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신체 데이터를 본격 활용하는 아마존, 25달러 맞춤 티셔츠 출시
2021년 2월 2일  |  By:   |  IT, 경영  |  No Comment

(워싱턴포스트, Heather Ke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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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최근 한 달간 고객의 전신사진 데이터를 이용하는 서비스를 잇달아 출시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공개한 것은 고객의 매력을 높여주는 맞춤옷입니다. 첫 번째 서비스처럼 속옷 차림으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지 않아도 됩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첫 번째 서비스는 건강관리 앱 ‘헤일로(Halo)’입니다. 이 서비스는 이용자의 360도 신체 사진을 분석해 체질량 지수를 측정합니다. 이용자의 건강 증진을 돕기 위한 서비스지만, 정확한 측정을 위해 속옷 차림으로 사진을 찍어 올려야 합니다.

반면, 최근 출시한 ‘메이드포유(Made for You)’ 서비스는 속옷 차림의 사진이 필요 없습니다.  이 서비스는 이용자가 옷을 입은 채 찍은 정면, 측면 전신사진을 이용합니다. 이 사진으로 사용자의 신체 사이즈를 측정해 맞춤 티셔츠를 제작합니다. 아마존은 메이드포유 서비스를 이용하면 옷을 구매할 때 사이즈를 고르는 번거로운 단계를 생략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메이드포유 서비스는 헤일로와 비슷합니다. 이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전신사진을 찍어 아마존 서버에 올리면 소프트웨어가 이용자의 신체 데이터를 분석합니다. 아마존은 직원이 고객의 사진을 확인하지 않으며, 소프트웨어가 신체 데이터를 뽑아낸 뒤에는 사진을 자동으로 삭제한다고 밝혔습니다.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로 찍은 신체 사진의 데이터는 건강관리 프로그램은 물론, 패션 업계에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키드(Naked)라는 건강관리 앱은 특수한 카메라를 사용해 이용자의 신체를 정밀한 3D로 구현합니다. 이를 통해 체중과 근육량 변화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죠. 패션 앱 지킷(Zeekit)은 탱크톱과 반바지를 입고 촬영한 고객의 사진에 가상으로 다양한 옷을 입혀 실제 어떤 모습일지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저는 메이드포유 서비스를 이용해 직접 사진을 찍고 맞춤 티셔츠를 주문해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아마존 앱에서 색상, 길이, 목부분의 모양, 원단 등 원하는 옵션을 선택합니다. 그 다음 2장의 전신사진과 함께 키와 몸무게를 입력해야 합니다.

이러한 단계를 거치면, 아마존은 ‘가상 신체 복제(virtual body double)’라고 부르는 사용자의 3D 아바타를 생성합니다. 이 아바타에 티셔츠를 입혀 착용하면 어떤 모습일지 보여줍니다. 티셔츠는 미국에서 최종적으로 만들어지며, 이용자의 사진은 아바타를 생성한 뒤 서버에서 삭제됩니다.

과연 맞춤 제작한 25달러짜리 티셔츠는 어떨까요? 제가 티셔츠에 조예가 깊은 소비자는 아니지만, 배송된 아마존 티셔츠는 적당히 평범하고 깔끔했습니다. 일반적인 스몰 사이즈 티셔츠와 비슷했죠. 펑퍼짐한 허리 라인과 태그에 붙은 내 이름이 맞춤복이라는 것을 알려줬습니다. (9글자 이내에서 원하는 문구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티셔츠의 품질이 드러납니다. 구매한 뒤 세 번 입고, 세탁과 건조를 한 번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튼튼해 보입니다. 바느질은 깔끔하게 유지됐고, 셔츠의 모양과 크기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기성복의 정형화된 사이즈가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고객은 맞춤복의 장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성복이 잘 맞는 소비자에게는 사진을 올려 사이즈를 측정하는 것이 번거로운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아마존은 고객의 사진을 활용한 패션 제품에 손을 댔다가 해당 사업을 접은 적이 있습니다. 2017년 출시했던 199달러짜리 에코룩(Echo look) 입니다. 긴 사각형 카메라가 부착된 에코룩은 다양한 옷을 착용한 사용자의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과 패션 전문가의 조언을 종합해 어울리는 의상을 추천했습니다. 아마존은 작년 5월 에코룩 기기의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 자체는 없어지지 않습니다. 아마존 쇼핑 앱에서 사진을 찍으면, “검은 힐 부츠를 신으세요”와 같은 패션에 대한 조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비싼 장비 없이도 이런 기술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이 개선되고 이미지 처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2D 사진으로도 충분히 3D로 측정이 가능합니다. 애플의 최신형 아이폰은 레이저를 사용해 매핑하는 라이더 스캐너를 탑재했습니다. 이를 통해 훨씬 더 정확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생체 데이터 측정 기술이 발전하면서, 소비자들은 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해 꺼리던 서비스도 당연하다는 듯 이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 기기가 신체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것을 신뢰하게 되면서 얼굴이나 지문을 사용해 스마트폰 잠금을 해제하는 데 익숙해졌습니다.

그러나 편리한 서비스를 위해 자신의 얼굴 형태 데이터를 기기에 내준 소비자들도 옷 속에 가려진 몸은 더 예민하고 개인적인 것으로 여길 수 있습니다. 특히 특수한 보안 인증이나 암호화를 거치지 않고 사용하는 경우에는 신체 정보를 제공하기 꺼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객의 사진과 비디오를 이용하는 기업은 자신들의 서비스가 이러한 민감한 정보를 요구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성복을 제작하는 엠테일러(MTailor)는 이미 6년 전부터 스마트폰 카메라로 고객의 사이즈를 측정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왔습니다. 아마존의 메이드포유와 비슷한 기술입니다. 사용자가 카메라 앞에서 한 바퀴 돌면서 전신 영상을 촬영하면, 소프트웨어가 영상을 보정해 고객의 신체 사이즈를 측정합니다. 측정된 사이즈에 맞춰 아시아에서 옷을 제작해 사용자에게 배송합니다.

엠테일러의 마일스 펜(Miles Penn) 최고경영자는 아마존이 티셔츠 제작 서비스를 먼저 출시한 이유를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티셔츠는 바지나 양복보다 체형에 맞추기 쉬울 뿐 아니라, 사이즈 측정에 오차가 나더라도 어느 정도 커버가 됩니다.

만약 이번 메이드포유 서비스가 성공한다면 아마존의 첫 번째 의류 품목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동안 아마존은 패션 분야로 진출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건전지와 같은 실용품과 달리, 의류나 패션 품목은 아마존 자체 브랜드의 유사품을 만들어 인기를 끌기 어려웠습니다.

가상 맞춤복 제작은 팬데믹 시기에 특히 유용합니다. 디자이너가 고객의 치수를 재거나, 의류 매장에 가서 옷을 입어볼 필요 없이, 비대면으로 맞춤복을 제작해 입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상 맞춤복의 장점을 부각하는 팬데믹 때문에 오히려 새 옷을 입을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은 아이러니입니다.

엠테일러의 펜 CEO는 팬데믹 시기의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했습니다.

“솔직히 결혼식이나 외부 활동이 없으면 정장을 사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버티기 힘든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