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있어서 오르가즘의 역할 – “과학의 의미(The Meaning of Science)”에서 발췌 (1/2)
2016년 4월 5일  |  By:   |  과학  |  No Comment

심장이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피를 공급하는 일입니다. 폐는 호흡하는 데 꼭 필요한 장기죠. 그런데 동물의 장기 중에는 그 역할이 분명하지 않은 것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래전 멸종된 동물들에게서 그런 부위가 종종 발견되는데, 오리의 부리같이 생긴 머리가 큰 하드로사우루스는 머리 안에 커다란 공간이 있었습니다. 그 공간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요? 어떤 이들은 그 공간이 스노클처럼 쓰였으며, 곧 이들이 물속에서 호흡하는 데 필요한 공기탱크였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다른 이들은 큰 소리를 내는 데 필요한 울림통이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물론, 우리는 생물체의 모든 기관에 반드시 어떤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가정해서도 안 됩니다.

예를 들어, 남자에게 젖꼭지는 어떤 역할을 할까요? 가장 현실에 가까운 답은 바로 아무 기능도 없다는 것입니다. 남자의 젖꼭지는 남자의 생존과 번식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여자의 젖꼭지는 수유라는 매우 분명한 생물학적 기능이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대부분 유전자를 공유합니다. 남자가 젖꼭지를 가진 이유는 남자와 여자의 발달과정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며, 여자는 아이에게 젖을 먹이기 위해 젖꼭지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남자의 젖꼭지는 여자의 수유 때문에 발생한 부산물(by-product)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성의 오르가즘은 어떨까요? 여성의 오르가즘이 하는 기능이 있다면 정확히 무엇일까요? 과학철학자 엘리자베스 로이드는 이 분야에 매우 다양한 편견이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훌륭하게 밝혀냈습니다. 로이드도 물론 여성이 섹스로부터 즐거움을 얻음으로써 섹스에 보다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으며, 따라서 번식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기꺼이 인정합니다. 그녀가 반대하는 것은 오르가즘이 단순히 성적 즐거움만은 아니며 여기에 구체적인 기능적 역할이 존재한다는 주장입니다. 로이드는 여자의 오르가즘은 마치 남자의 젖꼭지처럼,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역할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그럴듯한 가설이라고 말합니다. 즉, 남성의 젖꼭지가 여성에게 필요한 젖꼭지의 부산물인 것과 마찬가지로, 여성의 오르가즘은 남성에게 필요한 오르가즘의 부산물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로이드는 여성의 오르가즘이 생물학적인 기능을 가진다는 주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지금까지(정확히는 그녀가 책을 낸 2005년까지)의 증거를 모아놓고 보면 “부산물 가설”이 더 그럴듯하게 보인다는 겁니다.

이를 “부산물 가설”이라 부른다 해서 로이드가 여성의 오르가즘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그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대상으로만 여긴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떤 비평가들은 그녀가 여성이 가진 오르가즘의 가치를 낮춘다고 공격합니다. 그 공격은 정당하지 않습니다. 피아노를 치는 능력, 복잡한 수식을 푸는 능력, 글을 쓰는 능력도 오르가즘과 마찬가지로 생존과 번식에 무관한 능력들이지만, 그 능력들이 무가치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 단거리 달리기 능력은 축구 실력보다 훨씬 더 생존과 번식에 중요한 능력이라고 말한다 해서, 그가 우사인 볼트가 리오넬 메시보다 더 중요한 운동선수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로이드는 사람들에게 자신도 오르가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나타내기 위해 “부산물(by-product)”이라는 단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 단어가 산업 쓰레기나 과일 통조림을 연상시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녀는 이제 여성의 오르가즘을 “환상적인 보너스(fantastic bonus)”라고 부릅니다.

이 글에서 그녀가 왜 여성의 오르가즘을 부산물로 생각하는지에 관한 모든 증거를 다 다루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대략적인 내용을 말할 수는 있습니다. 그녀가 생각하는 가장 기본적인 근거는 여성들이 오르가즘 없이도 성교할 수 있으며 (심지어 그 여성이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는지의 여부도 불확실하며), 또한 대부분의 여성은 자위를 통해 오르가즘에 도달한다는 사실입니다. 즉, 오르가즘은 번식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그녀는 미국의 생물학자이자 성 전문가인 알프레드 킨제이가 왜 성교가 오르가즘을 끌어내지 못하는지에 대해 한 말을 인용합니다. “성교에 있어 여성의 반응이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느리게 나타나는 것이 사실이나, 이는 일반적인 성교 테크닉의 비효율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드는 또한 여성의 오르가즘이 어떤 생물학적인 기능을 가진다는 여러 주장을 반박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1967년 동물학자 데스몬드 모리스는 여성의 오르가즘이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이 중력 때문에 겪을 수 있는 치명적인 문제를 해결해준다고 말했습니다. “남성이 사정하고 성교가 끝난 후 여성을 한동안 바닥에 누워있게 만드는 것은 번식에 있어 매우 큰 이득을 가져다준다. 여성이 느끼는 격렬한 오르가즘은 만족감과 피로감을 통해 여성을 바로 그렇게 만든다.” 즉 오르가즘은 여성을 지치게 하고 따라서 성교 후에 누워있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는 정자와 난자의 수정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1980년대 고든 갤럽과 수잔 수아레즈는 비슷한 가설을 내놓았습니다. “보통 인간은 오르가즘 이후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오기까지 약 5분 정도가 필요하며, 어떤 이는 심지어 오르가즘 순간에 정신을 잃기도 한다.”

로이드는 이 주장에 대해 갤럼과 수아레즈가 말한 “보통 인간”에 여성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로이드는 킨제이가 1948년 보인 것처럼, 오르가즘 이후 5분간 휴식을 해야 하는 것은 일반적인 남자라고 말합니다. 로이드는 또한, 남자와 여자의 오르가즘에 대한 반응이 전혀 다르다고 지적합니다. 남자는 그저 가만히 누워있는 것에 비해, 여자는 오르가즘 이후에도 황홀경에 종종 빠져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모리스는 오르가즘을 느낀 여성이 가만히 누워있으리라고 가정했습니다. 그녀는 또한, 모리스 시대에 이미 알려졌던 것처럼, 여성이 오르가즘을 느끼기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 클리토리스 자극을 위해서는 여성이 상위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자세에서 오르가즘은 더 쉽게 발생하며, 이는 사실 중력의 방해를 막기보다는 더 크게 받는 자세라는 것입니다.

(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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