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눈에 비친 세계 지도자들 (2)
2016년 3월 21일  |  By:   |  세계  |  3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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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주석

일단 오바마 대통령은 전임자인 후진타오 전 주석보다는 훨씬 더 실질적인 대화 상대에 가까운 시진핑 주석을 분명 반길 것이다. 한 백악관 보좌관은 오바마가 후 전 주석과 회담을 할 때마다 자꾸 아이패드로 눈길을 줬다고 전했다.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따분할 때마다 나오는 오바마 대통령의 버릇이다. 실제 회담에서도 미리 적어놓은 내용을 읽어내려가곤 하던 후 전 주석과는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기도 어려웠던 데 반해, 시 주석은 상대적으로 훨씬 말도 잘 하는 데다 전략적으로도 기민한 인물이다.

다만, 대화가 가능하고 말이 통하는 상대라는 것이 마음마저 맞는 지도자라는 건 절대 아니다. 남중국해의 영토 분쟁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미국은 꽤 심각한 대치 국면까지 갔었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고(故)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만난 카스트로 의장에게 오바마 대통령은 뜻밖에 무척 따뜻한 인사를 건넸다. 쿠바로 돌아간 카스트로 의장은 오바마가 진지하게 쿠바와의 관계 개선에 나서려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받은 인상을 종합해보면, 오바마는 카스트로가 독재자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라울 카스트로가 이대로는 쿠바의 국가 경제를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는 형인 피델 카스트로도 명확히 인식하고 있던 점이다. (옮긴이: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미국 대통령으로는 88년 만에 쿠바 수도 아바나를 방문했습니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오바마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분쟁에서 평화에 이르는 열쇠를 쥐고 있는 건 힘이 훨씬 더 센 이스라엘이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압바스 수반에 대해 팔레스타인 지도자로서 대단히 온건한 편이라는 평가를 계속해 왔다. 한번은 내게 직접 이렇게 말했다.

“압바스 수반은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합니다. 이스라엘을 부정하고 복수하려는 생각 대신 공존을 모색할 준비가 되어 있는 지도자예요. 이스라엘이 느끼는 안보 위협마저도 인정하고, 그래서 최대한 폭력을 지양하려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의 이면에는 압바스 수반이 실질적인 진전을 가져오기에는 나약하고 별 효용이 없는 인물이라는 판단이 깔려있기도 하다. 오바마 행정부의 한 관리도 비슷한 평가를 내게 전해준 적이 있다.

압바스는 오바마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에서 멈추지 않고 있는 공격적인 정착촌 확장 건설 문제 등을 비판하긴 하는데, 실제로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그저 상황을 방치하고 있는 무책임한 미국 대통령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

오바마의 눈에 비친 니카라과는 아마 마르크스주의 사상으로 뒤덮인 나라에 가까울 것이다.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처럼 요란하게 반미와 반자본주의를 외쳐대지는 않지만, 품고 있는 생각과 거기서 나오는 정책은 대동소이한 나라 정도로 보일 것이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대표적인 남미의 좌파 지도자로 비칠지 모른다. (오바마가 볼 때는) 역사의 흐름이 가리키는 정반대 방향으로 시계를 되돌리려 애쓰는 선동가들처럼 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동안 남미 좌파 지도자들이 구축한 반미 연대 볼리바르주의 동맹(ALBA)을 크게 약화시켰다. 이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오바마의 외교 성과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을 만한 업적이다.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오바마 대통령이 세상에서 가장 혐오하는 가문을 꼽으라면 사우디아라비아 왕족이 몇 손가락 안에 들 것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02년, 당시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이었던 오바마가 처음 한 외교 관련 연설에서 당시 오바마 의원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소위 미국의 동맹국(so-called ally)”라 부르며 깎아내렸다.

근본주의 이슬람교, 극단적인 여성 차별 등 이슬람교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퍼뜨리는 진원지는 대개 사우디아라비아다. 이 나라의 전제군주 가문을 좋아할 리가 없다. 오바마 행정부 관계자들은 대부분 살만 왕족이 10~15년 안에 권좌에서 내려오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압델 파타 엘 시시 이집트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은 시시 대통령을 아랍의 봄 때 축출된 무바라크 전 대통령과 비슷한 권위주의 통치자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시시는 무바라크보다 덜 지혜롭고 더 잔혹한 방식으로 이집트 국민을 억압하고 있다. 백악관 참모 한 명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집트와 관련된 문제로 상황실에 앉아 보고받는 일을 정말 싫어한다고 전했다.

레제프 타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에르도안도 오바마에게 실망을 안긴 몇몇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초기 온건한 성향의 무슬림 지도자로 분류되는 에르도안 당시 총리가 미국과 이슬람 국가들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가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이때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에르도안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민주주의가 버스와도 같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목적지에 도착한 뒤 내리고 나면 그만일 뿐, 권력을 쟁취하는 데 필요한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여긴다는 말입니다.”

에르도안 정권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오바마 대통령의 뇌리에는 압둘라 2세의 경고가 거듭 떠올랐을지 모른다.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이스라엘이란 나라가 생겨났을 때부터 이스라엘과 미국은 혈맹에 가까운 돈독한 사이였다. 지금도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변함없이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 가운데 하나는 이스라엘이다. 그런데 그 이스라엘의 총리인 네타냐후만큼 오바마 대통령의 속을 썩이는 지도자가 또 있을까 싶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가 태생적으로 지닌 존재의 딜레마를 오히려 네타냐후 총리보다도 더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네타냐후는 오바마를 답 없는 이상주의자로 여기겠지만. 네타냐후는 오바마가 주도한 이란 핵 협상을 비난하고 깎아내리는 데 거의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그런 네타냐후를 오바마는 정치적인 라이벌, 나아가 가식적인 인물로 여길지도 모르겠다.

오바마가 가장 크게 실망한 점은 네타냐후가 계속해서 보여주는 정치적인 비겁함일지도 모른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유일한 해법이라 할 수 있는 두 국가 해법을 절대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네타냐후의 꽉 막힌 태도가 오바마에게는 비겁하게 비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에게 줄기차게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지금이 적절한 때가 아니라면 도대체 그 적절한 시기는 언제 온답니까? 그리고 이스라엘 총리인 당신 말고 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당사자가 또 누가 있겠습니까?”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오바마 대통령의 측근 한 명은 오바마가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나이 든 반(反)이스라엘주의자쯤으로 여길 것이라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개석상에서 하메네이를 반유대주의, 반이스라엘주의자라고 칭한 적이 있다. 하지만 늙었다거나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다고 비난한 적은 없다) 그가 최고지도자 자리에 있는 한 이란의 현 대통령인 루하니를 비롯한 개혁파의 어떠한 근대화, 개혁 시도도 좌초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 안에서는 이란의 변화도 머지않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사실 개인적으로 이란에는 별 기대를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쿠바와 달리 이란은 대통령 신분으로 방문해 역사적인 관계개선의 물꼬를 틀 생각도 없는 것 같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완전 얼간이는 아니지’

오바마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이 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나는 처음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푸틴이란 인물을 홉스의 현실주의적 관점에 따라 이해할 것이라고 여겼다. 키는 작은데 성미는 고약한, 야수 같은 성미의 정치인. 하지만 푸틴은 그렇게 고약하지는 않았다. 다른 지도자들과는 약속한 회담 시간도 안 지키기 일쑤인 그가 오바마에게만큼은 그러지 않았다. 오바마는 대신에 푸틴이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과 각 결정이 가져올 결과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생각하는 것 같다. 동시에 푸틴은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그래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정확히 알고 있는 것도 같다.

푸틴은 오바마를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도 가망 없는 이상주의나 설파하고 있는 미국 대통령으로 볼지 모른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어쩌고저쩌고 간섭하는 것 자체가 아주 불쾌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오바마가 무섭지 않다는 말을 덧붙였다. (아틀란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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