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력이 한정된 자원이 아니라 내가 느끼는 감정이라고 본다면, 우리가 의지력을 대하는 태도도 바꿔야 합니다. 이얄은 두 실험을 이야기하며 우리가 갖춰야 할 태도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하나는 중독자들에 대한 실험입니다. 담배나 술에 중독된 사람들이 자신이 얼마나 이를 잘 참고 있는지를 평가하게 하는 표준화된 설문 문항(Cravings Beliefs Questionnaire)이 있습니다. 설문지에는 “한번 유혹을 느끼기 시작하면 나는 나 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 유혹은 내 의지력보다 강하다”와 같은 문장이 있습니다.
이 설문지를 분석하면 중독자의 현재 상태뿐 아니라, 앞으로 그가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매 설문에서 자신이 유혹보다 점점 더 강해진다고 말하는 이들은 중독에서 벗어날 확률 또한 높습니다. 반대로, 자신의 힘이 유혹에 비해 약하다고 말하는 이들은 설사 중독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다시 빠져들 확률이 높습니다. 곧, 중독자 자신이 스스로를 얼마나 믿는지가 그들의 실제 신체적 의존성 못지않게 그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연구는 ‘자기애(self-compassionate)’에 대한 연구입니다. 2015년, 16,000명에 대한 79개의 연구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자신의 실패나 단점에 대해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더 행복”했습니다. 또 자기 자신을 비난하는 이들은 우울증이나 불안에 빠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심지어, 우울증이나 불안에 빠지게 만드는 요인으로써 인생의 트라우마 사건이나 가족의 정신병력, 낮은 사회적 지위, 외로움, 사회적 지원 부재보다 ‘자기애의 정도’가 더 중요했습니다.
이런 연구들은 ‘의지력의 고갈’ 이론이 가진 또 다른 문제점을 말해줍니다. 곧, ‘의지력의 고갈’ 이론은 우리가 무언가를 하기 싫은 느낌이 들었을 때 우리에게 적절한 변명거리를 제공해준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중독에 대한 연구나 자기애에 대한 연구들은 비록 지금 내가 당장 이 일을 시작할 수 없다 하더라도 그 이유에 대해, 그리고 나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좋은지를 말해줍니다.
즉, 지금 어떤 일을 할 의지가 도저히 생기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때, 의지력은 그렇게 고갈되는 것이 아니라고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자동으로 반응하기보다는, 내가 왜 그런 감정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가만히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자신의 의지력을 다 써버렸다고 생각하면, 실제로 그렇게 될 겁니다. 자신이 유혹을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한 이들은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반대도 가능합니다. 곧, 의지력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감정이며, 따라서 내가 지금 나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것입니다.
음, 이 내용은 “긍정의 힘”이라는 또다른 베스트셀러를 연상시키네요. 물론 어느 정도는 그럴듯 합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긍정이 오히려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든다는 제 3의 베스트셀러인 바바라 애런라이크의 “긍정의 배신”도 있지요. 세상은 역시 그리 단순하지 않다고 해야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