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8년간 연방 소득세 한 푼도 안 냈을 수도” (2)
2016년 10월 6일  |  By:   |  정치  |  No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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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수요일 뉴욕타임스는 잭 밋닉을 만나 입수한 문서를 직접 보여줬다. 밋닉은 변호사이자 공인 회계사로 뉴저지주에서 세금 환급 업무를 맡아보며 1996년까지 30년 넘게 도널드 트럼프의 세금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장본인이다.

올해 나이 여든 살로 사실상 은퇴해 플로리다에 사는 밋닉은 자신을 찾아온 뉴욕타임스 기자들에게 현재 자신이 트럼프의 소득신고서와 세금 환급 신청서 원본을 볼 수는 없지만, 뉴욕타임스가 입수한 문서가 1995년 작성한 신고서의 사본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저지 세금 환급 서식에 있는 세무 대리인 서명란의 서명은 본인의 것이 맞다고 확인한 밋닉은 뉴욕주 서식에 나와 있는 손실 액수를 표기한 숫자 가운데 유달리 크기가 다른 두 숫자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해소해주었다.

당시 그가 사용하던 세금 환급 소프트웨어로는 뉴욕주 신고서의 아홉 자리 숫자를 다 쓸 수가 없었다. 예를 들어 트럼프의 1995년 뉴욕주 소득신고의 18번 항목에 기입한 “-915,729,293″이란 숫자를 인쇄해보면 앞의 두 자리가 잘려나가고 뒤의 일곱 자리 숫자 “5,729,293”만 나오는 식이었다. 그래서 밋닉은 자신의 타자기로 최대한 줄을 맞춰 앞에 잘려나간 “-91″을 따로 쳐 넣을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앞의 숫자가 글자체가 다르고 크기도 더 크며 약간 삐뚤어진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뉴욕타임스가 입수한 문서 가운데 트럼프의 1995년 연방세 환급 양식은 없었다. 그래서 트럼프가 그해 자선단체에 얼마나 많이 기부했는지를 확인할 길은 지금으로써는 없다. 다만 주별 세금 환급 양식을 보면 트럼프가 뉴저지 베트남전 참전 용사 추모기금, 뉴저지 야생동물 보호 기금, 아동복지 신탁 기금 등 비영리 자선 단체에 기부하겠느냐는 물음에 답하지 않고 그냥 빈칸으로 남겨뒀다는 점은 알 수 있다. 또한, 뉴저지 주지사 선거비용을 공적 자금으로 지원하는 데 필요한 돈을 모으는 데 1달러를 기부하겠느냐는 물음도 답하지 않고 넘겼다. 빈칸으로 남겨두면 기부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간주한다.

세금 문서에는 트럼프의 주장대로 당시 그의 순 자산이 20억 달러였는지를 입증하거나 반박할 만한 근거가 나와 있지 않다. 세무전문가들은 경영 목적의 절세 방안으로 복잡한 계산을 통해 9억 1천6백만 달러의 손실을 신고한 것과 트럼프가 자신의 자산 가치를 어떻게 매기고 있었느냐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9억 달러가 넘는 손실을 신고했다지만 트럼프가 1995년에 파산한 것도 아니다. 그가 운영하던 여러 사업체의 유동성 현금을 합하면 그가 지고 있던 여러 빚을 다 갚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각각 낱장에 불과한 세금 환급 양식의 일부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작지 않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대선 유세 내내 스스로 눈부신 성공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다니는 그의 사업 이력, 경영 수완, 자산 관리 등이 실은 대단히 엄격한 조사가 필요한 사안일 수 있다는 점을 문서는 적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1995년 이자소득으로 740만 달러를 벌었다고 신고했지만, 임금으로는 6,108달러만 벌었다고 신고했다. 트럼프가 부동산 사업 관련 손실로만 1,580만 달러를 신고한 것도 상업 용도 부동산 개발자들에게 특히 관대했던 소득신고 규정의 허점을 충분히 활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1995년 소득신고 및 세금 환급 신청서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하는 부분은 트럼프 가문과 같은 미국의 부유층에게 세금 규정이 얼마나 유리하게 짜여 있는지에 관한 원칙적인 부분이다. 이들은 자회사, 파트너십, 유한회사, 소규모 회사(S corporations) 등을 설립해 복잡한 소유 구조 안에 재산을 분산한 뒤 교묘하게 세금을 덜 내며 부를 축적한다.

순영업손실(net operating loss, N.O.L.)은 합법적으로 세금 공제액을 부풀릴 수 있는 대표적인 조항이다. 각종 공제액과 사업 비용, 부동산 감가상각, 사업 매각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 심지어 자회사나 파트너십을 맺은 유한회사의 재무제표상 영업손실까지 트럼프 같은 사람의 개인 소득신고에 손실로 집어넣을 수 있게 되어있다. 여기에 기재된 손실액은 예를 들어 장부상 지적재산권이나 브랜드 사용료 등 무형자산을 통해 얻은 과세소득을 상쇄해 결과적으로 납부하는 세금 액수를 줄이는 데 쓰인다.

부유층에 매력적인 또 한 가지 규정은 손실액수가 크면 해당 연도뿐 아니라 다른 해에 번 소득에 대한 세금까지 공제해준다는 점이다. 1995년 국세청 규정대로라면 해당 연도의 순영업손실은 이전 3년, 이후 15년 동안의 과세소득을 상쇄하는 데 적용할 수 있다. (주 소득신고에서는 주마다 순영업손실 계산법과 적용 기준이 다르다.)

세무 전문가들은 1995년 트럼프가 신고한 9억 1천6백만 달러의 손실액 가운데 많은 부분은 앞서 1990년대 초반 트럼프의 여러 사업체에서 발생한 영업손실을 이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1990년 무렵 트럼프는 손대는 사업마다 실패를 맛보며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불과 몇 년 안에 애틀란틱시티에 있는 카지노 세 곳과 호텔, 맨해튼의 플라자 호텔, 항공업체, 호화 요트 등을 사들이며 34억 달러를 빚졌다. 이 가운데 8억 3천2백만 달러는 개인 자산을 담보로 잡혔다.

그해 뉴저지 카지노 규제 당국의 보고서에는 트럼프가 세운 카지노가 형편없는 운영 실적을 기록했다고 적혀 있다. 타지마할 카지노는 1990년 상반기 여섯 달 만에 순손실 2,550만 달러를 기록했고, 캐슬 카지노가 1990년 기록한 순손실도 4,350만 달러나 됐다. 트럼프 셔틀이라는 이름의 항공사가 1990년 상반기에 기록한 순손실도 3,450만 달러였다. 보고서의 결론은 간단했다.

“한 마디로 이 기업들은 하나같이 재정적으로 궁핍한 상태다.”

보고서를 보면 1990년대 초 트럼프는 사업체의 적자와 영업손실을 자신의 소득신고에 옮겨적었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1991년과 1993년 트럼프가 두 차례 기업의 전년도 순영업손실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보고서에 나와 있다. 보고서는 또 이 손실액이 무척 커서 그가 채권자들로부터 탕감받은 수백만 달러의 빚에 대해 내야 하는 세금을 상쇄하고도 남았을 것으로 전망했다. (채무 탕감액은 미국 조세 규정상 과세소득에 해당)

그런데 카지노 규제 당국은 대중에 공개되는 보고서에서는 트럼프의 순영업손실을 한참 줄여놓았다. 뉴저지주에서 관련 업무를 맡았던 전직 관리 두 명은 정확히 손실액이 얼마였는지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대단히 컸다고 말했다.

카지노 규제 당국의 보고서에 나온 순영업손실을 바탕으로 1991년과 1993년 트럼프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를 앞서 내보낸 <폴리티코>가 트럼프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공문을 보냈다. 트럼프 후보 측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부동산 업계의 오랜 관행입니다.”

새로 확보한 1995년 소득신고와 세금 환급 기록을 토대로 보면 트럼프가 당시 회사의 영업손실을 자신의 절세 전략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

변호사이자 회계사인 밋닉은 이를 손수 실행한 사람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세금 문제와 관련해 가장 의지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뉴욕 롱아일랜드에 있는 작은 회계법인 소속이던 밋닉은 뉴욕 부동산 재벌들의 세무 컨설턴트였다. 트럼프의 아버지인 프레드 트럼프의 세금 문제를 오랫동안 맡아 온 밋닉은 도널드 트럼프가 18살이 된 이후부터 도널드 트럼프의 세금 문제도 함께 처리했다.

밋닉은 트럼프 본인의 허락 없이는 트럼프의 자산이나 세금 문제와 관련해 자세한 것까지 말해줄 수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트럼프가 세금 문제에 어떻게 접근했는지는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와 비교하며 이야기를 해주었다. 즉, 사소한 부분까지 꼼꼼히 챙기며 신중하게 문제를 다룬 프레드 트럼프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는 경솔하고 원칙 없이 문제를 대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 부인 이바나 트럼프와 함께 세금 환급 신청서를 작성하러 올 때면 언제나 사소한 부분을 더 챙기며 질문을 이어갔던 건 이바나였다고 밋닉은 말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세금 규정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거나 복잡한 세무 전략의 자세한 사항에는 관심이 없었더라도, 재산을 축적하는 데 세금 문제가 아주 중요하다는 점만은 분명히 알고 있었을 거라고 밋닉은 말했다.

“조세 규정과 세법이 자신을 지켜주리라는 점을 트럼프는 알고 있었어요.”

밋닉은 순영업손실을 이전해 세금을 줄이는 방식은 부유층 사이에서 상당히 흔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9억 1천6백만이라는 숫자를 가리키며) 손실액의 자릿수가 한두 개 더 붙어있다는 점이 눈에 띄긴 하지만, 방법 자체는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1987년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 “협상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을 쓴 트럼프는 책에서 밋닉을 “나의 회계사”라고 불렀다. 자신의 회계사라는 밋닉의 이름 철자를 잘못 쓴 건 옥에 티지만, 트럼프는 자신이 생각하던 세금 관련 전략을 밋닉과 상의했고, 새로운 조세 규정이 부동산 가치 평가 등에 미칠 영향에 관한 조언을 구했다고 썼다.

반면 밋닉은 평생 뉴욕 부유층의 세금 문제를 다뤄온 자신이지만 가끔 트럼프의 세금 문제는 다루기가 무척 까다로울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누려 온 상상하기도 어려운 호화로운 삶이 일정 부분 자신의 절세 전략 덕분에 평범한 이들처럼 세금을 내지 않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엄청난 자산을 축적한, 그런데 세금은 제대로 내지 않는 그런 사람이죠.”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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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뉴욕타임스가 특종을 보도하게 된 과정도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제보받은 문서가 진짜인지 여부부터 확인하기 쉽지 않은 사실관계까지 어떻게 확인하고 정리했는지도 그렇고, 나중에 밝혀졌지만 같은 내용의 제보를 뉴욕타임스 말고 다른 언론사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특종 뒷이야기’는 더욱 회자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수잔 크레이그 기자가 소개한 뒷이야기를 온라인판에 실었습니다. 이 글은 윤지만 님께서 옮겨주셔서 윤지만 님의 허락을 얻어 여기에 번역문의 링크를 싣습니다.

내가 우편함에서 트럼프의 세금 기록을 발견한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