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 칼럼] 스타벅스 미국 직영 매장에서 첫 노조 결성
2022년 4월 19일  |  By:   |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  No Comment

최근 아마존 물류창고 노동자들이 아마존 역사상 처음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장식했는데요, 그에 앞서 지난해 말에는 스타벅스 바리스타들도 미국 내 직영 매장 최초로 노동조합을 결성했습니다. 이에 관해 미국에서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뀔지, 노동조합의 미래를 전망하는 글도 프리미엄 콘텐츠에 썼습니다. 오늘은 지난해 12월 10일 쓴 스타벅스 노조 결성에 관한 글을 소개합니다.

 

팟캐스트 아메리카노 최신화에서는 플랫폼 경제 시대의 노동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구인난이 계속되고 있는 미국에서는 더 많은 급여, 더 좋은 노동조건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났고, 자연히 노동조합을 결성하려는 움직임도 많아졌습니다. 팟캐스트에서 소개한 아마존 물류창고 노동자들은 물론, 대학교 시간강사, 박물관 직원들도 노동조합 설립 또는 가입 여부를 투표에 부쳤습니다. 배달 노동자나 우버 기사 등 플랫폼 노동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노동자들은 아직 미국 노동법상 임금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노조를 꾸리기 어렵지만, 대신 그와 비슷한 보호막을 제공하는 단체를 조직했고, 이들의 노력으로 뉴욕시는 지난 9월 배달노동자 보호법을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시각으로 9일 오후, 뉴욕주 버팔로시에서 노동조합 설립 여부를 투표에 부친 스타벅스 매장 세 곳의 투표 결과가 나왔습니다. 오늘 글은 뉴스페퍼민트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채널에선 자주 접하기 어려운 따끈따끈한 속보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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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팔로시(Buffalo, NY)에는 스타벅스 매장이 20개 있습니다. 이 가운데 오늘 노조 설립 투표 결과를 집계해 발표한 매장은 세 군데입니다. 노조 설립 여부를 투표에 부치려고 미국 노동부 산하 노동위원회(NLRB, The National Labor Relations Board)에 신고한 매장이 버팔로시에 3개, 애리조나주 메사(Mesa, AZ)에 1개가 더 있습니다. 아직 NLRB의 최종 인가를 받지 않았지만, 집계된 투표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 번째 매장: 찬성19 : 반대8

두 번째 매장: 찬성8 : 반대12

세 번째 매장: 찬성15 : 반대9 : 미집계7 (해당 매장에서 일하지 않은 직원들의 표를 포함해선 안 된다며 노조 설립을 지지하는 측에서 문제를 제기한 표가 이 가운데 6표)

출처=Unsplash

투표 결과는 매장별로 각각 집계하게 됩니다. 투표 결과 최소한 한 군데 매장에서는 고객들이 국제 서비스노조연맹(Service Employees International Union) 소속 노동자가 타주는 커피를 마시게 된 겁니다. 현재 미국에 있는 스타벅스 직영 매장 8,953개 가운데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데 성공한 건 버팔로시의 매장이 처음입니다. 가맹점 가운데는 노조원이 있는 곳이 있고, 전 세계 다른 직영 매장 가운데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빅토리아에 있는 매장이 노조를 설립해 지난해 첫 단체협상을 타결했습니다.

앞서 스타벅스 사측은 개별 집계가 아니라 버팔로에 있는 매장 스무 곳 전체에 투표를 부친 뒤 노조 설립 여부를 결정하게 해달라고 노동위원회에 요청했지만, 노동위원회는 개별 매장이 사실상 독립적으로 운영되므로 각각 표를 집계해 노조 찬반을 결정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위원회는 또 모든 매장에서 투표하게 되면 사측이 투표에 부당하게 개입할 여지가 많아 노동자들의 의사를 반영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집계된 표를 더해보면 아시겠지만, 규모 자체만 놓고 보면 전혀 크지 않은 사안이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회사 방침을 정해둔 스타벅스 경영진이 투표를 무산시키거나 반대표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버니 샌더스 같은 정치인들이 노조 설립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오늘 투표 결과에 전 세계에서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스타벅스의 케빈 존슨 CEO는 노동조합이 설립되면 회사와 스타벅스 노동자 사이에 소통이 오히려 방해를 받게 돼 그 비용을 노동자들도 지게 될 거라고 지적하며, 반대표에 투표해달라고 독려했습니다. 스타벅스는 내년까지 모든 직원의 최저 임금을 시급 15달러 수준으로 올리기로 발표했고, 그 밖에 여러 직원 복지도 잘 갖춰졌다고 평가받습니다. 즉 경영진의 논리를 따르면, 스타벅스는 굳이 노조가 없더라도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일터입니다. 지난 두 달 가까이 존슨 CEO와 스타벅스 창업자인 하워드 슐츠 전 회장 등은 버팔로를 수없이 드나들며 노동자들에게 이 점을 강조했습니다.

스타벅스 노동자들의 생각은 조금 결이 달라 보입니다. 급여나 복지가 잘 갖춰진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동시에 직원 교육이 부실하거나 일한 지 오래된 직원의 임금 인상률이 낮았으며, 인력이 부족한 매장에 사람이 제때 충원되지 않아 노동 강도가 들쭉날쭉한 것도 큰 불만 사항이었습니다. 업계 평균과 비교했을 때 나쁘지 않은 노동 조건이라도 노조를 통해 단체협상에 임하면 사측과 협상에서 더 큰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에 찬성표를 던진 노동자들이 많았습니다.

노동조합원이 주문을 받고 노동조합원이 내려주는 커피를 스타벅스에서 마실 수 있게 된 건 분명 상징적인 사건이지만, 미국의 노조 조직률은 10% 안팎으로 여전히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매우 낮습니다. 그나마 공공부문 노조를 더했을 때 조직률이 그 정도이고, 민간 부문만 놓고 보면 6%대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노동자가 사용자보다 협상력이 높아졌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노조 설립 움직임이 늘어난 동시에 노조를 향한 미국 사람들의 인식도 좋아졌습니다. 지난 8월 갤럽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인의 68%는 노동조합을 긍정적으로 바라봤습니다. 34세 이하로 한정하면, 노동조합을 좋게 생각하는 이들의 비중은 77%로 더 높아졌습니다.

플랫폼 노동의 특징 중 하나는 노동이 규격 상품화(commoditization)된다는 점입니다. 음식을 배달해 먹을 때 배달 노동자가 누구인지에 신경 쓰는 소비자는 많지 않습니다. 누가 하든 규격화된 배달 노동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죠. 노동의 상품화 덕분에 사용자는 기계 부품을 갈아 끼우듯 노동자를 필요에 따라 쉽게 다른 노동자로 대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렇게 노동의 상품화가 보편적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새로 생겨나는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플랫폼 노동은 아니지만, 노동의 상품화가 잘 이뤄진 곳 중 하나가 바로 아마존 물류창고입니다. 뉴욕시 스테이튼 아일랜드에 있는 아마존 물류창고 노동자들이 지난 10월 노조 설립을 투표에 부치기로 했다가 11월에 신청을 취소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아마존의 노동과 노동조합에 관한 이야기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