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시대 산불의 무서운 진화, 대응책은?
2021년 8월 10일  |  By:   |  세계  |  No Comment

워싱턴포스트, Sarah Kap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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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미국의 2021년 여름 산불을 간신히 진화했지만, 미국 연방정부는 산불을 진화하는 내내 소방관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거센 산불이 예전보다 훨씬 더 오래 번지면서 소방관들은 저임금과 트라우마, 번아웃 증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폭염 속에 미국 12개 주 200km²에 달하는 임야를 태우고 있는 산불 시즌에 미국 정부는 제대로 대비가 돼 있지 않았습니다. 특히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6월 말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산불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과거의 관행과 인식을 완전히 벗어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더욱 거세지는 산불을 잡기 위해서는 인력 관리에서부터 국유지 관리, 주택 건설과 대지 구획에 이르기까지 국가 차원의 대응부터 극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올여름 미국 서부에 찾아온 건조한 폭염은 인간뿐 아니라 나무들에도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북미 서부에서는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 온열질환으로 수백 명이 숨졌고, 오레곤주와 캘리포니아주 접경 지역에서는 높은 기온과 강한 바람에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서 수천 명이 급히 대피해야 했습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작은 산골 마을에서는 캐나다 기상 관측 사상 최고 기온인 49도를 기록한 다음 날, 빠르게 산불이 번지면서 마을 주민들이 실종되기도 했습니다.

마틴 씨가 30년 전 미국 산림청에서 일을 시작했을 당시, 산림청의 산불 대응은 전쟁 수준이었습니다. 불도저와 같은 장비를 사용해 숲을 헤치고 들어가 번지는 산불을 막기 위한 방어선을 쳤고, 헬리콥터와 소방용 비행기를 이용해 높은 곳에서 물을 뿌렸습니다. 서부의 생태계에서 산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불길이 인구 밀집 지역으로 번지기 전에 잡아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죠. 그런 노력은 대부분 성공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마틴 씨가 요세미티 국립공원 화재 책임자로 은퇴하던 시점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달라져 버렸습니다. 진압하지 못한 불길에 대처하는 것이 더욱 위험해졌고, 드는 비용도 커졌죠.

대부분 숲에서 식물 대부분을 죽이는 치명적인 수준(“high severity”)의 산불이 지난 수십 년간 최소 2배 늘어났습니다. 소방관들은 점점 더 극단적인 산불의 행태 –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는 불폭풍, 불씨를 뿜어내며 나무의 윗부분까지 태우는 불길, 너무 빠르고 뜨거워서 날씨의 변화를 가져오는 산불 등 –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산불 진화 현장인 일터에서 생명을 위협받는 일이 잦아지면서 소방관들의 트라우마도 커지고 있습니다.

산불 대응 인력은 대부분 미국 정부 소속입니다. 대부분 임시직으로 일하며, 초임 시급이 낮게는 13.45달러에서 시작합니다. 이들은 여름 내내 전국을 떠돌며 하루 16시간씩 일하거나 2교대를 하면서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 수당이나 위험수당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이들은 산불 시즌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휴식과 회복으로 보냈죠. 하지만 이제 “비수기”라는 개념이 사라졌습니다. 기후변화로 겨울비나 눈이 늦어지고 강수량이 줄어들면서 산불 하나를 끄고 나면 다른 곳에서 또 산불이 났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강수량이 많은 달로 꼽히는 1월에도 강한 바람이 불어 지난해 8월에 시작된 산불에서 남은 불씨가 되살아나면서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6월 말, 기관간 화재센터(National Interagency Fire Center)는 준비 단계를 4로 올렸는데, 이는 미국 전역에서 소방 인력의 절반 이상이 이미 현장에 투입된 상태라는 뜻입니다. 일은 늘어나는데 인력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13년 경력의 한 소방관은 지난여름 산불 시즌 때 예비 인력을 요청했다가 다른 지역에서도 10명 이상의 관리자가 인력을 충원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무려 1,000시간 이상 추가 근무를 한 소방관도 많습니다. 일자리를 잃을 걱정에 익명을 요구한 한 소방관은 육체적으로 10년은 더 늙은 것 같지만, 정신적인 면이 더 힘들다고 털어놓습니다. 자신이 아는 소방관 대부분이 동료의 자살을 경험했거나 자살하려는 동료를 뜯어말린 경험이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연방정부 소속으로 일하던 소방관들은 초봉이 많게는 두 배나 더 높은 주 정부 기관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가장 위험하고 뜨거운 산불 최전선에서 일하는 최정예 연방 소방팀 49개는 이제 모두 인력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산림청 소속 정규직 소방관 자리의 20%가 공석이라는 추산도 있습니다. 산불 시즌에 인력을 충원하더라도, 임시로 충원된 소방관들은 지식과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산림청 대변인은 공석 수를 공식적으로 파악하고 있지 않으며, 일선에서 제기되고 있는 인력 부족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1만 명 수준의 정규직, 임시직 소방관들이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정부 소속의 소방관들이 받고 있는 임금이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최저 시급을 15달러까지 올리겠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주 방위군을 산불 시즌에 투입할 수 있도록 소방 훈련을 하고, 임시직 소방관들이 정규직으로 갈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도 말했습니다. 상원에서도 양당 의원들이 연방정부 소방관들의 최저 연봉을 2만 달러까지 올리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마틴 씨는 임금 인상이 첫걸음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산불을 관리하고 진화하는 화재청을 설립해 인력을 늘리고, 정신건강 관리를 포함해 소방관들에게 필요한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그는 말합니다. 또한, 소방관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산불과의 전쟁” 식의 접근법을 버리고, 산불이 일어났을 때 최대한 재난을 피할 수 있는 방향으로 준비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서부에서 산불이 더 “필요”하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1970년대부터 과학자들은 서부의 생태계에서 주기적인 산불은 불필요한 것들을 청소하고 건강하지 못한 식물을 제거하는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죠.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로 “연료”가 말라 죽어버렸고, 산불 위험도가 높은 날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결과 1984~2015년, 보통의 조건에서 산불로 인해 타버렸을 숲의 두 배가량이 불에 타 사라졌다고 합니다.

지난 6월 톰 빌색 농업부 장관은 연방정부 소속 소방관들과의 줌 회의에서 재난 수준의 산불을 줄이는 방법은 숲을 더 철저히 관리하는 것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는 숲을 솎아내고 자연 산불의 효과를 흉내 내는 인공적인 산불을 내는 조치도 포함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산림 관리는 우선순위가 아니었습니다. 소방 업무에 배정된 예산이 36억 달러인데 반해, 산림 관리 예산은 5억 9천만 달러에 불과했죠. 바이든 정부의 최근 예산안은 그 격차를 8억 달러(25억 달러 대 17억 달러)로 줄였습니다.

과학자들은 산림 관리도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북서부의 서늘하고 습한 숲 생태계는 밀도가 높고 수목 찌꺼기가 가득합니다. 이 지역은 습해서 수백 년에 한 번 산불이 일어나던 곳입니다. 기상 이변으로 폭염이나 가뭄, 강풍, 벼락이 겹치면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크게 날 수 있다는 뜻이죠. 그런데 기후변화 때문에 과거에는 드물었던 기상 이변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입니다.

캘리포니아주 패러다이스에서는 2001년부터 수십 마일에 걸쳐 산불이 났을 때 불길을 키울 수 있는 ‘연료’ 제거 작업을 통해 산불로부터 일종의 보호 장벽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2018년 11월 근처 계곡에서 바람에 산불이 번지기 시작하자 보호 장벽은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마을에서 무려 8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제대로 된 산림 관리로 산불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의 양상과 최근 극단적으로 커진 산불의 규모로 봤을 때 기존 해결책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여러 연구 결과는 산불의 해로운 효과를 최소화하는 가장 좋은 전략으로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요소란 주택을 건설하는 장소, 건축 자재, 사람들의 대응 태세 등을 말합니다. 캘리포니아주의 건축물 5,500채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산불 피해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주변 산불의 강도보다 건축물의 위치였습니다. 예를 들어 길에서 먼 가파른 언덕에 집을 지으면 불이 났을 때 대피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바람이 통과하는 계곡에 지은 건물은 불길이 가장 먼저 집어삼킬 만한 목표가 되죠. 산불이 한번 주택가로 내려오면 주택 자체가 산불의 가장 좋은 연료가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내화성 자재로 집을 짓는 것이 좋은 대책이 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이미 지어진 집이라도 지붕과 마당에 쌓인 수목 찌꺼기를 치우고, 불씨가 통풍구를 통해 집 안으로 번지지 못하도록 가림망을 설치하고, 식물과 집 사이에 방어 공간을 비워두고, 지붕과 울타리를 내화성 자재로 교체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안전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작년 한 해 산불에 탄 건물이 17,000여 채, 피해액은 166억 달러에 달합니다. 그러나 어디에 어떤 건물을 지을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제는 거의 없습니다. 집을 사는 이에게 해당 주택의 산불 피해 위험성을 고지하도록 법으로 정한 주도 미국에 캘리포니아, 오레건 두 곳밖에 없습니다. 이미 지어진 주택에 화재 예방 조치를 하도록 규제하는 주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주거지 보호에 들어가는 연방 예산은 산림 관리에 들어가는 예산보다도 적습니다. 2020년, 연방 재난관리청은 산불, 홍수, 태풍, 허리케인 등 재난 피해를 줄이는 지역사회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데 5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는데, 신청이 빗발쳐 지원금 신청 액수는 36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산불은 피할 수 없습니다.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소방관 출신으로 산불 인식을 제고하는 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메건 피츠제럴드 맥고완 씨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모두가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산불 피해 방지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