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있어서 오르가즘의 역할 – “과학의 의미(The Meaning of Science)”에서 발췌 (2/2)
2016년 4월 5일  |  By:   |  과학  |  No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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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와 갤럽, 수아레즈의 가설은 이미 오래된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의 주장을 반박하기는 쉬워 보일 수 있습니다. 로이드는 여성의 오르가즘에 대한 가장 최신 이론이며 지금도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흡수(upsuck)” 이론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합니다. 흡수이론의 기본 가정은 오르가즘이 자궁의 수축을 유발해 정자를 내부로 끌어들이며, 그 결과 번식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로이드는 흡수이론이 단 한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자궁 내 압력의 감소를 관찰한 결과에 기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녀는 또한 실제로 오르가즘이 어떤 정자를 자궁 내로 빨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950년대에서 60년대에 걸쳐 남자와 여자의 성교를 실험실 내에서 연구한 이 분야의 선구자인 마스터스와 존슨은 여성의 오르가즘이 “어떠한 흡수 효과”도 만들지 않는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로이드는 오히려 오르가즘에 따른 자궁의 수축은 정자를 빨아들이기보다 바깥으로 내보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녀는 여러 연구를 종합한 후, “흡수 효과의 증거가 없다고 말하는 세 건의 연구가 있으며, 한 건의 연구는 같은 여성에 대해 두 번의 실험 후, 흡수 효과 자체가 아니라 자궁 내의 압력 변화만을 발견했다.”고 말했습니다.

비록 로이드가 2005년까지 여성의 오르가즘에 어떠한 생물학적 기능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음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앞으로도 그런 증거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녀의 비판 이후 10여 년이 지났습니다. 여성의 오르가즘에 생물학적 기능이 있으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조차도 여전히 이 문제에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2년의 발표된 로이드의 회의적 관점의 반대편에 서 있는 한 종합연구는 “다양한 증거들이 여성의 오르가즘이 수정의 확률을 높임을 암시한다.” 정도로 말하고 있습니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흡수이론의 한 형태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오르가즘이 옥시토신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한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또한 옥시토신이 정자가 자궁경관을 통과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합니다.

로이드는 2005년, 이미 이 주장에 대한 반론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그것은 곧 오르가즘은 옥시토신을 분비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며, 오르가즘 상태에서 분비되는 옥시토신의 양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옥시토신의 양은 성적 자극만으로도 증가하며, 오르가즘이 일어나지 않을 때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문제는 오르가즘에 의한 옥시토신양의 증가가 정자를 운반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많은 양인가 하는 것일 것입니다.

성 생리학자 로이 레빈의 최근 연구는 로이드의 비판이 일리가 있음을 말해줍니다. 레빈은 흡수이론이 사실상 이미 폐기되었으나 끈질기게 사라지기를 거부하고 있는 “좀비 가설”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정자를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오르가즘에 의해 분비되는 옥시토신양의 400배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즉, 옥시토신의 양이 정자를 이동키시는 데 부족하다던 로이드의 지적은 매우 정당한 것이었던 것입니다. 다른 비판과 더불어, 레빈은 성적 흥분 상태에서 자궁 경부의 위치는 사정된 정자의 위치와 충분히 멀기 때문에 자궁 경부의 압력변화로 정자를 빨아들일 수는 없음을 지적합니다. 그는 단호하게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인간 여성의 오르가즘이 자연적인 성교에서 정자의 이동 속도나 이동 양을 증가시켜 수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어떤 확실한 증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로이드는 여성의 오르가즘에 어떤 기능이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며 레빈 역시 여기에 동의합니다. 그렇다면 왜 많은 연구자는 이렇게 증거가 부족한데도 기능 가설을 그토록 선호하는 것일까요? 로이드는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하나는 사람들은 ‘적응’이라는 개념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적응주의자들은 생물체의 여러 기관이 마치 세탁기의 부품 하나하나가 각각 다 쓸모가 있는 것처럼, 각 기관 역시 그 생물의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는 기능이 있다고 가정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앞서 본 것처럼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남자의 젖꼭지에 어떤 생물학적 기능이 있을 리 없습니다. 여성의 오르가즘을 연구하는 학자들 역시 여기에 어떤 생물학적 기능이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이를 지지하는 증거를 과도하게 신뢰하는 것입니다.

더욱 흥미로운 두 번째 이유는 여성의 성과 남성의 성이 비슷하리라고 가정하는 연구자들의 편향이라고 로이드는 지적합니다. 남성의 오르가즘은 번식에 필요한 명백한 생물학적 기능이 있습니다. 성교는 남성의 오르가즘을 높은 확률로 끌어내며, 또한 오르가즘 이후 일정한 피로감이 뒤따릅니다. 이러한 가정 때문에 여성의 오르가즘과 성교 사이에도 남성처럼 명백한 연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많은 증거가 무시되었습니다. 여성에게는 일반적으로 성교보다 자위가 오르가즘에 도달하게 하는 더 흔한 방법입니다. 실제로 로이드는 자신이 과거 진행했던 영장류의 성생활에 관한 초기 연구에서 암컷의 성이 번식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는 편견에 부딪힌 나머지 중요한 연구 주제를 놓쳤던 적이 있습니다.

“피그미 침팬지”로 알려진, 암컷 보노보는 종종 “생식기 마찰”이라 불리는, 두 암컷이 서로를 붙잡고 “클리토리스가 돌출된 외음부 앞부분을 붙인 채로 서로를 껴안고 엉덩이를 흔드는 행위”를 벌입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 행동이 동성 간의 성적 행동인지, 혹은 성과는 무관한 사회적 행동인지 하는 질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질문은 곧바로 다른 연구자들이 인간이 아닌 영장류는 발정기, 곧 임신이 가능하며 특정한 호르몬 수치가 높은 시기에만 성적 행동을 보인다고 지적하면서 무시되었습니다. 저 “생식기 마찰”은 비가임기에 관찰되었고, 따라서 이들은 성기를 마찰하고 있었음에도 이것이 성적인 행동이 아니라는 결론이 난 것입니다. 물론 이 자체가 중요한 실험은 아니었습니다. 성적 행동은 가임기에만 일어난다는 가정이 존재하는 한, 위의 결론은 당연하였습니다.

(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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