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은 왜 시도 때도 없이 웃을까?
2017년 5월 8일  |  By:   |  과학, 문화  |  1 comment

소셜미디어 레딧 포럼에 누군가 이런 질문을 올렸습니다.

“누군가 미국 사람이라는 걸 드러내는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가장 많이 눈에 띄는 답이 바로 이를 환하게 드러내면서 웃는다는 점이었습니다. 핀란드에 사는 누군가는 이렇게 정리하기도 했죠.

“길을 가는데 모르는 사람이 나를 보고 웃으면 다음 셋 중에 하나지 않나요? 술에 취했나보다, 정신 나갔나보다, 아니면 미국 사람인가보다.”

 

지난해 저는 왜 어떤 나라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덜 웃는지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요약하면 지나치게 에너지가 넘치고 활기찬 사람들에 대한 불신과 마뜩잖은 시선이 있어서 사람들이 덜 웃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글에서 소개한 연구는 러시아를 예로 들었는데, 불안정성이 높은 나라일수록 이유 없이 행복해 보이는 사람, 늘 웃는 사람들이 바보 취급을 받습니다.

그런데 미국인은 대부분 시도 때도 없이 늘 웃고 있습니다. 늘 웃고 다닌다고 바보 취급을 받거나 뭔가 꿍꿍이가 있는 사람으로 의심받지도 않죠. 전 국민이 웃는 상인 미국인을 분석하려면 다른 요인을 살펴봐야 합니다.

실마리는 미국이 이민자의 나라라는 데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즉, 이민자들이 많은 나라일수록 역사적으로 언어 대신 다른 몸짓이나 표정 등으로 소통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그래서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더 많이 웃게 됐다는 겁니다.

2015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 여러 나라 출신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1500년 이후의 전 세계 이민 경로를 추적해 어떤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뿌리가 어디인지 정리했습니다. 캐나다는 63개국, 미국은 83개국에서 온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축에 속합니다. 반면 중국이나 짐바브웨는 출신 국가 기준으로는 거의 자기 나라에서 태어난 이들만 사는 편이었습니다. 전체 인구 가운데 이민자 혹은 이민자 출신도 거의 없습니다.

연구진은 32개 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감정을 어디까지 얼마나 공개적으로 드러내도 된다고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조사 결과 감정을 드러내는 정도와 사회의 다양성 사이에 상관관계가 확인됐습니다. 다시 말해 이민자가 많은 사회에서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신뢰를 쌓고 원만하게 지내려면 더 많이 웃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출신 국가와 배경이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동질적인 사람들끼리만 모여 사는 나라 사람들보다 더 많이 웃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었습니다. 이민자가 많은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서로 친분을 쌓으려고 미소를 짓습니다. 다양성이 높은 나라 사람들은 웃음과 미소를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다는 뜻’으로 해석했습니다. 반대로 다양성이 낮은 나라 사람들은 ‘내가 너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이 웃음이나 미소로 드러난다고 여겼습니다. 이민자가 많지 않은 나라가 상대적으로 위계질서가 강력히 자리 잡은 사회일 가능성이 크고, 몸짓이나 표정 등 언어를 매개로 하지 않은 의사소통이 이런 위계질서를 떠받치는 데 사용되기 때문일 수 있다고 연구진은 추정했습니다.

미국인이 많이 웃는 이유는 스웨덴에서 건너온 고조할아버지가 미국 땅에서 옆집에 살게 된 이탈리아에서 온 이웃과 좋은 이웃으로 지내고자 몸에 익힌 전략이 문화로 굳어졌기 때문입니다. “본죠르노(buongiorno)”라고 이탈리아 말로 인사할 수 없으니, 말없이 웃어 보인 것이죠. 그런데 미국인들의 웃음은 특히 옅은 미소와는 거리가 먼 함박웃음에 가깝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왜 웃어도 늘 활짝 웃는 걸까요?

어쩌면 미국인들이 특히 활력 넘치고, 행복한 감정을 드러내고 북돋는 걸 좋아해서 그럴 수 있습니다. 지난해 발표된 한 연구에서 연구진은 미국 기업인과 정치인의 공식 사진을 중국 기업인과 정치인의 공식 사진과 비교했습니다. 이를 “안면 근육 움직임”을 추적하는 장치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미국인이 중국인보다 모든 면에서 더 웃었고, 같은 웃음이라도 미국인의 웃음이 중국인의 웃음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었습니다.

연구진은 10개국 대학생에게 행복, 침착함, 적개심에 이르는 몇 가지 감정을 일주일 동안 총 몇 번이나 겉으로 드러내는지 물었습니다. 이어 같은 10개국 국회의원의 사진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대학생들이 행복, 열정이나 짜릿함 등 활기찬 감정을 드러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의 정치인일수록 사진 속에서 더 많이 밝게 웃고 있었습니다. (GDP 등 행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적 요인을 통제한 뒤에도 상관관계가 나타났습니다.) 흥미롭게도 실제 그 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느끼는지는 별 상관이 없었습니다. 정치인들이 짓고 있는 밝은 표정은 유권자들이 실제 느끼는 감정보다는 이상적으로 여기는 감정 상태를 반영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웃음에 관한 문화적 차이는 관광객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뿐 아니라 유명한 미국 기업이 다른 나라에 진출할 때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지난해 NPR의 프로그램 <보이지 않는 것(Invisibilia)>은 1990년대 맥도날드의 러시아 진출기를 소개하며 정확히 이 문제를 다뤘습니다. 맥도날드는 좀처럼 웃지 않은 러시아 사람들을 고용한 뒤 직원들에게 사내 원칙대로 친절 교육, 미소 교육을 했습니다. 맥도날드에서 일했던 유리 체칼린 씨가 <보이지 않는 것>의 진행자 알릭스 슈피겔에게 직원 교육이 어땠는지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문화적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체칼린: 아마도 미국인 직원들을 교육할 때 썼던 동영상을 틀어주더라고요. 대화만 러시아어로 더빙해서, 항상 웃음을 지어야 한다, 고객에게 어떤 식으로 인사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죠.

동영상 속 여성 직원: 저희 매장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뵙겠습니다^^

동영상 속 남자 고객: 네, 그럴게요.

슈피겔: 이 영상을 틀어준 뒤, 맥도날드에서 파견한 직원은 어떻게 해야 미국적인 활기찬 매장을 만들어갈 수 있는지를 요소요소로 나누어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손님이 오면 반드시 손님의 눈을 보고 주문을 받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유리 체칼린 씨는 그것도 정말 이상했다고 말합니다.

체칼린: 눈을 보고 얘기하라뇨. 러시아에서는 누가 저를 쳐다보면 눈을 마주치지 않고 다른 데를 보는 게 자연스러워요. 서로 이유 없이 눈길이 자꾸 마주치다가는 시비를 건다고 받아들일지도 모르고요. 그런데 맥도날드에서 교육 나온 분은 그러더라고요. 미국에서는 눈이 마주치면 서로 미소 지어 보이고 웃는다고요.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갔죠.

월마트가 독일에 진출했을 때도 쾌활하고 명랑한 방식의 미국식 고객 서비스는 이내 독일 사회와 불협화음을 냈습니다. 2006년 뉴욕타임스가 쓴 기사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월마트는 독일 매장 직원들이 얼굴에 미소를 띠고 고객을 맞아야 한다는 원칙을 폐기했다. 특히 남자 고객들이 여자 직원의 미소를 추파를 던지는 것처럼 여겨 불편해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매장문을 열기 전에 모여 월마트 구호를 외치며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도 없앴다. 월마트 노동자 5천 명을 대표하는 베르디 노동조합의 한스 마틴 포치만 비서실장은 말했다.

“사람들에게 그런 행동은 너무 낯설었습니다. 독일인은 한마디로 그렇게 하지 않거든요.”

웃음에서 비롯된 문화적 차이는 안타깝게도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월마트는 이내 수백만 달러 적자를 내고 독일에서 철수했는데, 회사가 직원을 임의로 재배치하려다가 노조의 반대로 무산되는 등 다른 문화적 차이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월마트 본사가 있는 미국 아칸소 주 벤톤빌의 임원들은 독일인 상사보다 더 많이 웃을지는 몰라도 특히 독일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노동조합의 존재를 너무 싫어했습니다. 포치만 비서실장은 뉴욕타임스에 “월마트 본사에서는 아마 독일 노동자들을 죄다 공산주의자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미국인의 웃음은 문화적 특질로 굳어진 일상입니다. 사람의 행동 양식인 문화를 수출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웃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애틀란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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