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가 부추기는 속단하고 분노하는 사회
2019년 4월 8일  |  By:   |  IT, 문화, 세계, 정치  |  No Comment

만연한 당파주의와 무엇이든 들불처럼 빠르게 퍼져나가는 소셜미디어 환경은 쉽게 속단하는 인간의 습성을 한층 강화시켰습니다.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판단을 내리는 것은 인간들의 오랜 결함이지만, 초고속으로 복잡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더욱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 소셜미디어 환경은 불완전한 정보에 근거한 경솔하고 성급한 판단을 부추기고, 감정적 정체성이나 이데올로기적인 입장을 한층 강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여럿 발표되었죠.

최근에는 전 국방장관인 애쉬 카터의 부인 스테파니 카터가 2015년에 찍힌 사진을 해명하고 나선 일이 있었습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스테파니 카터 뒤에 서서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귓속말을 하는 사진입니다.

조 바이든의 부적절한 행동이 의심되는 또 다른 사진에 이어 이 장면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언론에서는 관련 기사가 쏟아졌고, 스테파니 카터는 “모르는 사람들, 트위터, 호사가와 심야 프로그램 진행자들로부터”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겠다며 미디엄 지에 글을 기고했습니다. 그녀는 남편이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되는 순간이었고, 부통령이 지지의 뜻으로 어깨에 손을 올리며 “남편이 이 일을 할 수 있게 허락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했다며 당시의 상황을 전했습니다. 또한 가까운 사람 간의, 충분한 맥락을 가진 장면이 영상에서 잘려나온 캡쳐 한 장으로 심술궂은 코멘트와 함께 트윗되는 순간,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그 장면만 남게 된다고 덧붙였죠.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접 보지도 못한 일이 온라인에서 폭발적인 화제에 오르는 일은 이제 너무나도 쉬워졌습니다. 수많은 매체와 유명인사가 뛰어들어 확산시킨 한 동영상은 한 미국 원주민 남성과 남자 고등학생들이 인종적인 문제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나중에 더 긴 영상이 나온 후 이미 널리 퍼진 판단에 의심이 제기되었죠. 상원의원 다이앤 페인스타인과 젊은 활동가들 간 그린 뉴 딜에 대한 대화를 담은 영상은 처음에 상원의원이 상대방을 무시하는 듯 보였지만, 대화 전체를 담은 더 긴 영상이 공개되자 그녀가 활동가 중 한 사람에게 인턴 자리를 제시했다는 것까지 밝혀졌습니다. 공화당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들 간 ‘뮬러 보고서’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로 보고서 원문 전체를 본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소셜미디어 상에서 “이게 사실일리 없어” 싶은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을 겁니다. 분노를 일으키는 소식 뿐 아니라, 이른바 “사이다 스토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를 퍼나르는 사람의 대다수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으며, 차후에 팩트체크가 이루어진 후에도 그것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오늘날의 양극화된 정치 지형 또한 인터넷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멘털 소모”를 피하기 위해 이미 지지하고 있는 쪽을 따라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사건을 여러모로 따져보고 자신만의 의견을 형성하기보다는 자주 동의하는 쪽의 의견을 그대로 듣고 의지하는 이른바 “인지적 지름길”을 택하는 것이죠.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사이트에서 이런 “지름길”을 발견하는 것은 너무나도 쉽습니다. 최근에는 특정 정당에 깊은 소속감을 느끼고 그 소속감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사람일수록 더욱 더 이런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이런 식의 “피드백 루프”는 양극화를 강화시키고, 나아가 분노를 부추깁니다. 몰리 크로켓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는 온라인 상에서 분노를 표현하는 것은 “신뢰할 수 있음”, 즉 일종의 도덕적인 속성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향실 안에서 목소리가 더 크게 울려퍼지게 되는 것이죠. 또한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인해 도덕적인 분노를 표현하는데 필요한 비용이 낮아졌습니다. 예전과는 달리 분노를 표현하는데 큰 노력이 들지 않고, 수많은 이들과 함께 스크린 뒤에 숨을 수 있으니 의견을 표출하는 것에 대해 보복을 당할 가능성도 낮아졌죠.

이런 환경이 미투 운동이나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BlackLivesMatter)” 운동에서와 같이 소외된 집단이 불의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데는 큰 도움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가장 화끈한 컨텐츠만을 더욱 부각시키는 생태계 내에서는 잘못에 비례하지 않는 처벌을 낳는 것도 사실입니다. 크로켓 교수는 “소셜미디어의 뉴스 알고리즘이 가장 주목을 끌만한 콘텐츠를 선정하고, 가장 감정적인, 즉 도덕적인 분노를 불러일으킬만한 콘텐츠가 공유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연구 결과로 드러났다”며, “이는 곧 온라인에서 분노를 불러일으킬만한 일들만 너무 많이 마주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합니다. (Ax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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