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 칼럼] 애플이 쏘아올린 ‘앱 추적 투명성’이라는 작은 공의 파괴력은 $100억
2022년 4월 4일  |  By:   |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  No Comment

오늘은 먼저 페이스북이 지난해 말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신문에 냈던 전면 광고를 같이 보겠습니다. 이례적으로 애플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신랄하게 비판해 많은 주목을 끌었던 광고라서 기억하시는 분들도 꽤 계실 겁니다.

사진=Dave Stangis 트위터

“전 세계 모든 영세 업체, 중소기업과 함께 애플에 맞서 싸우겠습니다.”라는 다소 비장한 제목의 광고에서 페이스북은 애플이 당시 기준으로 시행을 예고한 앱 추적 투명성 정책(ATT, App Tracking Transparency)이 특히 중소기업에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거라고 경고했습니다. 광고 내용을 옮겨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중소기업들은 페이스북의 소중한 사업 파트너입니다. 1천만 개 넘는 중소기업이 우리의 광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으로, 이들은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고, 직원을 고용하며, 커뮤니티와 소통하는 데 페이스북 광고를 유용하게 씁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파트너사들 사이에서 애플이 시행하겠다고 예고한 소프트웨어 강제 업데이트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애플은 앞으로 개인별 맞춤형 광고를 하기 매우 어렵게 소프트웨어 운영 방침을 바꿀 계획입니다. 그럼 중소기업과 영세 업체들이 고객을 찾기도 매우 어려워집니다.

딜로이트의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중소기업의 44%가 소셜미디어를 통한 개인별 맞춤형 광고를 새로 하거나 광고 비중을 늘렸습니다. 그만큼 맞춤형 광고가 고객을 찾고 매출을 늘리는 데 효과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맞춤형 광고가 제한되면 중소기업들이 지출하는 광고비의 매출 진작 효과가 60%나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의 새로운 방침은 페이스북 같은 대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만, 무엇보다 규모가 작은 업체와 중소기업에는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어려운 점이 많은 상황에서 생계가 막막해지는 선고일 수도 있습니다.

애플은 당장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으십시오.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페이스북이 여러분 편에 서서 함께 싸우겠습니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많은 디지털 광고 업체들의 잇따른 경고와 협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애플은 지난 4월 앱 추적 투명성 정책을 예정대로 시행했습니다. 아이폰 이용자들은 이후 앱마다, 또는 기본 설정에서 앱 개발자가 앱 이용 내역과 이용자 데이터를 추적할 수 있게 허락할지, 아니면 추적하지 못하게 할지 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용자가 활동 내역과 데이털를 추적하지 못하게 설정해두면, 앱 개발자들은 시스템 광고식별자(IDFA)에 접근할 수 없어 데이터를 모으지 못하고, (많은 경우 그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없게 됐습니다.

페이스북 도움말 페이지 갈무리.

지난달 말 주요 기업의 3분기 실적 발표를 보면, 페이스북이 왜 그렇게 애플의 ATT 정책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격렬하게 반대했던 건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분석을 보면, 페이스북과 스냅챗, 트위터, 유튜브의 매출이 애플의 정책 변경 탓에 총 98억 5천만 달러, 약 11조 6천억 원가량 줄었습니다.

디지털 광고가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기업들은 대개 타격을 입었지만, 스냅챗과 페이스북의 피해가 특히 컸습니다. 손실액만 놓고 보면 페이스북의 피해가 가장 컸고, 사실상 100% 모바일 앱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스냅챗은 매출 감소 비중이 가장 컸습니다. 바꿔 말하면 페이스북과 스냅챗은 아이폰의 기존 시스템 광고식별자에 접근해 아이폰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모아 이를 토대로 맞춤형 광고를 만들었던 겁니다. 즉 페이스북과 스냅챗은 이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돈 내고 살 만한 이용자인지 분석한 뒤 이 데이터를 돈을 낸 기업에 맞춰 판 셈입니다.

조사 업체마다 수치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앱이 자신의 이용 내역이나 데이터를 추적해도 괜찮다고 허락한 이용자들은 15~20%에 불과했습니다. 다섯 명 중 네 명은 추적을 못 하게 막았고, 페이스북이 만드는 맞춤형 광고의 정확도는 급락했습니다. 정확도가 낮아졌다는 건 맞춤형 광고가 물건을 살 만한 고객에게 제대로 닿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들이는 광고비의 효과가 낮아지자 업체들은 페이스북 광고를 줄였습니다. 애플의 정책 시행 이후 전자상거래 판매상 11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2%가 페이스북에 쓰던 광고비를 줄였습니다. 페이스북으로선 우려하던 일이 벌어진 겁니다.

업체들은 줄인 광고비를 어디에 썼을까요? 이 돈의 상당수가 구글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페이스북, 스냅챗과 비교하면 구글은 별 타격을 입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디지털 광고 매출이 많이 늘어나 구글은 14년 만에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짐작해볼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구글은 아이폰 이용자들의 활동 내역이나 데이터를 추적해 소비자를 분류하거나 맞춤형 광고를 만들지 않고, 세계 최대 검색 엔진에서 이용자들이 입력하는 검색어를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를 하기 때문입니다. 구글의 이런 검색광고 시스템은 애플이 시행한 앱 추적 투명성 정책의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구글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는 애플의 정책 변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트위터도 애플의 새로운 정책에 별 영향을 받지 않았는데, 이는 트위터에는 제품이나 서비스별 광고보다 브랜드 광고가 더 많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즉, 트위터는 시스템 광고 식별자를 이용해 제품의 매출을 직접 늘리는 맞춤형 광고보다 매출과 직결되지는 않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알리는 광고를 주로 판다는 겁니다. 실제로 트위터의 광고 매출도 11억 4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늘었습니다.

 

한편 애플은 아이폰이나 맥북 등 자사 제품에 기본적으로 탑재된 앱들이 데이터를 추적하고 수집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도 이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만약 애플 기기에 의존하는 다른 개발자들의 앱과 자체 앱을 차별했다가는 반독점법 위반 혐의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어서 취한 조치로 보입니다. 다만 애플이 제3자 개발자들의 앱에 관해서는 “활동 내역이나 데이터를 추적(tracking)”할 수 있게 허락하겠냐고 묻고, 자체 앱에 관해서는 “활동 내역이나 데이터를 개인별로 최적화(personalization)”하는 데 동의하냐고 물어 단어 선택을 두고도 차별 및 불공정 경쟁이라는 논란이 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