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하포드: 나는 어떻게 행동경제학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났나(2/3)
2019년 4월 17일  |  By:   |  과학  |  No Comment

남은 시간을 보낸 방법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개념에는 기회비용 이라는 것이 있다. 무언가를 하겠다는 우리의 모든 결정은 동시에 다른 무언가를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포함한다. 저녁 시간의 강연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집에서 아이가 잠들도록 이야기를 읽어주는 일을 포기해야 한다. 한 시간 반 동안 뉴스를 보는 것은 그 시간 동안 축구를 보지 않는 것이다. 내가 트위터에 올린 4만개의 트윗은 분명 내게 무언가를 비용으로 가져갔겠지만, 나는 그 당시 내가 무엇을 희생하는지를 생각하지 않았다.

이렇게 기회비용을 무시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특징이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내릴때 종종 기회비용을 고려하지 않는다. 조금 오래된 비유지만, 150만원 짜리 최고급 CD 플레이어와 충분히 괜찮지만 그보다는 못한 100만원 짜리 CD 플레이어를 두고 하는 고민이 그런 차이를 잘 보여준다.

두 플레이어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쉬운 결정이 아니다. 하지만, 만약 100만원 짜리 CD 플레이어에 50만원 어치의 CD가 따라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번째 옵션을 선택한다. 최고급 CD 플레이어의 기회비용이 분명해진 순간, 사람들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지를 분명히 알게 된다.

이런 이유로, 나는 나의 디지털 생활을 그저 중단한 것이 아니라, 새로이 생긴 시간과 에너지로 무언가를 대신하려 했다. 나는 세 가지 활동에 집중했다. 첫째는 운동을 더 많이 하는 것이다. 나는 트위터 앱을 짧고 격한 달리기 훈련을 유도하는 운동 앱으로 바꾸었다.

두번째는 친구들과 보내는 즐거운 시간을 만든 것이다. 나는 2주에 한 번씩, 일요일 저녁에 오랜 친구들을 불러 주사위를 던지고 마법사 역할을 하는 롤플레임 게임을 즐기게 되었다. (나는 던전앤드래곤이 꽤 구식이라는 것을 알게되었지만, 나도 옛날 사람이니 상관없다.)

세번째 내가 한 행동은 내가 중단한 소셜 네트웍의 한 가지 역할이 멀리 있는 친구들과 연락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마침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었기에 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직접 쓰기로 한 것이다. 나는 모든 친구에게 다 카드를 보낼 수는 없었지만 한 동안은 보지 못한 서른 명 정도의 오랜 친구들에게 긴 내용의 편지를 썼다. 우리의 우정에 대해, 과거의 즐거웠던 시간에 대해, 그리고 특히 우리 두 사람만이 공유하는 기억에 대해 썼다. 이 편지들은 페이스북 글에 라이크를 누르는 행동에 대응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실험은 점점 더 흥미로워졌다.

스마트폰에 대한 생각

다니엘 카네만은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어려운 질문을 맞닥뜨렸을 때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를 더 쉬운 문제로 ‘대체’한 다음 답한다.” 즉, 아마존 주식을 사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아마존에서 쇼핑을 하고 싶은지”를 생각하며, 대통령 후보의 리더쉽과 정치력을 따지기 보다는 그와 맥주 한 잔을 하고 싶은지를 생각한다는 뜻이다.

인간 기술 연구소 소장인 트리스탄 해리스는 우리가 사용하는 디지털 서비스들이 종종 우리를 위해 이런 ‘대체’를 행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해리슨은 친구 몇 명이 밤에 이야기를 계속 하기 위해 어디로 가야할지를 생각하는 예를 이야기한다. 그들은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추천 식당을 검색하며, 인스타그램의 칵테일 사진들을 보게 된다.

해리스는 이때 스마트폰이 “어디로 가야 우리가 계속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어느 술집의 칵테일 사진이 멋있을까?”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친구 중 한 명의 아파트로 가거나, 해변의 공원을 추천하지 않는다.

이런 대체는 언제나 일어나며, 우리는 그 차이를 종종 알아채지 못한다. 연인을 찾기 위해 우리는 동네 술집을 가거나 자원 봉사를 하는 대신 틴더 앱의 얼굴 사진을 넘기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스마트폰을 집어들때 가지는 “지금이 몇 시지?”라는 질문은 곧바로 “밤 사이 내가 뭘 놓쳤을까?”로 바귄다.

방금 단락을 쓰면서, 나는 완벽한 예를 다시 발견했다. 방금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나는 비가 언제까지 올지 알고 싶어 “날씨”를 검색했다. 나는 내가 처음 가진 질문의 답을 바로 찾았지만, 동시에 기상 캐스터 몇명의 영상이 검색에 올랐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항상 유심히 보게 된다.

나는 대학 때 알고 지내던 이가 기상 캐스터가 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그녀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졌다. 누구든 그럴 것이다! 물론 구글은 이 질문을 또 더 쉬운 질문으로 바꾸어, 곧 그녀의 최근 외모가 어떤지로 바꾸어 그 답을 보여 주었다. 구글은 다른 기상 캐스터들의 사진도 함께 보여주었고, 30초 뒤 나는 애초에 관심도 없던 토마스 샤퍼네이커의 상반신 누드를 보고 있었다.

15년 전에는 아내에게 어쩌다 내가 기상 캐스터의 사진을 보게 되었는지 설명하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여기에 어떤 설명도 필요 없다. “언제 비가 그칠까?”라는 질문이 “토마스 샤퍼네이커의 젖꼭지가 어떻게 생겼을까?”라는 질문으로 얼마나 쉽게 바뀔 수 있는지를 이제 누구나 알고 있다.

인터넷이 연결된 디지털 기기를 가지고 어떤 일을 하겠다는 것은 맥주와 아이스크림이 가득 찬 냉장고를 자리 옆에 두고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것과 같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캔을 따고 크게 한 입을 들이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더 나쁜 것은, 이런 스마트폰의 유혹에 굴복해 얻는 것이 랜덤한 보상이라는 것이다. 심리학자 BF 스키너는 쥐를 이용해 음식을 보상으로 주는 경우를 연구했다. 그는 놀랍게도 “간헐적 보상” 곧, 음식을 보상으로 주거나 말거나가 랜덤하게 정해질 때 쥐는 그 행동을 더 열렬하게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이메일이나 소셜 미디어, 낚시 기사 제목 처럼 랜덤한 보상은 우리를 중독시킨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는 쉽지 않은 문제이다. 왜냐하면, 이런 반응들은 우리가 미처 그 행동에 대해 생각하기 전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한 가지 해법은 장애물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PC의 웹브라우저에 스트릭트 워크플로우(Strict Workflow)라는 플러그인을 설치했다. 한 번의 클릭 만으로 이 플러그인은 트위터, 유튜브, 뉴스사이트들을 25분 동안 들어가지 못하게 만든다.

나는 25분 동안 내가 얼마나 이런 사이트를 많이 클릭하고, 접근 불가 메시지를 본 후 다시 하던 일로 돌아오는지에 충격을 받았다. 나는 몇 주나 몇 달 뒤에는 이런 습관적으로 다른 사이트를 가는 습관이 사라지길 바란다. 어쨌든 나는 이 플러그인을 계속 쓸 것이다.

어쨌든 스마트폰에서 뉴스 앱과 트위터, 피들리를 지움으로써 나는 스마트폰을 덜 찾게 되었다. 무의식적 습관이 얼마나 강력한가 하면, 나는 피들리를 지운 뒤 몇 개의 이메일을 지우고 나서 다시 무심코 피들리 앱을 찾고 있었다. 나는 잠시 후에야 내가 1분 되기 전에 그 앱을 지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는 스마트폰의 사용에 있어, 우리가 그저 생각을 깊게 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종종,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파이낸셜 타임즈, Tim Harf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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