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를 움직이는 어둠의 심리학 – 조너선 하이트(2/2)
지혜의 쇠퇴
앞으로 소셜미디어가 분노 조장 효과를 개선하더라도 민주주의의 안정성에 미치는 악영향은 여전히 남습니다. 그중 하나는 지금 당장의 사상과 다툼이 과거의 사상과 교훈을 쉽게 압도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그들의 눈과 귀로 끝없이 쏟아지는 정보의 흐름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수많은 생각과 이야기, 노래, 이미지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 정보들을 세 가지로, 곧 새로운 정보들(지난 1개월 사이에 만들어진), 한 세대 전(10~50년 전, 곧 아이들의 부모와 조부모 시대에 만들어진), 그리고 고전(100년 이상 지난)으로 분류해 그 양을 측정해 봅시다.
그 비율은 분명 18세기에서 20세기로 오면서, 텔레비전과 라디오가 미국의 가정에 등장하면서 크게 바뀌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21세기 초, 그 비율은 훨씬 더 급격하게, 그리고 더 극적으로 바뀌었을 겁니다. 대부분 미국인이 소셜미디어를 사용하게 된 2012년, 이른바 초연결 세대는 고양이 비디오나 연예인 이야기 같은 가십부터 시시각각 바뀌는 분노 섞인 정치적 주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정보를 소비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과거의 정보가 소비되는 시간은 더욱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요?
1790년 영국의 철학자이자 정치인이던 에드먼드 버크는 이렇게 썼습니다.
“인간을 혼자만의 판단으로 살게 해서는 안 된다. 한 개인의 지성은 너무나 작으므로 국가와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소셜미디어는 버크의 두려움이 타당했는지를 두고 전 세계적인 실험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소셜미디어는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그날 발생한 스캔들, 우스운 일, 다툼에 매일 관심을 쏟게 만들지만, 가장 큰 영향은 새로운 소셜미디어에 접하기 전 과거의 사상과 정보를 습득할 기회가 없던 젊은 세대에게 나타날 것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평균적으로 우리보다 더 현명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물려받은 생각들은 역사를 거치면서 정제된 것입니다. 우리가 배우는 것들은 대부분 배울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 것들입니다. 그렇다고 그 아이디어들이 항상 옳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나 적어도 지난달에 만들어진 콘텐츠보다는 고전이 더 가치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설사 새로운 세대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디지털화된 과거의 기록을 접하게 될 수 있다 하더라도, Z세대(1995년 이후 출생자들)는 이런 과거의 지혜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며, 그 때문에 당장 자신의 사회적 관계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향상해줄,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잘못된 곳으로 이끌 새로운 사상에 더 오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몇몇 우익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20세기 최악의 사상을 이용해 의미와 소속감을 찾아 헤매는 젊은이들을 유혹함으로써 나치즘에 두 번째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반대로 좌익에 경도된 젊은이들은 사회주의를 포용할 뿐 아니라, 몇몇 경우에는 20세기에 일어난 일을 전혀 모르는 듯한 열정으로 공산주의를 지지합니다. 또 젊은이들은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잃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되돌릴 수 있을까?
소셜미디어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속도와 힘으로 수백만 미국인의 삶을 바꾸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매디슨과 다른 건국의 아버지들이 설계한 정치 제도의 가정들을 무효로 만들 것인가입니다. 18세기의 미국인, 아니 20세기 후반의 미국인과 비교해도 오늘날의 시민들은 분노를 퍼뜨리도록 만든 플랫폼 위에서 타인에게 자신을 공개하고 도덕적 관종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서로 더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즉각적인 다툼 거리와 검증되지 않은 사상에 관심을 쏟을 뿐 사회를 안정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했던 전통적 지식 및 가치와 단절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바로 이 점이 지금 이 시점에서 많은 미국인과 다른 많은 나라의 시민들이 민주주의의 커다란 혼란을 경험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셜미디어는 그 자체로 악한 것은 아닙니다. 만약 숨겨져 있던 해악을 밝히고, 또 무력했던 집단에 목소리를 돌려준다면 오히려 더 긍정적인 영향력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모든 새로운 의사소통 기술은 건설적인 기술이 될 가능성과 파괴적인 기술이 될 가능성을 모두 내포하고 있으며, 차츰 더 나은 지점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연구자들과 법률가들, 자선 재단과 테크 업계 사람들이 지금 함께 그 지점을 찾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음의 세 가지 개혁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1) 공개된 행위의 빈도와 강도를 낮추어야 합니다.
소셜미디어가 진정한 교제보다 도덕적 관종에게 더 큰 유인을 준다면, 우리는 그런 유인을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몇몇 플랫폼들은 “비수치화(demetrication)”라는 이름으로 좋아요와 공유의 수를 보이지 않게 만들고, 콘텐츠를 그 자체로 평가할 수 있게 만들며, 사용자들이 끝없는 인기 경쟁에 휘둘리지 않게 하는 방식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2) 확인되지 않은 계정이 올린 내용이 퍼지는 범위를 제한해야 합니다.
누구나 수백 개의 가짜 계정을 만들어 이들을 이용해 수백만 명을 조종할 수 있는 지금의 시스템에서는 트롤, 외국 계정, 공작원 등의 부정한 참여자들이 이익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주요 소셜미디어가 계정을 만들기 전에 기본적인 신원을 확인한다면, 또는 적어도 계정의 종류에 따라 퍼져나갈 수 있는 한계를 설정한다면 소셜미디어의 해악은 그 즉시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입니다. (정부가 반대 의견을 처벌하는 국가에 사는 이들의 경우 그 사용자 정보를 보호한 상태로 글 자체는 익명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 확인을 독립적인 비영리 기구에 맡기는 방식이 가능합니다.)
3) 저질 정보의 전염성을 낮춰야 합니다.
소셜미디어에 참여하기 쉬워질수록 소셜미디어의 해악은 커집니다. 참여를 조금 어렵게 만들 때 콘텐츠의 질은 더 높아졌습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댓글을 달 때 AI가 그 내용을 파악해 앞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내용과 비슷할 경우 “정말 이 내용을 올릴 건가요?”라고 묻게 할 수 있습니다. 이 한 단계를 추가했을 때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은 악성 댓글을 달기 전 한 번 더 생각하게 됐습니다. 추천 알고리듬을 바탕으로 전파되는 정보의 질도 전문가 그룹이 알고리듬을 검사하게 해 높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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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미국인은 어쩌면 이 시대의 혼란이 지금 백악관의 주인 때문이며, 그가 백악관을 떠나기만 하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올 거로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의 분석이 맞다면,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의 사회적 생활을 지배하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이미 바뀌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효과는 2014년부터 분명하게 나타났고, 그 결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탄생한 것입니다.
우리가 정말로 민주주의의 성공을 바란다면,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지금 다시 민주주의에 대한 존중을 불러일으키기 원한다면, 우리는 오늘날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만들어낸, 민주주의의 성공을 방해하는 그 조건들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소셜미디어를 개선하기 위해 단호한 행동을 취해야 합니다.
(Jonathan Haidt, 아틀란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