거 지역 선호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플로리다나 텍사스처럼 따뜻한 남부, 인구밀도가 도심에 비해 낮은 교외 지역의 집값 상승이 크게 두드러졌습니다. 일례로 텍사스주 윌리엄슨 카운티의 집값은 지난 2년간 75%나 상승하며 미국 내 집값 상승률 1위를 기록했습니다. 주택 구매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은 따뜻한 날씨 외에도 비교적 집값이 합리적이고 재택근무가 용이한 산업이 위치한 지역이라는 공통점을 보입니다.

한편 코로나19 사망률이 높은 지역은 부동산 시장도 침체하는 패턴을 보였습니다. 또한, 원래 집값이 비싼 지역의 집값 상승률이 더 높아서 양극화가 심화한 한편, 재택근무가 가능한 기업이 많은 지역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거주지를 옮긴 사람들은 주거 비용을 낮추기 위해 이사를 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와 일치하는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