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와 코커스, 올해는 승자 여러 명 나올 수도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설 후보를 뽑는 민주당 경선이 미국 현지시각으로 3일 아이오와 코커스(Iowa caucus)를 시작으로 대장정에 돌입합니다.
투표하면 흔히 떠오르는, 기표소에 들어가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 이름 옆에 도장을 찍고 그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담는 방식을 프라이머리(primary)라고 부릅니다. 미국 50개 주와 수도 워싱턴D.C. 가운데 40개 넘는 곳이 프라이머리 방식을 채택하고 있죠. 유권자들 사이에 토론이 금지된 것은 물론 아니지만, 유권자들은 다른 유권자들과 아무런 소통 없이도 프라이머리에 참여해 자기 의사를 표시할 수 있습니다.
코커스는 다릅니다. 보통 ‘이웃 모임(gatherings of neighbors)’ 정도로 옮길 수 있는 코커스는 아이오와주에서만 총 1,678곳에서 치러집니다. 전통적인 방식의 코커스에 참여하기 어려운 유권자들을 위해 87곳에서 위성 코커스(satelite caucuses)를 치르는데, 자신이 속한 지역구의 투표소에 갈 수 없는 아이오와 주민들을 위한 부재자 투표소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위성 코커스는 아이오와주 안에 60곳, 미국 내 다른 주에 24곳, 그리고 아이오와주 주민들이 많은 프랑스와 스코틀랜드, 조지아(Republic of Georgia)에서 열립니다.
규모가 큰 코커스는 학교 체육관, 주민센터, 교회 지하 강당 등지에서 열리고, 반대로 규모가 작은 코커스는 지역 주민의 자택 거실에서 열리기도 합니다. 거실에서 열리는 코커스는 실제로 반상회 같은 풍경이 펼쳐지기도 하죠. 프라이머리는 별도의 토론 없이 내가 지지하는 후보를 찍고 나오면 그만이지만, 코커스에는 동료 시민을 설득하고 토론하는 절차가 있습니다. 토론을 거친 뒤 투표는 무기명으로 하는 코커스도 있지만, 아이오와 코커스는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드러내는 투표 방식을 따릅니다.
먼저 폴리티코가 아이오와 코커스의 투표 및 집계 절차를 한눈에 보기 쉬운 인터랙티브 기사로 설명했습니다. 절차를 풀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차 투표: (투표권이 있는) 코커스 참석자들이 자신이 가장 지지하는 후보 한 명을 밝힌다. 해당 후보의 팻말 뒤에 가서 줄을 서는 식으로 후보 별 득표수를 집계.
- 1차 집계: 코커스마다 어느 후보가 몇 표를 받았는지 셉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15%라는 최소 득표율(cut-off)입니다. 15% 이상을 받지 못하면 그 후보의 지지표는 집계되지 않습니다.
- 토론/설득: 1차 투표에서 15%를 넘긴 후보를 지지한 이들은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없습니다. 반대로 15%를 넘기지 못한 후보를 지지한 이들은 15%가 넘은 후보 가운데 표를 줄 후보를 새로 찾아야 합니다. (이론적으로는 15%가 넘지 않은 후보들끼리 한 명을 몰아주기로 해서 15%를 넘기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렇게 해도 15%를 넘기지 못하면 이들의 표는 무효로 처리) 이 과정에서 15%를 넘긴 유력 후보의 지지자들이 동료 주민의 표를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로 끌어오기 위해 치열한 토론을 벌입니다.
- 2차(최종) 투표/집계: 1차 투표에서 15%를 넘기지 못한 후보를 지지했던 이들의 의사를 다시 묻고 후보 별 지지자 수를 다시 셉니다. 2차 투표까지 온 후보들은 해당 코커스에서 아이오와 주도 드모인(Des Moines)에서 열리는 주 전체 코커스에 보낼 대표단(delegate)을 최소한 한 명 확보하는 셈입니다. 득표율에 비례해 해당 코커스에 배정된 대표단을 후보들이 나누어 갖습니다.
- 이렇게 코커스 별로 표를 전부 집계해 더하면 어느 후보가 가장 많은 대표단을 확보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코커스를 주관하는 아이오와주 민주당은 예전에는 코커스 별로 집계한 대표단 수를 더해 어느 후보가 대표단 몇 명을 확보했는지만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집계 과정에 투명성을 높이고자 이번 아이오와 코커스부터는 위의 1차, 2차 투표 결과를 코커스 별로 전부 다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바로 코커스 별로 1, 2차 투표 결과를 공개하기로 한 새로운 규정 때문에 “이번 아이오와에서는 여러 후보가 서로 자기가 사실상 승리했다고 선언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코커스 별로 누가 몇 표를 받고 1차 투표에서 어디서 누가 15%를 못 받아서 누구 지지자들이 누구로 지지 후보를 바꿨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아이오와주 민주당이 대표단을 어느 후보에게 최종 몇 명씩 배정하게 됐는지 결과만 발표했죠. 4년 전에 버니 샌더스 후보 측이 대표단 숫자에 의문을 제기하며 코커스 별 표 집계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는데, 아이오와주 민주당이 이를 정확히 제시하지 못해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전당대회에 보내는 대표단의 비율이 클린턴 49.9%, 샌더스 49.6%로 박빙의 접전이 펼쳐진 것으로 나왔는데, 정확히 어디서 몇 표가 나와서 그렇게 된 건지 아이오와주 민주당이 근거 자료를 대지 못하자 논란이 불거졌던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논란을 방지하고자 1, 2차 투표 숫자를 전부 다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후보가 1차 투표에서는 더 많은 표를 받고도 최소 득표율인 15%를 받지 못한 후보를 지지하던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 2차 투표에서 뒤집힌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최종 결과 대표단을 덜 받겠지만, 이 후보도 “사실 아이오와에서 가장 많은 당원의 선택을 받은 후보는 나”라고 주장할 근거가 생기는 셈입니다. 여기에 여론조사에 따라 예측한 결과보다 더 많은 표를 받은 후보도 나올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상당히 많은 숫자를 한꺼번에 다 공개하는 것은 투명성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후보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숫자를 잘 부각해 “아이오와에서 우리 캠프도 선전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더 쉽게 찾을 수 있게 됐습니다.
정리해보면 아이오와주 민주당은 내일 밤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로 총 4가지 숫자를 발표합니다.
- 후보들이 코커스 별로 1차 투표에서 획득한 표
- 토론/설득을 거친 코커스 별 2차 투표 결과
- 아이오와주 대표단 총합(SDE, State Delegate Equivalents)
- 아이오와주가 민주당 전당대회에 보낼 대표단 41명의 배분 (아이오와에 배정된 49명 가운데 8명은 명망 있는 정치인 등으로 구성된 슈퍼 델리게이트(super delegate), 41명이 코커스 결과에 따라 후보를 뽑는 대표단(pledged deleg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