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클레그 “페이스북 혼자서는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2021년 11월 2일  |  By:   |  IT, 정치, 칼럼  |  No Comment

월스트리트저널 원문보기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주말판에 “소셜미디어,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How to Fix Social Media)”라는 제목 아래 여러 전문가의 칼럼을 한데 실었습니다. 이 가운데 지난주 메타(Meta)로 이름을 바꾼 (구) 페이스북의 글로벌 사업 부사장 닉 클레그의 글을 소개합니다.


 

소셜미디어 전반을 둘러싼 논의는 최근 들어 급격히 변했습니다. 한때 소셜미디어는 사람들에게 스스로 표현하고 드러낼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서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도구이자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들끼리 커뮤니티를 꾸릴 수 있게 해준 기술로 찬사를 받았습니다.

요즘 소셜미디어를 둘러싼 논의는 이상향을 향해 가던 긍정적인 분위기보다는 대개 비관적인 분위기에 어두운 주제가 많아 보입니다. 개인정보보호부터 사람들의 안녕, 정치, 경쟁에 이르기까지 소셜미디어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많은 사람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우리는 분열과 혼란의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요. 소셜미디어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 원인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저 병 든 사회상이 소셜미디어에 반영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소셜미디어는 전통적으로 정보가 흐르는 방향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습니다. 원래 가치 있는 정보는 권력층이 독점하고 통제했었는데,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이제는 보통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직접 확인하고 퍼뜨릴 수 있게 됐습니다. 최상층에 집중돼 있던 권력이 더 많은 이들에게 분배되는 과정은 가히 혁명적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소셜미디어, 특히 페이스북을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로 묘사하는 이들이 많아졌지만, 저는 오히려 정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에게 스스로 표현하고 정보를 생산해 공유할 수 있는 도구와 힘을 주는 일은 사회에 유익한 일이라고 믿습니다. 그렇게 힘을 얻은 개인들이 모여 다양하고 역동적인 사회를 꾸리고 끌어가니까요.

물론 페이스북 이용자만 수십억 명에 이르다 보니 우리 삶이 그렇듯 좋은 일과 나쁜 일이 한데 뒤섞여 일어나곤 합니다. 삶의 흉측한 모습이 부각되기도 하죠. 이는 페이스북뿐 아니라 모든 소셜미디어 기업에 대단히 어려운 문제를 던진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표현의 자유와 해로운 콘텐츠 사이의 어디쯤 선을 긋는 게 옳으냐의 문제죠. 또는 개인정보보호와 공공의 안전 사이에 선을 긋는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제품을 만들 때 그 제품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검토해야 합니다. 이는 페이스북 정도의 기업에 당연히 따르는 책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소셜미디어 산업 자체가 오래된 전통이 있는 산업이 아니라는 점도 생각해야 합니다. 과연 이 제품과 서비스가 사회의 어느 부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늘 명확하지 않다는 겁니다. 이제는 메타(Meta)로 이름을 바꾼 페이스북이 월스트리트저널의 페이스북 파일 기사에서 보도된 바와 같이 수많은 연구를 자체적으로 수행한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우리 서비스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알아야 서비스를 개선하고 문제를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떤 기업이 이런 연구를 수행했다는 이유로 비난의 대상이 된다면 기업은 연구를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이 해야 할 책무를 다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 겁니다. 이건 우리가 바라는 모습이 아닐 겁니다.

소셜미디어는 이미 가장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몇몇 사안에서는 충분한 견제를 받고 있습니다. 이 점에는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겁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직면한 수많은 문제는 너무 중요해서 해당 기업 혼자서 풀어낼 수 없습니다. 페이스북이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시대를 아우르는 별도의 규제 패러다임을 몇 년 전부터 주장해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의회가 더 머뭇거리지 말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무엇보다 디지털 시장을 관장하는 규제 기관을 새로 만드는 데서 개혁을 시작해야 합니다. 포괄적인 연방 차원의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하고, 통신품위법 230조도 개혁해야 합니다. 또 메타와 같은 대기업 불법 콘텐츠, 해로운 콘텐츠를 잘 막고 걸러내는지 감독하는 업무도 직접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규제기관은 플랫폼이연구 목적으로 데이터를 얼마나, 어디까지 공개할 수 있는지도 정해야 합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알고리듬 전반에 걸쳐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겁니다.

소셜미디어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페이스북이 애초에 없었더라도 지금 페이스북과 관련한 문제들이 마법처럼 사라졌을 거라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지금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규제안에 힘을 낭비하지 말고, 공통분모를 찾아 적절한 규제안을 확립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때입니다. 인터넷은 결국 훌륭한 도구입니다. 이를 잘 써서 모두에게 이로운 결과를 내는 건 결국, 우리 손에 달렸습니다. 장점과 효용을 최대한 살려내고, 반대로 단점과 폐해를 효과적으로 예방하려면 테크 기업도, 의회도 주어진 책무를 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