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층과 민주화: 민주화를 이끄는 집단은 어디인가?
2019년 10월 28일  |  By:   |  세계, 정치  |  No Comment
  • 오슬로 평화연구소와 오슬로대학의 연구진이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입니다.

미국과 유럽 여러 국가를 포함한 세계 각지의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교육 수준이 낮은 일부 노동자 계층의 구성원들이 민주주의의 백래시(반발) 세력이 되었다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이 같은 스테레오타입에 따르면, 백래시 세력은 경제적 세계화와 이민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권위주의적 포퓰리스트 정치인 및 정당을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어 있는 사람들입니다. 정치 분석가들은 교육 수준이 높고 도시에 거주하는 중산층을 이와 반대로 민주주의적 가치와 원칙을 수호하는 사람들로 보고 있죠.

하지만 산업 노동자들이 정말로 반민주주의 세력일까요? 최근 연구에서 우리는 세계 150개 국 시민들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왔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산업 노동자들은 민주화 과정에서 오히려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도시 거주 중산층보다 오히려 더 중요했다는 것입니다. 공장 노동자들이 독재 정권에 대규모로 저항하기 시작하면, 뒤이어 민주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았죠.

근대사에서 각 국의 시민들은 정치적 자유를 얻기 위해 대규모 저항을 조직했습니다. 때로는 그 시도가 성공을 거둡니다. 현재 홍콩의 민주화 시위는 정치적 자유를 얻기 위한 대규모 조직 운동의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는 20세기 초반의 여성 참정권 운동, 30년 전 동유럽의 반공산주의 운동,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일어났던 반정권 시위인 “아랍의 봄”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랍의 봄 이후 갈라진 각 국의 운명이 말해주는 것처럼 대중 운동이 언제나 민주주의를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이란의 사례처럼, 현재의 독재 정권을 끌어내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왜 어떤 운동은 민주주의를 가져오고 어떤 운동은 실패해버리는 것일까요?

우리 연구는 1900년부터 오늘날까지 전 세계에서 일어난 주요 반정권 저항 운동을 비교해서, 민주화 운동의 성공 여부는 누가 저항에 참여하는가에 달려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시위자들의 사회적 배경에 성공 여부가 달려있었죠. 시위자들이 중산층 시민인 경우일까요, 아니면 공장 노동자, 공무원, 농민들인 경우일까요?

저항 운동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몰립니다. 예를 들어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일어난 아랍의 봄 운동을 살펴봅시다. 2015년 노벨 평화상은 튀니지 국민4자대화기구(Tunisian National Dialogue Quartet)에 돌아갔습니다. 튀니지의 평화로운 민주화 이행 과정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은 것입니다. 국민4자대화기구는 노조를 포함, 다양한 계층을 아우르는 연대였습니다. 반면 이집트에서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은 도시에 거주하는 중산층 전문직이라는 훨씬 작은 사회적 기반을 갖고 있었습니다.

20세기에는 오로지 농민들로만 이루어진 저항 운동도 있었습니다. 우리의 데이터에 따르면, 이러한 저항 운동은 민주적 개혁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이 집단에게 정권을 교체할 힘이나 민주주의를 실시할 동력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 노동자들이 끼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우리는 민주화 운동을 도시 중산층이 주도하면 민주화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고, 산업 노동자들인 경우는 더욱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두 집단이 힘을 합하는 경우, 특히 도시화된 사회에서는 강력한 힘을 발휘했죠.

산업 노동자들은 특히 노조와 국제 노조 및 사회민주당 네트워크를 활용해 독재 정권에 강력한 도전을 안깁니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특정 유럽 국가와 라틴 아메리카 국가의 보통선거권과 다당 경쟁 선거 도입에 있어 노조가 기여한 점을 강조한 기존 주요 연구들에 동의합니다.

이런 사례의 경험들은 전형적이지 못할 수 있습니다. 우리 연구는 시위 참여자의 사회적 구성이 민주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세계 각 국의 사례들을 통해 체계적으로 살펴본 최초의 연구입니다. 우리는 1900년부터 2006년까지 전 세계에서 일어난 모든 주요 저항 사례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고, 이 운동에 산업 노동자, 도시 중산층, 농민, 민족 집단, 종교 집단 등 누가 참여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이 연구의 가장 확고한 발견은 산업 노동자들이 주축이 된 저항 운동이 다른 어떤 종류의 운동보다도 민주화를 가져오는데 효과적이었다는 점입니다. 도시 중산층의 저항 운동이 민주화와 연결되어 있다는 근거도 있지만, 산업 노동자들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근거보다는 약합니다. 최근 권위주의적 포퓰리스트들의 부상에 대한 토론에서 노동자 계층에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고 있지만, 우리의 연구는 민주주의의 역사적 발전에서 산업 노동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밝히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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