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 미나즈 “의원님들 요즘 대학 등록금 얼마인 줄 아세요?”
2019년 9월 17일  |  By:   |  경제, 교육, 세계  |  No Comment

시사 풍자 프로그램 ‘이런 앵글(Patriot Act)’을 진행하는 코미디언 하산 미나즈(Hasan Minhaj)가 미국 의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섰습니다.

지난 10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가 연 학자금 부채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미나즈는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이 문제를 다루며 알게 된 학자금 대출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이로 인해 고통받는 젊은 세대의 상황을 풍자 코미디언답게 통렬하게 풀어냈습니다.

미나즈는 지난 2017년 백악관 기자단 초청 만찬(Correspondents Dinner)의 사회를 본 적도 있습니다. 이날 청문회 내내 의원과 좌중을 여러 차례 웃게 한 미나즈는 션 더피(Sean Duffy, 공화, 위스콘신) 의원과는 학생의 성적과 부모 소득의 관계, 성적 장학금과 가계 소득 기반 장학금 가운데 무엇이 더 공정한 방법인지에를 두고 첨예하게 맞서기도 했습니다.

4시간 가까이 쉼 없이 이어진 청문회 장면 가운데 하산 미나즈의 5분 모두 발언을 풀어봤습니다.


 

우선 오늘 이 자리에 저를 증인으로 불러주신 맥신 워터스 위원장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부위원장인 패트릭 매킨리 의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제가 누군지 모르셔서 구글에 검색해보셨다던데, 귀한 시간 내주셨네요.

제 이름은 하산 미나즈입니다. 저는 무슬림이고요. 저는 이슬람 근본주의자와 테러리스트들을 규탄합니다! 사실 오늘 제가 할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말이긴 하지만, 의회 청문회니까 제가 한 모든 말이 기록으로 남잖아요. 그래서 이것부터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워터스 위원장님의 초대를 받아 오늘 이 자리에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넷플릭스에서 “Patriot Act”라는 시사 풍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프로그램의 특성상 자연히 여기 계신 의원님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제 프로그램에 없어서는 안 될 귀한 소재와 주제가 되곤 합니다. 제가 혹시 의원님들의 발언을 곡해해 인용했거나, 따로 저한테만 제보해주실 말씀 있는 의원님들은 언제든 귓말 주세요. 1:1 대화 대환영입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최근에 저희 프로그램에서 학자금 대출과 청년 부채 위기를 다뤘습니다. 그 에피소드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사실 현재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있는 미국인이 4,400만 명, 대출금의 액수가 총 1조 6천억 달러(1,890조 원)나 되는 상황이니 사람들이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기도 했을 겁니다. 숫자가 너무 커서 감이 잘 오지 않으시다면, 해당 에피소드를 녹화할 때 저희 스튜디오에 와준 200명 남짓한 방청객을 상대로 간단히 조사해 알게 된 내용을 소개해 드릴게요. 저도 숫자를 듣고는 깜짝 놀랐는데, 200여 명이 학자금으로 빌린 돈 가운데 여전히 갚고 있는 돈을 다 합치면 600만 달러가 넘었습니다. 방청객 중 상당수가 학부에서 정치학을 전공해서 아직 일자리를 못 찾고 있는 문송한 처지였다는 점을 고려해도 600만 달러는 절대 적은 돈이 아니죠.

과도한 학자금 대출 때문에 미국인의 삶이 바뀌고 있다는 건 이미 잘 아실 겁니다. 빚을 갚기 전까지는 결혼도 미루고, 결혼해도 아이를 낳거나 집을 사는 계획을 미룰 수밖에 없으며, 더 오래 일해야 하니 퇴직 시기도 늦어집니다. 특히 제 세대가 그래요. 저는 올해 33살입니다. 제가 자라면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 뭔 줄 아시나요?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미국 부모들이 늘 하는 말이니 다들 잘 아실 겁니다.

“중산층이 되려면 반드시 대학교는 나와야 한다. 대학은 나와야 사람답게 산다.”

또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죠.

“대학도 안 나오면 포스트 말론(Post Malone)처럼 얼굴에다 문신이나 덕지덕지하고 저게 뭐니?”

포스트 말론은 엄청나게 잘나가는 가수이자 래퍼인데, 대학교를 중퇴하기는 했습니다. 얼굴 문신 가지고 뭐라고 하기엔 문신 없는 사람보다 훨씬 성공한 삶을 살고 있으니 타산지석으로 삼기엔 좀 적절하지 않죠.

아무튼 배경 설명은 됐고, 실제로 대학을 가야 한다는 부모들의 잔소리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절대 틀린 말이 아녜요. 미국에 있는 모든 일자리의 2/3는 최소한 대학 졸업장에 준하는 학력을 요구합니다. 대학 졸업장은 책임 있는 경제인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 요건이 됐습니다. 여기 계신 의원님 대부분이 학교에 다니던 시절보다 훨씬 기준이 높아졌죠.

일자리를 구하는 데 필요한 학력 요건만 높아진 게 아닙니다. 의원님들은 제가 속한 세대 혹은 지금 대학생들보다 등록금을 훨씬 덜 내고 다니셨어요. 그냥 대충 추산한 게 아니라 정확한 숫자를 산출하고자 조사를 좀 했습니다. 지금 여기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속한 의원님들이 총 60분인데요, 의원님들의 출신 대학교와 해당 연도 등록금을 하나하나 살펴봤습니다. 예전의 가격이니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지금과 비교해야겠죠? 그렇게 했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서도 대학생으로 사는 것 자체가 의원님들의 학창 시절에는 훨씬 저렴했어요. 시대가 그랬으니까요.

몇 분만 살펴볼까요? 워터스 위원장님, 위원장님이 1971년 LA에 있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에 다니면서 등록금으로 1년에 약 1천 달러를 냈습니다. 물가 상승분 반영한 거고요, 지금 위원장님의 대학 동문이 되려면 1년에 6천 달러 넘는 등록금을 내야 합니다. 500% 이상 비싸진 거죠.

킹 의원님 기록도 볼까요? 1965년 킹 의원님이 다니신 세인트 프랜시스 칼리지의 연간 등록금은 1만 달러가 조금 넘었습니다. 그때도 비쌌지만, 지금은 2만 5천 달러가 넘습니다. 대학교 등록금만 4년에 10만 달러가 넘어요.

금융서비스위원회 소속 의원님 60명은 평균 33년 전에 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계산해보면 의원님들이 낸 대학교 평균 등록금은 1년에 11,690달러였습니다. 여러분이 다니신 그 대학교의 등록금으로 평균을 내보면 지금 학생들은 1년에 2만 5천 달러 이상을 등록금으로 냅니다. 110% 정도 비싸졌죠. 그럼 지난 33년 사이 대학교를 졸업하고 일자리를 구해 경제활동을 하고 받는 임금은 얼마 올랐을까요? 16% 올랐습니다.

저 지금 어려운 얘기 하는 거 아닙니다. 결론은 분명합니다.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도 돈을 벌기는 어려워졌는데, 일자리를 구하려면 사실상 가지 않을 수 없는 대학 교육은 훨씬 비싸졌습니다. 중산층이 되기 위해 넘어야 하는 임금의 벽(pay wall)이 생겨난 겁니다. 저는 미국인에게 굴레처럼 씌워진 이 임금의 벽을 당장 허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희 프로그램을 유튜브에 공짜로 배포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뭐, 넷플릭스에 볼 만한 게 하나도 없어서 그렇기도 하지만요. 넷플릭스에 올라오는 프로그램들은 ‘도대체 어디서 이런 걸, 왜 만들었지?’ 싶은 것들만 올라오니까요. “맛있는 케이크를 찾아 떠나는 프로그램”은 이미 차고 넘치는데 또 새로 나오곤 하죠.

자, 구조적인 환경이 각박해졌다는 건 이제 어느 정도 설명이 된 것 같고요. 이런 처지에 놓인 저희 세대나 지금 대학생들을 향해 “좀 더 책임감 있게 경제생활을 하면 빚도 갚을 수 있고, 잘 사는 데 문제없지 않으냐”고 조언하는 분들께 몇 마디 더 부연할까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희 세대나 지금 대학생들은 최선을 다해서 정말 책임 있게 살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래를 위해 자신의 교육에 투자하는 것보다 돈을 소중히 쓰는 게 또 있을까요? 그 과정에서 지게 된 빚을 갚기 위해서도 우리 세대는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젊은이들의 태도나 경제관에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가 사채업자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이윤에만 집착하는 사기업에 학자금 대출 사업을 맡겨버린 데 있습니다. 이 기업 중에는 대출을 받으려는 학생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내지 않아도 되는 이자를 비싸게 내는 대출 상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등 악랄한 사업 모델을 지금도 고치지 않고 있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학생들이 더 좋은 대출 조건을 제공하는 금융기관을 알아서 구할 수 없다는 건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학생들은 교육부가 지정한 금융기관 가운데 대학교가 제휴를 맺은 곳에서만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학자금 대출은 어느 기업의 어느 대출 상품을 이용해야 한다고 이미 정해진, 사실상의 부분독점 시장인 겁니다. 금융기관은 교육부나 대학교하고만 관계를 잘 유지하면 경제적 약자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땅 짚고 헤엄치듯 대출 서비스를 운용할 수 있습니다.

불과 10년, 15년 전만 해도 상황은 이렇지 않았습니다. 빚을 내 공부하고 자신의 미래와 자기 계발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빚더미에 빠져 허덕이는 상황으로 내몰려서는 안 됩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있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데 드는 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이 규제 사각지대에서 사실상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으면서 악랄한 이자놀이로 서민들의 등골을 빼먹는 지금 상황은 당장 바로잡아야 합니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 전에 의회의 권한, 특히 여기 금융서비스위원회가 가진 권한도 정말 중요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첫걸음이 뭘까요? 간단합니다. 학자금 대출을 해주는 기업들을 우리가 보통 은행이나 금융기관을 규제하듯 규제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있는 미국인이 4천만 명이 넘습니다. 대출 업체들은 지금도 ‘대마불사’라는 주문을 외우고 있을 겁니다. 서민의 꿈을 약탈하는 기업들을 규제하는 일에 의회가 당장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 이제 제가 사는 곳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무슬림을 향해 ‘너희 나라로 꺼지라’는 혐오 발언을 비꼰 것)

청문회 전체 영상

롤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