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란 무엇인가(3/3)
2018년 8월 1일  |  By:   |  과학  |  No Comment

제드 아담스: 한 가지 문제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그리고 무언가가 개발되는데 얼마나 걸릴지와 같은 예측이 틀리기 쉽다는 점입니다. 당신의 책에도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가 하나 나오지요. 미국방성에서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을 위해 주최하던 다르파(DARPA) 첼린지의 경우 2004년에는 한 대도 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고, 그래서 프랭크 레비나 리차드 머네인 같은 이들은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은 현실적인 기술은 절대 기계가 할 수 없다고 썼지요. 하지만 바로 다음 해에 무려 다섯 대가 그 테스트를 통과했습니다. 어떻게 1년 만에 그런 급격한 발전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존 조단: 라이다(LIDAR)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2005년 다르파 첼린지에 참가한 차들은 라이다 기술의 덕을 많이 보았지요. 여기에는 자동차가 자신이 주행할 지역의 지도를 미리 가지고 있느냐, 아니면 현장의 정보를 바탕으로 즉석에서 움직이느냐의 문제도 있습니다. 구글 자율주행자동차의 경우 내부 지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주차장에는 아직 들어가지 못합니다. 실제로는 이 문제를 해결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공개된 버전에서는 기존의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주행합니다. 지도 상의 점과 센서에 나타나는 점을 비교하는 방식이지요. 지도와 같은 점과 다른 점을 비교하고, 자신이 정상적인 상태인지를 계속 확인합니다. 이 방법은 많은 양의 계산이 필요합니다. 한편, 테슬라가 하는 방식은 “자신의 길을 스스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는 훨씬 더 많은 훈련 데이터가 필요한, 전혀 다른 방식입니다. 첫번째 방식에서는 더 정확한 지도를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인 반면, 두번째 방식에서는 더 많은 훈련 데이터를 모으고, 더 오래 주행시험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방식이 미래의 로봇공학에 더 적합할까요? 제한된 데이터에 많은 센서를 가지는 방식일까요? 아니면 일반적인 센서에 많은 훈련이 필요한 방식일까요? 테슬라는 지금까지 수억 마일을 주행했습니다. 테슬라의 차들 중에 사슴과 부딪힌 경우가 몇 번이나 있었을까요? 구글은 대략 1-2백만 마일을 주행했을 겁니다. 구글은 사슴과 몇 번이나 부딪혔을까요? 사슴이 갑자기 나타났을때 이에 반응할 수 있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훈련 데이터가 필요할까요? 이들이 택한 이 두 가지 방식이 미래의 로봇공학이 나아갈 길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제드 아담스: 자세한 지도가 필요한 첫 번째 방식과 그렇지 않은 두 번째 방식 사이의 선택을 보니 내부의 표상을 고려하지 않을때 로봇공학의 진정한 발전이 있을 수 있다는 로드니 브룩스의 급진적인 제안이 떠오릅니다. 당신은 이 브룩스의 제안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지금 시점에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나요?

존 조단: 지금까지 우리가 만든 모든 로봇은 특정한 작업을 하는 로봇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로드니 브룩스의 공장 로봇인 백스터에게 유방암 X선 사진을 판독하게 해서는 안되겠죠. IBM 왓슨이 다르파 첼린지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기도 어려울겁니다. 왓슨은 사실 문을 여는 것 같은 단순한 동작도 할 수 없죠. 문제는 이러한 작업에 매우 정교한 알고리듬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왓슨은 스팸 필터 역할도 잘하지 못할겁니다. 체화나 물리적 로봇은 잊어버리세요. 중요한 것은 퀴즈쇼 제오파디에서 우승한 왓슨은 신용카드 사기를 잡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일반 로봇 지능은 아주 먼 미래에나 가능할 이야기입니다.

제드 아담스: 그러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로봇은 아직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어쩌면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군요. 이들은 소설 속에서나 가능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우리가 로봇을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겠지요. 당신은 책에서 “첨단 기술의 뿌리가 공학보다 과학 소설에 더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과학소설이 우리가 로봇을 두려워하는 한 가지 이유일까요?

존 조단: 그런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로봇을 두려워하는 또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애플 제품을 만드는 폭스콘 공장에는 약 5만대의 로봇이 있습니다. 그들은 로봇의 수가 백만대로 늘어날 것이라 이야기하지요. 지금 폭스콘의 직원 수는 140만명입니다. 미래에 이 직원들은 어떻게 될까요? 유리 스크린을 금속 케이스에 밀봉하기 위해 꼭 사람 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죠. 머리나 팔, 다리가 있는 로봇일 필요도 없습니다. 즉, 로봇의 발전은 사람들의 직업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나는 이런 경제적인 두려움 또한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골드만 삭스는 2000년 당시 600명의 주식 트레이더를 데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단 두 명만 남았지요. 트레이딩은 높은 인지 능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고, 주유소 직원이나 은행 계원과는 전혀 다른 직업입니다. 이제 방사선사나 트럭 운전사가 그런 위험에 처했습니다. 자율주행 트럭을 개발 중인 오토는 콜로라도에서 50마일 정도의 거리를 자율주행 트럭으로 맥주를 배달했습니다. 이미 공도를 달린 자율주행 트럭이 있다는 뜻입니다. 정말 흥미로운 것은, 과거에는 인간의 근력이 기계로 대체되었고, 사회의 가장 낮은 계층이 영향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막노동꾼이나 농부 등이 영향을 받았고, 컨테이너 선이 등장하자 항만 하역노동자들의 일이 사라졌지요. 하지만 지금은 외과의사들의 미래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방사선사와 주식 트레이더들은 언제 사라질까요? 이제 당신이 화이트 칼라냐 블루 칼라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대체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드 아담스: 로봇은 언제쯤 대규모로 사회에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존 조단: 우리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미 그 영향을 보았습니다. 이는 철강 산업이 미국에서 사라진 것처럼 거시경제적이고 기술적인 일입니다. 모두가 철강 산업을 다시 살리고 싶어 하지만 그럴수는 없지요. 피츠버그에서 철강을 다시 만들자고 지난 50년 동안 이루어진 투자와 무역 거래들을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이제 피츠버그에는 철강 공장이 없습니다. 의료산업과 첨단 기술 연구 산업만이 있지요. 이러한 기술적 변화와 이민자들 때문에 사람들은 분노했습니다.

그리고 선거 전에 얼마나 많은 가짜 뉴스들이 있었는지 생각해봅시다. 페이스북에는 진짜 뉴스보다 가짜 뉴스가 더 많았고 트위터 트래픽은 대부분 가짜 계정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나는 이런 것들이 선거에 영향을 주었을지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절대 과한 말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만약 “마이크 펜스가 말하길…”이라는 기사가 있고, 어떤 봇이 이 기사를 내 뉴스피드로 가져왔을때, 내가 이 기사를 클릭하느냐 아니냐가 진짜 튜링 테스트입니다. 나는 이런 가짜 뉴스에 기반해 의견을 가지게 되고, 따라서 민주주의는 위협을 받게 됩니다.

로봇 기술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2004년에만 하더라도 자율주행 자동차는 30년에서 50년 뒤에 나올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2년 전만 해도, 컴퓨터가 바둑에서 인간을 이기기 위해서는 10년이 걸릴 것이라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이 나온 시점에서 1년도 걸리지 않았지요. 피츠버그는 자동차가 매우 운전하기 힘든 도시지만, 고객을 대상으로 시험주행하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있습니다. 곧 우버의 자율주행차에 요금을 내게될 겁니다. 3년 전만 하더라도 누가 처음으로 자율주행 자동차를 시장에 내놓을지 물었을때 누구도 우버를 생각하지 않았을겁니다. 10년 전 중급 컴퓨터 서버 시장은 델의 것이었습니다. 아마존이 컴퓨터를 팔아 그 시장을 장악하리라고 누가 생각했을까요? 아마존은 델과 HP를 잡아먹었습니다. 중급 서버 시장 자체가 없어져버렸죠. 경쟁자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속도로 튀어나옵니다.

이 분야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아주 어려워 보이던 일이 사실은 매우 쉬운 일이었음을, 그리고 정말 쉬워보이던 일이 사실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음을 보게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체스는 어려운 문제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체스는 쉬운 문제였고, 병을 드는 일이 어려운 일이었죠. 무엇이 어려운 문제이고 무엇이 쉬운 문제인지는 끊임없이 바뀝니다. 다시 이야기의 처음으로 돌아가자면, 어떤 것을 로봇이라 부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사실 어떤 것도 로봇이라 부를 필요가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피하기위해 아예 처음부터 로봇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입니다.

제드 아담스: 당신은 우리가 “로봇”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을때 무언가를 잃게 된다고 생각하나요?

존 조단: 나는 그 용어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피하는 모든 시도를 인정합니다. “개인 비서”는 알렉사가 하는 일을 정확하개 묘사하는 단어입니다. 사람들은 어떤 것이 증강인류인지, 인공지능인지 묻지만 사실 이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지요. 지금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50년 뒤에는 병원을 다니며 의료용품을 공급하는 로봇이 있을겁니다. 하지만 그들을 로봇이라 부르지는 않을겁니다.

제드 아담스: 그럼 당신은 로봇이 실제 가능한 어떤 존재가 아니라 소설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무언가라고 말하는 건가요? 유령처럼 말이죠. 우리가 유령을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했다가 전적으로 가상의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유령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완전히 바뀌었죠. 로봇 역시 같은 운명을 가지게 될까요?

존 조단: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처음 선보였을 때를 생각해 봅시다. 사실 아이폰은 전화기가 아니라 초소형 슈퍼컴퓨터였죠. 하지만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고 그렇게 부르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폰이 무엇이었냐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군사 분야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습니다. 군사용 드론은 사실 로봇이지만 그렇게 불리지 않습니다. 사실 군대에서는 이들을 드론이라고도 부르지 않습니다. UAV(Unmanned Aerial Vehicle, 무인항공기)라 부르고, 별다른 논쟁 없이 군사장비에 포함되었습니다. 의회도 드론에 의한 사망자 수나 드론 무기의 비용편익 보고서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제드 아담스: 그 경우에는 로봇이라는 용어를 고집하는 것이 적어도 사람들로 하여금 그런 의문을 가지게만들 수 있겠네요. 결국 우리가 로봇에 대해 이야기할때 사람들은 그 단어에 신경을 쓴다는 말이 되겠군요.

존 조단: 그 용어는 상당히 큰 의미를 가지고 있고, 그래서 사람들은 중립적인 이름을 다시 만드는 것이죠. 그들은 네이팜 탄을 네이팜 탄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분명 이 무기를 부르는 어떤 약어가 있을겁니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에 이런 내용이 잘 나와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름을 바꾸면 끔찍한 현실을 잘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름은 중요합니다.

제드 아담스: 마지막 질문입니다. 당신 책을 다 읽은 뒤 관련된 책을 더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몇 권의 책을 권한다면 어떤 책을 권하실건가요?

존 조단: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루 맥아피의 “제2의 기계시대, 인간과 기계의 공생이 시작된다”, 그리고 마이클 루이스의 “완화계획: 우리의 마음을 바꾼 우정”, 그리고 스파이크 존스의 영화 Her 를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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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릭세미나, Zed Ad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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