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작품, 여성 및 소수자 영화감독에게는 하늘의 별 따기
2016년 7월 13일  |  By:   |  문화, 세계  |  2 Comments

첫 작품을 완성한 영화감독 애나 로즈 호머(Anna Rose Holmer)는 스타 신인입니다. 데뷔작으로 아이비리그 대학 입학보다 더 치열하다는 선댄스영화제 진출에 성공했고, 좋은 평을 받아 배급 계약과 매니지먼트 계약까지 따냈으니까요. 하지만 그녀가 영화감독으로서 안정적인 커리어를 이어가기까지는 아직 가장 어려운 관문이 남아있습니다. 바로 두 번째 작품을 찍는 일이죠. 호머 감독은 두 번째 영화를 찍는 것이 무섭고 부담스러운 일이며, 작업이 오래 걸릴수록 부담은 더욱 커진다고 말합니다.

데뷔작은 대부분 매우 민주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제작비를 마련하고, 대학 동기들이 크루로 참여하죠. 하지만 데뷔작이 잘 되고 나면, 두 번째 영화는 헐리우드 제작 시스템에 좀 더 의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헐리우드는 종종 여성과 소수인종이 배제된 시스템이죠. 헐리우드의 다양성 부족은 올해 오스카 시상식 등을 계기로 더욱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선댄스인스티튜트에서는 호머와 비슷한 입장에 처한 신인감독 12명과 함께 “두 번째 영화 이니셔티브(FilmTwo Initiative)”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배우이자 작가인 마리엘 헬러, 에티오피아 출신의 야레드 잘레케, 한국계 미국인 영화감독 앤드루 안 등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두 번째 작품 제작에 필요한 여러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선댄스영화제에서 주목만 받으면 영화인으로서의 성공은 시간 문제라는 믿음은 환상에 가깝다는게 주최측의 설명이죠. “소년은 울지 않는다”로 화려하게 데뷔했던 킴벌리 피어스 역시 두 번째 작품을 내기까지 9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아프리카계 영국인인 아마 아산테 감독,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지나 프린스-바이더우드 등 비슷한 예는 여성/소수인종 감독들 사이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영화 이니셔티브”를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도나 랭리 회장은 “여성들의 커리어가 중단되는 경우에 주목했다”고 말합니다. “500일의 써머”의 성공 이후 바로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찍게 된 마크 웹이나, 57만 달러짜리 데뷔작에서 바로 1억5천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주라기 월드” 프로젝트에 투입된 콜린 트레보로우와 같이, 데뷔작으로 주목받은 백인 남성 감독이 바로 두 번째 기회를 얻게 되는 경우는 많습니다. 반면 여성이나 소수인종 감독들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죠.

특히 날로 복잡해지는 오늘날의 인디 영화의 세계에서는 감독이 사업가의 역할까지 해야하기 때문에, 두 번째 프로젝트를 준비할 시간과 여유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선댄스가 막을 내린지 5개월이 지났지만 호머 감독은 여전히 데뷔작 관련일에 주당 60시간 정도를 쓰고 있습니다. 해외 TV 채널 상영을 위한 음악 저작권 문제 처리, 영화 웹사이트와 트위터 계정 관리, 언론과 홍보 관련 업무도 모두 감독 본인의 몫입니다. 틈틈이 제작자와 투자자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당장 돈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집세와 생활비를 걱정하며 두 번째 기회를 기다리는 것은 피말리는 일입니다. 더 오래 기다려야하는 여성과 소수인종 감독들에게는 더욱 힘든 시간이죠. 요즘은 그나마 TV가 그 틈을 메꿔주기도 합니다. 오프라 윈프리가 제작하는 TV 시리즈 “퀸 슈거”는 13화 모두를 여성 감독에게 맡겼고 올 가을 방영 예정입니다. 2009년 데뷔 이후 두 번째 작품을 발표하지 못한 흑인 여성 감독 티나 마브리도 TV를 연출 경력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영화를 제작하는 것은 세상 모든 감독들에게 어려운 과제입니다. 데뷔작을 찍을 때보다 주변 상황은 훨씬 더 복잡해지고 만나야할 사람은 늘어나니, 창의력을 발휘할 여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또 대부분은 데뷔작보다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원합니다. 호머 감독 역시 프로그램의 지원 속에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며 차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두 번째 작품을 하려고 8년을 기다려야 하는 삶은 상상할 수 없어요. 현실적으로 버틸 수가 없을테니까요. 지금은 그저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 나는 영화감독이야, 라고 스스로를 독려하면서 버텨나갈 뿐입니다.” (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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