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존 매케인 자서전 <쉼없는 파도> 가운데
2018년 8월 27일  |  By:   |  세계, 정치  |  No Comment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어제(25일) 81세를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고(故) 매케인 의원은 30년 넘게 공화당 상원의원을 지냈고, 정치에 뛰어들기 전에는 미 해군에서 오랫동안 복무했습니다.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가 5년 넘게 포로로 붙잡혀 있기도 했으며, 두 차례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서 한 번은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습니다. 2008년 오바마 대통령에게 졌던 선거였습니다. 평탄하지 않았던 그의 삶만큼이나 그는 무척 고집이 세고, 자기 신념을 좀처럼 굽힐 줄 모르는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정적은 물론이고 친구들까지도 가끔은 넌더리를 낼 정도였죠. 그런 그에게 붙은 이단아(The Maverick)라는 별명은 어떤 면에서 참 잘 어울립니다.

많은 언론이 매케인 의원의 삶을 조명하며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가운데, 그가 지난 5월 삶을 마무리하기 전에 펴낸 마지막 회고록 <쉼 없는 파도(The Restless Wave)>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할 말은 꼭 해야 하는 성미를 지닌 그가 술회하는 일생, 그리고 마지막으로 친애하는 동료 미국인들에게 건넨 메시지는 오랫동안 함께 일한 전기 작가 마크 설터(Mark Salter)가 책으로 엮었습니다.

오늘은 그 가운데 매케인 의원이 직접 읽어내려간 책 일부분을 소개합니다. NPR이 독점으로 공개한 매케인 의원의 육성은 NPR 원문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세상에 머물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지 저도 잘 모릅니다. 운이 좋으면 5년은 더 살 수도 있겠죠. 의학이 발달해 암을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이 개발될지도 모르고요. 그러면 저를 괴롭히는 암을 떼어내고 얼마 더 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을 때쯤에 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제가 처한 상황이 워낙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렇게밖에 말할 수가 없네요. 그러나 저는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하려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삶의 막바지에 접어들었음을 실감한 뒤로 여러 가지 일에 우선순위를 매기게 됐습니다. 먼저 챙겨야 할 것들, 우선 매듭지어야 할 일들, 떠나기 전에 꼭 한 번 얼굴을 보고 싶은 사람들 같은 것이죠.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미국인들에게, 제가 그래도 된다면 마지막으로 몇 마디를 남기고 싶습니다.

친애하는 미국인들이여, 사랑하는 우리나라는 언제나 제 삶의 일순위였습니다. 우리가 늘 옳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때로는 참을성 없이 우리가 무얼 하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떤 일에 달려들곤 합니다. 별것 아닌 차이를 가지고 끝없이 싸우기도 합니다. 그 차이를 과장하다 못해 씻기 어려운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우리는 때로 이기적이고, 종종 내 실수로 일어난 문제의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미국이란 나라가 어떤 나라입니까? 우리가 이 세계에 한 일을 생각해보면 분명히 해를 끼친 것보다 이로움을 가져다준 것이 훨씬 더 많습니다. 당연히 우리 자신을 위해 판단하고 행동한 결과겠지만, 미국이란 나라 덕분에 지구상의 수많은 사람이 자유를 얻었고, 더욱 안전한 삶을 살며 번영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이 누리는 자유와 성공을 위협으로 느끼지 않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이 세상 사람들과 어울려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그 사람들에게도 우리가 필요할 테고요. 우리와 우리의 친구를 위해 이 세상의 종은 울릴 겁니다. 우리가 다른 이들과의 우정, 인류의 박애에 기대듯 인류도 우리에게 기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점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합니다. 우리는 단 한 순간도 고립된 섬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인류라는 거대한 공동체의 일원이었으니까요.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제가 오랜 시간 몸담았던 정치권에 먼저 제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우리 정치권이 미국이란 나라를 다른 나라와 달리 돋보이게 했던 바로 그 역사를 기억하고 이를 위해 복무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서로 다르기보다 비슷한 점이 훨씬 많다는 지극한 상식을 되찾아야 합니다. 우리는 과거 인류를 끝없이 괴롭혔던 배타적인 부족주의를 버리고 같은 이상향을 꿈꾸며 새로운 세계를 찾아온 공화국의 시민입니다. 요즘과 같은 정치적 혼란과 격동기에도 우리에게는 여전히 새로운 세상을 향한 열망과 그 유산이 남아 있습니다. 이를 받아들이고 계속 가꿔 나가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일 겁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공화국의 동료 시민을 존중해야 합니다. 그 존중의 뿌리는 바로 수많은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또 때로는 품위를 잃을 만큼 격렬한 다툼과 논쟁으로 번지기도 하는 정치적인 삶일지라도 우리가 모두 미국이라는 나라의 이상향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데 있을 겁니다. 그 이상향이란 바로 모든 인간은 동등하며, 모든 인류가 마땅히 누려야 할 자유와 평등이라는 권리가 구현된 세상입니다. 인간의 기본권이란 모든 이의 심장에 있는 것과도 같습니다. 때로 시련을 겪고 공격을 받기도 하겠지만,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저는 사랑하는 미국인들에게 제 힘이 남아있는 한 우리가 궁극적으로 기억하고 지켜내야 할 가장 소중한 유산은 바로 이러한 인류의 기본권을 향한 헌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면 저는 사랑하는 자연의 품에 저를 맡길 겁니다. 비가 내리면 개울이 내를 이루어 졸졸 흘러내리는 곳, 불어오는 바람이 미루나무를 돌며 쉬어가는 곳으로요. 그곳에서 저는 장미향 가득한 바람을 맞으며 볕을 쬘 겁니다. 플라타너스 나무 사이로 사냥에 나서는 매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낼 겁니다. 그리고는 (미 해군사관학교 출신들이 모여 있는) 서번강 옆 묘역에 제 오랜 친구 척 라슨(Chuck Larson) 곁에 가 잠을 청할 겁니다. 성인으로서 제 삶의 첫 장을 열었던 그곳으로 돌아가 마지막 문을 닫으려 합니다.

(NPR, Ron El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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