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미국 대선토론 시청 후기: 클린턴이 1:0으로 앞서갑니다
2016년 9월 28일  |  By:   |  세계, 정치  |  No Comment

“그가 기자회견에서 하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아, 내가 저 자리에 선다면 저렇게 말할 것 같다, 라고 느끼기 때문이죠.” 1968년 미국 대선에서 조지 월러스가 포퓰리스트 전선을 펼쳤을 때, 그의 부인은 사람들이 왜 남편을 좋아하는 것 같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번 대선 토론을 분석하는 과정에서도 염두에 두어야 할 말입니다. 사실 이번 대선전은 일종의 비대칭전입니다. 두 후보 간의 수준 차이가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번 토론을 지켜본 사람들 가운데는 트럼프가 이겼다고 단언할 사람도 많을 겁니다.

초반은 트럼프의 우세였습니다. 클린턴은 경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애매한 말만을 늘어놓다가 자신에게 유리한 최근 수치를 짚고 넘어갈 기회를 놓치고 말았죠. 이때까지 트럼프는 “대통령감”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상원의원과 국무부 장관을 지낸 사람과 같은 무대에 서 있는 것이 격에 맞지 않다 싶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클린턴의 경륜을 뒤집어 효과적인 공세를 퍼부었습니다. 30년 동안이나 공직에 있었으면서 당신이 지금 이야기하는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 뭘 했냐면서 말이죠.

하지만 시작 후 15분만에 토론은 매우 이상해졌습니다. 사회자인 레스터 홀트는 서로를 향해 고함을 질러대는 두 후보를 저지하는 불가능한 미션을 수행해야 했죠. 클린턴은 트럼프의 개인적인 면모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트럼프는 이를 그냥 넘기지 못했습니다. 트럼프는 경선 과정에서 그랬던 것처럼 허풍을 떨고, 상대를 깔아뭉개고, 횡설수설하기 시작했습니다. 클린턴은 대비가 잘 되어 있었고 유창하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터닝포인트는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지 문제가 나오면서부터였습니다. 사회자가 트럼프에게 수 년 동안 팩트를 무시한 채 오바마 대통령이 외국에서 태어났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이유가 뭐냐고 묻자, 그는 자신이 대통령에게 출생 신고서를 제시하도록 하는데 성공했다며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자가 몇 번이나 질문을 다시 해도 소용없었습니다. 이 부분은 너무나 이상해서 녹취록을 꼼꼼히 읽어볼만 합니다.

이때부터 트럼프는 물 속으로 가라앉다가 갑자기 자신의 튜브에서 구멍을 발견한 사람처럼 이상한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후반부에서 그는 상당 시간을 세금 문제에 할애했습니다. 세금을 내지 않은 것이 나를 똑똑하게 만들었다는 말을 남겼죠. 또한 기후 변화와 이라크 전쟁, 코미디언 로지 오도넬에 대해 자신이 실제로 했던 말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습니다. 반면 클린턴은 마무리를 제대로 했죠. 동맹국 정책에 대한 질문에서 오늘 토론 중 가장 명확하고 훌륭했던 답변이 나왔습니다. 대통령 후보, 대통령, 나아가 미국이 하는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면서, 동맹국들을 안심시켰죠.

이번 대선 토론을 시청한 사람 가운데, 원래부터 트럼프가 대통령감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이들은 토론을 보고나서도 생각을 바꾸지 않았을 겁니다. 클린턴이 위험한 사회주의자이자 감옥에 가야 할 죄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마음을 결정하지 않았거나 제 3당에 투표할 거라고 답했던 1~20%의 유권자들은 무엇을 보았을까요? 부분부분 말을 더듬기는 했지만 대체로 잘 준비된 후보와 종종 숨길 수 없는 이상함을 그대로 드러내보인 후보의 대결이었죠. 이코노미스트는 클린턴이 1대 0으로 앞섰다고 봅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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