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경기부양책에 친환경 산업 지원 연동? 찬반 팽팽
2020년 7월 14일  |  By:   |  경영, 경제  |  No Comment

(월스트리트저널, Sarah McFarl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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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경제국은 5,830억 달러(700조원)를 투입하여 그린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 정부는 코로나19로 침체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유례없는 규모의 예산을 쏟아붓는 동시에 구제금융 패키지를 활용하여 친환경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그린 이니셔티브(green initiative)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산업계는 환경 문제보다 일자리 회복이 우선이라고 반발합니다.

폭스바겐, 르노, 에어프랑스, 오스트리아 항공은 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완화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정부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산업계는 기후변화 대응을 노린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부정적입니다. 정부가 일자리를 다시 늘리고 원활한 기업 활동을 돕는 데 우선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하죠.

각국 정부는 코로나19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산업 분야를 되살리기 위해 채찍과 당근을 함께 활용하고 있습니다. 구제금융을 받으려는 기업에 친환경 요건을 준수하도록 의무를 지우면서 동시에 전기차와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저탄소 산업을 우선 지원하는 식이죠.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loomberg New Energy Finance)의 6월 보고서에 따르면, 50대 경제국은 그린 경제 활성화에 총 5,830억 달러(700조원)를 투입할 계획이며, 이 가운데 유럽연합 회원국 정부들이 지급하는 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 반면, 미국 의회는 연방 구제금융 패키지에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이 되는 제안을 포함하지 않았죠. 별도로 트럼프 행정부는 재생에너지 투자를 지원하는 세액공제 제도의 일몰 시한을 연장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놓고 보면 경기부양책에 든 돈이 12조 달러(1경 4,400조원)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5,830억 달러(700조원)면 많은 돈이라고 하기 어렵죠. 더욱이 이 가운데 특정 분야에 집행된 예산은 400억 달러(48조원)에 불과합니다.

유럽에서는 그린 이니셔티브가 기업들의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로비 감시단체인 유럽 기업 감시(Corporate Europe Observatory)의 벨렌 발라니야에 따르면, 유럽 의회에 친환경 이니셔티브에 반대하는 보수주의 세력이 버티고 있으며, 항공, 자동차를 비롯한 일부 산업계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일이 시급한 상황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우선순위에 둘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유럽 최대의 기업 로비 단체인 ‘비즈니스 유럽’은 지난 4월 EU 집행위원회에 보낸 서한에서 “유럽의 기업들이 일자리 감소와 공급망 붕괴의 여파를 최소화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에서 그린 이니셔티브는 지나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또한 르노, KLM, 폭스바겐은 집행위원회에 일부 환경 관련 입법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한 상황입니다.

항공업계도 구제금융에 환경 관련 조건을 붙이자는 제안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죠. 국제 항공운송 협회(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는 이메일에서 “항공사들의 재정이 안정적으로 회복되기 전까지는 효율적인 신형 항공기를 도입하거나, 친환경 연료에 투자하거나, 또는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원을 투입할 여력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기후 활동가들과 과학자들은 전 세계 경기부양 패키지 12조 달러(1경 4,400조원) 중 5%에 불과한 현재의 기후변화 대응 지출을 오히려 늘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에 따르면, 현재의 친환경 지출 비중은 지난 2009년 금융위기 당시 전체 3조 3천억 달러(4,000조원)의 경기회복 패키지 중 16%가 기후변화 대응에 투입된 것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지난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각국 정부가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회복하는 정책을 고안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탄소배출 감축 목표와 연동되는 구제금융 패키지가 대표적인 사례죠.

항공, 자동차 등 일부 산업에 대한 구제금융에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조건이 붙었습니다. 블룸버그 신에너지 파이낸스의 자료에 따르면, 각국 정부는 전기차 시장의 활성화를 명확한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한 수요 부족으로 쌓이는 재고에 허덕이던 자동차 제조사들은 정부가 전기차 생산과 구매를 지원하면서 전기차 시장을 빠르게 개척했습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을 2022년 말까지 2년 연장하고 소비세도 면제했습니다.

중국은 보조금을 발판으로 전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으로 자리매김했죠. 지원금으로 전기차 가격을 13,000달러(1,560만원) 수준까지 낮췄던 2018년에는 판매량이 62%나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보조금은 당시보다 훨씬 낮은 수준입니다. 중국 자동차 공업협회(China Association of Automobile Manufacturers)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정부가 구매 지원금을 대폭 낮춘 이후 전기차 판매는 4% 감소했습니다.

넓게 보면, 보조금과 같은 인센티브는 충전 인프라, 다양한 차종 선택권과 함께 전기차 보급에 영향을 주는 주요한 요인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국영 기업 르노가 50억 달러(6조원)의 대출을 받으려면 푸조를 소유한 PSA 그룹, 에너지기업 토탈(Total SA)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 벤처에 참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항공사 에어프랑스-KLM은 80억 달러(9조 6천억원)를 융자받는 조건으로 자국 내 이산화탄소 배출을 절반으로 감축하고, 철도와 경쟁하는 국내선을 줄여야 합니다.

지난 6월 3일 독일 정부가 발표한 두 번째 경기부양책에는 전기차 구매보조금이 포함됐습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가 적극적으로 로비를 벌인 광범위한 재정 지원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폭스바겐은 경기부양책을 반기면서, 특히 소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판매세 인하에 기대감을 표시했습니다.

전 세계 발전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재생에너지 분야는 최근 경기부양책을 바탕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비용이 감소하면서 최근 몇 년간 재생에너지 발전소에 대한 투자가 석탄, 가스 발전소 투자보다 훨씬 활발히 이루어졌죠.

유럽연합은 경기회복 패키지의 25%를 기후변화 대응에 투입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풍력, 태양광, 배터리와 같은 청정에너지 기술에 투자하는 기금을 제안했습니다.  EU는 이 기금에 170억 달러(20조 4천억원)를 투자할 계획입니다.

아일랜드의 풍력, 태양광 업체인 메인스트림 리뉴어블 파워(Mainstream Renewable Power)의 앤디 킨셀라(Andi Kinsella) 대표는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한국, 베트남, 칠레,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흐름이 빨라졌다”고 평가했습니다. 더불어, “EU의 경기부양책을 비롯하여 이러한 흐름을 강화하는 것은 무엇이든 환영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