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팩트 시티: 생존을 위해 작아져라
2018년 1월 19일  |  By:   |  세계  |  No Comment

일본 알프스산맥에 소복이 쌓인 눈은 도야마시 겨울의 혹독함을 새삼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하지만 올해 87세인 카즈코 오나가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가녀리고 늘씬한 체구의 그녀는 카도카와 예방의료센터 수영장 가장자리를 따라 힘차게 걷고 있다. 탈의실에서 몸을 말린 후에는 헬스장이나 재활운동실에 들러 운동을 하거나 마사지를 받으러 간다. 카도카와 센터에는 응급상황에 대비해 의사가 상주하고 있다. 카즈코는 “저는 나이에 비해 건강하죠. 겨울이 두렵지 않아요.”라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도야마시 거주인구 41만8천 명 중 약 30%는 65세 이상 고령자인데, 이는 일본 전체의 노인인구 비율인 27%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이다. 2025년에는 도야마시의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32%까지 오를 전망이다. 도야마시는 고령화와 더불어 인구 감소를 겪고 있다. 2005년 42만1천 명이었던 인구는 2025년 39만 명으로 감소할 것이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진행되면서 도야마시의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의 종류가 달라졌다. 일례로 카도카와 센터는 2004년 폐교가 된 한 초등학교가 있던 자리에 지어졌다. 문제는 공공서비스 개편에 큰 비용이 든다는 것인데, 도야마시의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서비스 개편에 필요한 세수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도야마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구와 서비스를 가능한 도시 중심부로 집중화시켜 도시의 규모를 줄이는 전략을 추진하게 되었다.

일본 대부분 지역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매년 400여 개의 학교가 문을 닫는다. 일부는 요양원으로 탈바꿈한다. 2016년에는 사망자 수에서 출생아 수를 뺀 인구 자연감소가 30만 명을 기록했다. 지금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2065년 카즈코의 손자·손녀가 은퇴할 때쯤에는 일본 인구의 3분의 1과 근로자 10명 중 4명이 사라졌을 것이다.

마사시 모리 도야마시 시장은 일본이 대규모 이민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출산율을 제고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제 유일하게 남은 선택지는 훨씬 더 적은 인구로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초래하는 엄청난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도야마시의 목표다.

도야마시가 가장 먼저 주안점을 둔 건 대중교통의 정비였다. 밖에 나가 활동하지 않는 노인일수록 건강이 나쁘고 더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무리 정정하다 해도 노인이 버스를 타는 건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도야마시의 일일 시내버스 승객 수는 1995년 4만 명에서 2012년 1만7천 명으로 감소한 반면, 노인 요양비는 2010년 이후 21%나 증가했다. 도야마시가 내놓은 해결책은 노인들이 이용하기 쉬운 노면전차를 도입하고 역 주변에 살도록 장려하는 것이었다. 비용 절감을 위해 기존 선로를 그대로 이용하고 중고 열차를 구입했으며, 고령층을 위해 역내 장애물이 될 만한 건 모두 없애고 탑승이 용이하도록 저상탑승 형태로 설계했다. 65세 이상 시민은 단돈 100엔에 할인권을 구매하여 전 구간을 이용할 수 있다. 노면전차 이용객 수는 2006년 첫 개통 이후 두 배 이상 늘었고, 그중에서도 70세 이상 승객은 세 배 이상 증가했다.

도야마시는 노면전차 시설건설비를 지원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역 주변에(반경 500m) 주택을 사는 이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시에서 보유한 건물을 직접 임대하고 있다. 또한, 카도카와 센터 운영비의 3분의 2를 시에서 부담하고, 시내 중심부에 고령층을 위한 시설을 짓는 이들에게는 따로 보조금을 제공한다. 손자·손녀와 함께 동물원이나 박물관을 방문하는 조부모에게는 무료입장의 혜택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도야마시는 지역 기업이 고령자를 채용할 경우 고용보조금을 지급한다.

이 모든 노력은 도야마시 도심 지역의 인구 증가로 이어졌다. 그 외 지역에서는 인구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지만, 시내 중심부에 거주하는 인구는 2005년 28%에서 현재 37%로 크게 증가했다. 도야마시는 2025년까지 도심 지역 인구비율을 42%까지 늘릴 계획이다. 시내 중심부에 인구가 밀집하면서 새로운 상점과 비즈니스가 생겨났고, 덕분에 안정적인 세수 확보가 가능해지고 있다. 현재 네 번째 임기를 수행 중인 모리 시장은 도야마시의 공공서비스 비용이 절감되었다고 했다. “고령의 주민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작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꿈입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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