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세상, 인문학 교육의 가치는?
최근 네덜란드 친구와 스카이프를 하다가, 대학생인 자녀들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최근 네덜란드에서는 대학 등록금을 둘러싼 시위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1년에 내는 돈이 총 얼만데?” 나는 대답을 듣고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지금은 한 1,800유로 정도 내고 있어.” 미국인의 기준으로는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입니다. 세계적인 명문 대학을 4년간 다니는 데 드는 돈이 8천 달러도 채 되지 않는다니요. 미국에서는 사립대학을 가면 평균 12만8천 달러, 주립대는 4만 달러, 주(state) 밖으로 가면 공립이라도 9만6천 달러가 드니까요.
나는 최근 학부모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양 교육의 가치”라는 제목의 강연을 하면서, 이 숫자들을 머리 속에 담아두고 있었습니다. 흔히 교양 과목이라고 하면 과학 과목의 일부를 포함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학과 기술 과목에 대비되는 예술과 인문학(문학, 역사, 철학 등)에 초점을 둔 교육을 의미합니다. 나는 과학자이지만, 인문학을 경시하는 교육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인문학적인 기초를 갖추지 못한다면 민주 사회를 살아갈 시민인 학생들이 인류 문명에 대한 총체적인 시각과 비판적인 사고 능력을 갖지 못하게 되니까요.
인문학 교육의 가치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도 논할 수 있습니다. “대학이 과연 고등 직업 교육 기관, 특정한 직업 기술을 연마하기 위한 곳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죠.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에 진학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캠퍼스에서 보내는 4년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대학이 직업 훈련소, 특히 돈벌이가 되는 직업을 갖기 위한 훈련소가 되어버리면 이는 학생들에게도, 사회에도 손해입니다.
아마 이 정도가 인문학 교육을 옹호하는 전통적인 시각일 겁니다. 나는 학자로서 죽을 때까지 이 입장을 고수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 답변으로는 부족합니다. 높은 등록금 뿐 아니라, 본격적인 정보 사회의 도래가 모든 공식을 바꾸어 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기존의 답변을 조금 업데이트하기로 했습니다.
핵심은 바로 “균형”입니다. 오늘날 학생들은 더 이상 과학/공학 또는 예술/인문학을 양자택일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닙니다. 평생 한 가지 직업에 종사하는 시대는 지나갔고, 누구나 다양한 기술을 요하는 여러 커리어를 갖게 되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극본을 쓰고 싶은 젊은이가 영화 관련 애플리케이션용 웹콘텐츠를 만들어야 할 수도 있고, 프로그래머를 꿈꾸는 청년은 스토리텔링을 중시하는 비디오게임 회사와 협업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인문학과 기술 간의 장벽은 무너지고있습니다. 역사학자들이 인간을 더 잘 파악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공학자들이 기술관련 문제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휴먼 인터페이스를 연구하는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적 흐름과 함께 대학 등록금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중입니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이런 요소를 염두에 두고 진학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소위 “명문” 대학만이 성장 발판이 되어줄 것이라는 교육소비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학생들은 학자금 대출의 무게와 자신의 진학 선택이 가져올 결과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정말로 시인이나 로마사 연구자가 되고 싶다면 꿈을 쫒되, 졸업 후 현실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비용이 문제라면 눈을 넓혀 돈이 덜 드는 진학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추천할 만한 방법은 부전공 또는 복수전공을 통해 “플랜 B”를 세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모두가, 말 그대로 모든 대학생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워서, 대학을 졸업할 때는 이 기술을 가지고 있을 것을 추천합니다. 코딩에서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래밍, GIS 관련 기술까지 무엇이든 좋습니다. 세상의 변화 앞에 대학생들은 졸업 후 닥쳐올 현실을 직시하고, 이 세상의 근간을 이루는 기술, 그리고 그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을 둘 다 이해하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NPR)