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마천루의 부조화와 불행
2016년 10월 28일  |  By:   |  세계  |  No Comment

파리는 누구도 손댈 수 없는 박물관입니다. 그래서 불평불만이 나오기도 합니다. 반면 파리의 영원한 라이벌, 런던은 완벽히 정반대의 모습으로 건립되었습니다. 그들은 천 년 역사의 심장부에 십 여 개의 마천루 건설을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1970년대 몇 차례의 시도 후, 런던에서 진정한 마천루의 시대는 극히 최근에서야 시작되었습니다.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의 작품인 “거킨 빌딩(The Gherkin, 30 세인트 메리 액스, 일명 오이지 빌딩)”의 2001년 개장이 그 시작입니다. 그 이후로는 누구도 새로운 마천루의 건설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마천루는 마치 영국의 축축한 숲 속에서 버섯들이 자라나듯 쑥쑥 커나가고 있습니다. 치즈 그레이터, 워키토키, 헤론 타워가 대표적입니다.

오늘날도 런던 중심부는 크레인이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시내 1평방마일의 범위에 마천루 10여 개가 추가로 건설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바빴던 적이 없었습니다.” 런던의 대형 건물들의 디자인 승인 담당인 그윈 리차드(Gwyn Richards)가 털어놓습니다.

이제 우리가 높은 빌딩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합시다. 노먼 포스터의 거킨 빌딩은 훌륭한 작품입니다. 렌조 피아노(Renzo Piano)가 설계한 샤드(The Shard)도 당당한 풍채를 자랑합니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됩니다. 런던의 매력은 계획되지 않은 도시라는 점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는 간혹 전혀 주변과 어울리지 못하는 혐오스런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중세시대의 골목길

반대의 입장에서 우리를 설득하기 위해, 그윈 리차드는 우리를 런던의 중심부로 이끌고 들어갔습니다. 우리는 수 세기의 세월을 이기고 살아남은 매혹적인 중세의 골목길을 지났습니다. 곳곳에 있는 조그맣고 아기자기한 펍들이 골목에 생기를 더해주었습니다. 조지 & 벌쳐, 자메이카 와인하우스, 크로스 키즈 등 모르더라도 굳이 길을 돌아서 들를 가치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세계의 금융 중심지가 탄생했으며, 바로 이곳이 계약을 협상하던 비즈니스맨들의 만남의 장소였습니다.

이 조그마한 건물들은 이제 하늘을 뒤덮은 마천루들로 뭉개지고 있습니다. 개개인의 자유에 따라 천 년의 역사와 초현대성을 접목시킨 이 충돌은 성공적이며 흥미롭기도 합니다. 그러나 도시 계획을 통제하지 않는다는 런던의 방식은 프랑스식으로 본다면 조금 이상해보이기는 합니다.

런던시에서는 시의 북동쪽, 즉 거킨 빌딩 주변에 마천루를 밀집시켜 다른 지역에 대한 큰 변동 없이 하나의 구역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윈 리차드는 “저희는 마천루의 외형을 규정하지는 않습니다. 각자 자신이 원하는 외형을 당국에 제안할 수 있습니다. 시 당국은 건물의 디자인이 독창적이고 개별적이라는 점 외에는 바라는 바가 없습니다” 라고 설명합니다. 원칙적으로 단순한 직육면체는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방임주의가 간혹 정말 의미 없는 결과물로 귀결된다는 점입니다. 최근의 사례로 워키토키 빌딩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이름은 건물의 오목하고 그다지 세련되지 못한 외형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완공 이후에도 건물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었습니다. 기술적으로 건물의 외벽이 돋보기 역할을 하여 맑은 날이면 심각한 과열이 발생하였습니다. 어떤 이들은 건물 외벽에서 반사된 빛에 달걀을 익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외벽의 빛 반사를 줄이도록 별도의 처리가 필요했습니다.

 

마천루의 유행에 의해 희생된 마천루

그러나 무엇보다도 대형 빌딩들의 엄청난 크기는 런던의 시야를 막아버렸습니다. 가장 훌륭한 경관을 자랑하던 템즈강 남안에서는 이제 마천루만 보일 뿐입니다. 이렇게 하늘로 치솟으려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높이 올라갈수록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윈 리처드는 워키토키 빌딩이 문제가 된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그는 자신이 오기 전에 건설된 이 건물은 지금 기준이라면 디자인 승인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늦었습니다.

신고딕 양식의 타워브리지는 인근의 벙커처럼 생긴 끔찍한 외형의 호텔로 인해 망가지고 있습니다. “1 언더샤프트(1 Undershaft)”라 명명된 새로운 309미터 높이의 탑은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말해주지 않습니다. 단지 높다는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이 건물 역시 원칙적으로는 용인될 수 없을 직육면체에 가깝습니다.

결국 초기의 마천루는 새로운 마천루들에 의해 희생되고 있습니다. 독창적인 형태의 탑이 상부에 배치된 거킨 빌딩은 애초 상당히 세련된 스카이라인을 구성하였습니다. 그러나 완공 10년을 갓 넘은 이 건축물들은 이제 거의 눈에 보이지도 않습니다. 외형으로는 별 볼일 없는 워키토키, 치즈 그레이터가 이들을 가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309미터 높이의 새로운 마천루가 이들을 시야에서 지우고 있습니다.

(르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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